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구조적 다수’ 확보는 재건축인가, 증축인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구조적 다수’란 무엇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구조적 다수’는 정확히 무엇이며, 이를 민주당의 기반을 허무는 ‘재건축’으로 해석한 유시민 작가의 추론은 타당한가. 아니면 유 작가가 바람직한 외연 확장 방식으로 제시한 ‘증축’에 해당하는가.
현재까지 공개된 이 대통령의 발언과 민주당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구조적 다수’는 핵심 지지층을 해체하고 새로운 지지층으로 교체하는 재건축이라기보다 기존 지지 기반을 단단하게 유지하면서 중도층과 청년세대, 지역과 계층, 일부 보수 유권자까지 외연을 넓혀가는 증축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한 번의 선거에서 과반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사회집단을 정책과 가치, 조직과 제도로 결합해 선거에서 반복적으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지세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유 작가의 추론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 다수’는 하나의 뜻으로 정립된 개념이 아니어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유 작가가 예로 든 1990년 3당 합당을 구조적 다수로 이해한다면,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이라는 경고는 개인의 정치 신념과 정파를 떠나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을 단단하게 하면서 외연을 확장해 구조적 다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송영길 후보는 민주개혁진보진영의 가치 연대를 유지하면서 청년과 중도층, 스윙보터를 포용하겠다고 했고, 김민석 후보는 진보 진영과 연대하는 동시에 보수·중도·진보를 다 망라하는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개된 발언만 놓고 보면 핵심 지지층을 버리는 재건축보다 그 기반 위에 새로운 지지층을 더하는 증축에 가깝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 작가의 문제 제기는 구조적 다수가 인위적인 정계 개편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경고로서는 유효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실제 구상이 재건축이나 재개발이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현재까지 찾아보기 어렵다. 유 작가의 추론은 현시점에서는 다소 성급한 느낌을 준다.
문재인 전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일 청와대 오찬회동에 앞서 두손을 맞잡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외연확대를 통해 구조적 다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2026.7.1 연합뉴스
모호한 ‘구조적 다수’, 서로 다른 해석 낳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1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난 자리에서 밝힌 ‘구조적 다수’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말이 아니다. 학술적으로도 하나의 뜻으로 정립된 개념은 아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전당대회 대표 경선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는 원인 중 하나도 구조적 다수를 둘러싼 서로 다른 해석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개혁과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도 여권 내부 갈등을 키운 주요 쟁점이었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입법의 큰 고비를 넘긴 만큼 이 글에서는 구조적 다수의 의미와 이를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고자 한다.
구조적 다수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치적 우위
‘구조적 다수’라는 표현이 포함된 정치학 논문과 책을 찾아봤다. 논문과 책에서 사용된 ‘구조적 다수’(structural majority)는 정치학에서 하나의 뜻으로 엄밀하게 정립된 개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 차례 투표나 선거에서 절반 이상을 얻은 집단이나 정당을 뜻하지도 않았다.
인구와 언어, 계층과 종교, 지역과 정책 의제 같은 사회구조로 인해 지속적으로 다수의 위치에 놓이는 집단을 가리키기도 했고, 서로 다른 계층과 사회집단을 안정적인 지지연합으로 묶어 장기간 정치적 우위를 재생산하는 정당이나 정치 진영을 설명하는 데도 사용됐다.
스위스 의회의 언어집단을 분석한 연구 〈Deliberative Inclusion of Minorities: Patterns of Reciprocity among Linguistic Groups in Switzerland〉(European Political Science Review, 2013)는 독일어권 다수와 프랑스어·이탈리아어권 등 언어적 소수의 관계를 분석했다. 논문 제목은 〈소수집단의 숙의적 포용: 스위스 언어집단 간 상호성의 양상〉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스위스의 독일어권 의원 집단은 특정 표결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다수가 아니다. 인구와 언어라는 사회구조로 인해 지속적으로 다수의 위치에 있는 ‘구조적 다수’다.
덴마크 정당정치를 분석한 크리스토프 아른트의 논문 〈An Empirical Model of Issue Evolution and Partisan Realignment in a Multiparty System〉(Political Research Quarterly, 2018)은 새로운 정치 의제의 등장으로 정당과 유권자의 결합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보여준다.
