법원도 불법파견 이라는데…현대제철 계속 불복소송 [뉴스] 현대제철이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Donaldsonville)에서 개최한 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오른쪽)이 시삽 세리머니를 마친 후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사진 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62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불법파견 소송) 1심에서 지난달 승소했다. 같은 재판부에서는 현대제철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1176명의 불법파견 소송도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불법파견 문제로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받았으나, 이행하지 않은 채 불복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10년 이상 지속되는 불법파견 소송의 장기화 문제가 지적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이하 노조)는 16일 시민언론민들레와 통화에서 지난달 인천지방법원에서 현대제철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62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불법파견 소송 1심에서 노동자 전원이 승소했다 면서 승소한 62명의 노동자에게 적용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같은 원청·같은 지휘·명령·같은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1176명의 노동자도 같은 결론을 기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노조는 현대제철이 이러한 결과에도 직접고용을 이행하지 않고 자회사 설립과 업체 폐업으로 노동탄압을 일삼고 있다 면서 법원은 노동자 62명의 승소(판결)의 기준을 소송 중인 1176명에게 그대로 적용 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지난달 3일 인천지방법원 민사11부(재판장 이경은)는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휘·명령했다고 보고 불법파견과 직접고용 의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현대제철이 정비계획서와 설비관리시스템을 통해 작업배치권과 그 변경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다 면서 노동자들이 수행할 작업의 내용, 일시, 장소, 소요시간과 각 작업별 투입 인원수는 현대제철이 작성하고 발행하는 정비계획서와 작업오더에 의하여 정해졌다 업무의 총량과 내용은 전적으로 현대제철의 생산계획 및 설비 운용 상황에 따라 결정됐다 고 판단했다.
이어 하청업체 현장대리인을 거치지 아니한 채 담당 공정설비에 배치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카카오톡, 휴대전화, 무전기 등으로 직접 연락하여 고장 내용을 전달하고 조치를 요구하고 하청노동자는 그 지시에 따라 조치한 결과를 다시 현대제철에 보고했다 며 일의 완성을 의뢰하거나 그 결과를 검수하는 차원을 넘어 노동자들의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에 해당한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청업체는 작업의 내용 순서, 일시, 소요시간, 투입 인원 수를 스스로 변경하거나 결정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면서 인사에 관한 권한도 현대제철이 정한 일정과 인원수의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 판단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홈페이지
재판부는 하청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 형태와 작업 방식이 동일하게 이어졌다면 직접 자료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업무의 연속성과 간접 자료를 종합해 불법파견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청업체가 수차례 변경되는 동안에도 소속 근로자들의 고용은 그대로 새로운 업체에 승계되어 동일한 편제와 방식으로 업무가 계속됐다 하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신규 업체는 종전 업체의 인력을 그대로 승계하여 곧바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 고 지적하면서 현대제철이 직접고용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원청이 실제로 하청노동자의 업무를 어떻게 지휘·통제했는지를 판단의 중심에 두고 판결했다. 형식적 요소를 중시해 파견관계를 부정한 최근 일부 판결과도 대비된다. 현대제철의 또 다른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1176명은 같은 재판부에서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에 비정규직 노동자 1962명을 직접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2021년과 2026년 각각 749명과 1213명이다. 현대제철은 노동부 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직접고용 불이행 과태료는 2021년 73억 3000여만 원, 2026년분 119억여 원으로 총 192억여 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노조는 현대제철이 2021년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에 불복해 낸 소송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면서 언제까지 소송만 할 거냐 답답함을 토로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16일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등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6.10.16. 국회방송 갈무리
진보당 손솔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등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최근 노동자에게 입증책임을 과도하게 전가하면서도 정작 사측에서 작성한 작업지시서와 인력배치 자료 등 실질적인 노동 종속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언급도 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대제철의 또 다른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재판을 언급하며 지난해 11월 현대제철 당진공장 재판에서 근로자 파견관계를 명백하게 입증하는 주요 증거들이 배제됐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을 향해 불법파견 소송에서 형식을 따져야 하느냐 실질을 따져야 하느냐 고 물었다.
이에 김 고법원장은 실질을 따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답했다. 지난달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62명의 1심 승소 법리를 고법에서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보당 손솔 의원 국정감사 자료 화면. 2026.10.16. 손솔 의원실 제공
손 의원은 불법파견 소송의 장기화와 관련해선 최근 3년간 민사사건 평균 처리 기간이 1심은 6개월 이내, 2심은 10개월 이내 라며 불법파견 소송은 왜 기본 10년은 기다려야 하는 건가. 16년째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손 의원은 승소하더라도 이미 정년이 지났거나 일터로 돌아갈 기회를 잃었다면 권리구제의 의미는 크게 줄어든다 며 민사재판이 빨라졌다는 성과가 장기간 판결을 기다리는 노동자들에게도 돌아가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사건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장기미제 사건을 줄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며 노동자가 일할 수 있을 때 권리를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 법원의 책임 이라고 했다.김시몬 기자 simonn0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