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또 해파리 떼...프랑스 원전 멈춘 2가지의 덫 [환경] 프랑스 북부 해안에 위치한 대형 원자력발전소가 대규모 해파리 떼의 유입으로 1년 만에 또 대규모 가동 차질을 빚었다. 극심한 여름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핵심 원전의 전력 생산이 줄어들면서 리스크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지난 10일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인근 그라벨린(Gravelines) 원전에 해파리가 대량 유입되면서 3·4호기가 자동 정지했다고 밝혔다. EDF는 상황 악화에 대비해 2호기도 선제적으로 멈췄으며, 1호기의 출력은 50%로 낮췄다. 5호기는 이미 정기 정비 중이었고 6호기만 정상 가동을 이어갔다. 이번 가동 중단으로 차질을 빚은 발전 용량은 약 3.2기가와트(GW)에 달한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지난 10일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인근 그라벨린(Gravelines) 원전에 해파리가 대량 유입되면서 3·4호기가 자동 정지했다고 밝혔다./ EDF
해파리 3기 정지, 1기 출력 절반…3.2GW 전력 사라져
그라벨린 원전은 900MW급 가압경수로 6기를 보유한 총 5.4GW 규모의 원전이다. EDF가 운영하는 프랑스 원전 가운데 가장 큰 발전단지다.
이번 사태로 900MW급 원자로 3기가 정지하면서 2.7GW가 빠졌고, 1호기 출력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추가로 약 450MW가 줄었다. 정상 가동 상태와 비교하면 약 3.2GW의 발전 능력이 한꺼번에 사라진 셈이다.
해안에 위치한 원전은 원자로 터빈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대량의 해수를 냉각수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취수구 앞에 설치된 여과설비와 필터 드럼에 해파리가 대량으로 달라붙으면서, 냉각수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라벨린 원전에서는 지난해 8월 10~11일에도 대규모 해파리 떼가 취수설비로 유입됐다. 당시 2·3·4·6호기가 차례로 자동 정지했다.
EDF는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까지 마련했다. 현지 어민들과 협력해 해파리를 매일 관찰하고,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24시간 이내에 해상 조사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프랑스 해양구조협회(SNSM)의 정기 관측도 추가했다. 어민들과 구축한 감시체계에는 3년간 150만유로가 투입됐고 SNSM 관측에도 연간 3만유로가 배정됐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해안의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해파리 개체 수의 폭발적인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폭염으로 강물까지 뜨거워졌다…원전의 새로운 ‘기후 적응’ 문제
문제는 해안 원전뿐만이 아니다. 내륙의 강변에 위치한 원전 역시 폭염으로 인한 냉각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유럽에선 폭염과 가뭄으로 강물이 줄자, 글로벌 해운기업은 컨테이너 한 개당 최대 1670유로(약 270만원)의 저수위 할증료까지 받고 있다.
프랑스 기상청 메테오프랑스(Météo-France)에 따르면, 7월 28일 시작된 올여름 세 번째 폭염이 8월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13일 프랑스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35~40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40도를 넘는 고온이 반복되고 있다.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내륙 원전에는 더 직접적인 문제가 된다. EDF는 가론강(Garonne)의 수온이 28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 8일(현지시각) 골페슈(Golfech) 원전 2호기를 정지했다. 발전 후 강으로 되돌려 보내는 물 때문에 하천 생태계의 온도가 규제 기준을 넘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생알방 생모리스(Saint-Alban Saint-Maurice) 원전에서도 12일 론강(Rhône)의 높은 수온 때문에 2호기의 정지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EDF는 강물의 온도와 유량, 강수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경우 원전 출력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는 원전 업계에서도 본격적인 ‘기후 적응’ 과제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올해 발간한 ‘기후변화와 환경위험으로 인한 원전 발전손실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 평균기온 상승과 물 이용 가능성 변화, 극한기상 증가가 원전 운영환경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