덴마크에서는 계층과 기존 정당 지지가 장기간 결합하면서 좌파 진영에 안정적인 정치적 우위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민과 범죄 등 새로운 문화적 의제가 등장하고 정당들이 재편되면서 기존 지지연합이 흔들렸다. 여기에서 구조적 다수는 사회집단과 정책 의제, 정당 지지가 장기간 결합해 만들어낸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정치적 우위를 뜻한다.
뤼디거 슈미트베크, 지그리트 로스퇴처, 하랄트 쇤 등이 엮은 〈The Changing German Voter〉(Oxford University Press, 2022)는 ‘구조적 다수의 지위’라는 표현을 더욱 분명하게 사용한다. 제목은 〈변화하는 독일 유권자〉라고 번역할 수 있다.
독일 기민·기사당 연합은 가톨릭과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기존 지지층에 머물지 않고 여러 보수 정당과 보수 유권자층을 흡수했다. 그 결과 1953년 연방의회 선거부터 사회민주당에 대해 ‘구조적 다수의 지위’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거의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집권할 수 있었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세 사례의 공통점은 구조적 다수가 어느 한 번의 선거에서 이기는 숫자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구와 언어 같은 사회구조로 다수의 위치가 지속되거나, 특정 정당이 여러 계층과 집단을 장기간 지지연합으로 묶어 반복적인 정치적 우위를 만들어내는 상태를 의미한다.
다만 해외 정치학 연구에서는 구조적 다수가 이미 형성된 정치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구조적 다수를 앞으로 만들어야 할 정치적 목표로 제시했다는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한 구조적 다수가 〈변화하는 독일 유권자〉에서 사용된 개념과 비슷하다면, 현재 민주당의 지지 기반 위에 중도층과 일부 보수 유권자를 새롭게 결합해 장기적인 다수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발언만으로는 중도층과 보수층을 어떤 정책으로, 어떤 계층과 결합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구상을 확인하기 어렵다. 단순한 외연 확장을 ‘구조적 다수’라는 용어로 표현한 것이라면 내용상으로는 유 작가가 우려한 재건축보다 정당의 덩치를 키우는 증축에 가깝다.
49.42%가 보여주는 한국 정치의 현실
우리나라의 정치 구도는 진보와 보수 진영이 거의 5대5로 양분돼 있다고 봐야 한다. 전임 정권이 크게 실패하거나 탄핵과 같은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대통령 선거 승패가 1%포인트 안팎에서 갈릴 정도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2025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49.42%를 득표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얻은 47.83%보다 1.59%포인트 높았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뒤에도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가 과반이었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한 차례 승리하고 국회에서도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고 해서 민주개혁진보진영이 구조적 다수를 이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 번의 선거에서 형성된 수적 다수는 후보 요인과 돌발적인 정세 변화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개혁진보진영은 비교적 안정적인 선거연합을 통해 수적 다수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를 장기간 재생산되는 진정한 의미의 구조적 다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6·3 지방선거에서는 진보당과 조국혁신당 등과의 연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지방선거 이후 책임론을 놓고 파열음이 발생했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여전히 이전투구를 하고 있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헐뜯는 지금과 같은 상태로 다음 총선을 맞는다면 민주당은 많은 의석을 잃고 실패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유시민 작가가 7월 15일 매불쇼에 출연해 구조적 다수와 검찰개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유 작가는 구조적 다수를 재건축에 비유하며, 이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 매불쇼 영상 갈무리
이 대통령이 밝힌 외연 확대를 통한 구조적 다수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처음 ‘구조적 다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 전 대통령은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려면 민주당 내부의 단합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먼저 단합하고,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함께했던 진영과 더 큰 단합을 이뤄야 국민의 마음을 모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내부 단합이 중요하다며 속이 단단해야 한다”고 공감을 표한 뒤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면서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 단합과 외연 확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함께 추진해야 구조적 다수를 만들 수 있다는 발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내부 단합과 외연 확장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대립적 과제로 제시하지 않았다. 속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과 외연을 넓히는 일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적 다수를 이루려면 먼저 핵심 지지층이라는 안정적인 기반이 있어야 한다. 그 기반 위에 중도층과 청년세대, 서로 다른 계층과 집단, 지역을 하나씩 결합하고 그 연합을 정책과 성과, 조직과 제도로 지속시키는 것이 이 대통령이 말한 구조적 다수가 아니었는지 추론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구조적 다수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법 개정과 권력구조 문제, 정계 개편 등과 연관 지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불필요한 혼란을 피하려면 이 대통령이나 민주당 지도부가 구조적 다수의 의미와 추진 방향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민주적인 구조적 다수와 인위적인 구조적 다수
구조적 다수가 반드시 민주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구조적 다수가 형성되는 방식에 따라 이를 ‘민주적·사회연합적 구조적 다수’와 ‘인위적·권위주의적 구조적 다수’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민주적 구조적 다수는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동의와 정책 연대를 통해 만들어진다. 핵심 지지층을 기반으로 새로운 계층과 세대, 지역을 정책과 가치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반면 인위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인 구조적 다수는 정당 합병이나 헌법과 선거제도의 변경, 국가권력과 물리력을 통해 정치적 우위를 일거에 만들고 고착시키려는 방식이다.
1990년 3당 합당과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인위적·강압적 구조적 다수라는 관점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
3당 합당은 인위적 구조적 다수
유시민 작가는 지난 7월 15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야기한 구조적 다수가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계기로 구조적 다수는 범여권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 작가는 이에 앞서 6월 26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 구조적 다수와 관련해 지지층은 증축을 원하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는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1990년 1월 22일 청와대에서 당시 노태우 대통령(민주정의당 총재,가운데) 이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왼쪽) 김종필 신민주공화당총재(오른쪽)가 시립한 가운데 3당 합당을 선언하고 있다. 3당합당은 인위적 구조적 다수를 만든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유 작가는 매불쇼에서 재건축의 사례로 1990년 3당 합당을 들었다. 인위적 구조적 다수를 설명하는 데 3당 합당은 유용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당시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은 합당을 통해 국회 의석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자유당을 만들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두 정치 진영에 충청권 정치 진영이 결합했고, 그 결과 호남을 고립시키는 새로운 지역 정치구도가 만들어졌다.
3당 합당은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동의가 아래로부터 축적돼 만들어진 민주적 구조적 다수가 아니었다. 정치 지도자와 정당 조직이 위에서 결합해 일거에 만들어낸 인위적 구조적 다수였다.
의석수만 늘린 일시적인 합당도 아니었다. 한국 정치의 지역구도와 정당 체제를 장기간 재편했다. 3당 합당으로 김영삼 정부가 들어섰고,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당선돼 정권이 교체됐다. 그렇다고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구조적 다수가 곧바로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영남과 충청의 보수 정치 진영을 결합하고 호남을 고립시킨 구도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오랫동안 한국 정치의 기본 구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도 인위적으로 헌법개정을 통해 구조적 다수를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유신헌법은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후보를 대통령이 추천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선출하도록 했다. 집권 여당이 국회에서 구조적으로 다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헌법과 선출제도를 설계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도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비상계엄의 실행 양상과 이후 드러난 정황을 보면 국회와 정당, 언론과 반대 진영을 무력화하고 군과 국가기관을 장악해 권력의 우위를 구조적으로 고착하려 한 시도로 볼 수 있다.
3당 합당은 정계 개편을 통한 인위적 구조적 다수였다. 12·3 비상계엄은 친위쿠데타를 통한 강압적 구조적 다수의 구축 시도였다. 유신헌법은 헌법 개정을 통해 만들어낸 비민주적 구조적 다수였다.
방식과 결과는 서로 달랐지만, 모두 시민의 자발적인 지지연합보다 위로부터 정치적 우위를 고착하려 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러한 방식은 정상적인 정치 경쟁을 왜곡하고 지속 가능한 민주적 다수로 정착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 작가가 이 대통령의 구조적 다수 구상을 1990년 3당 합당에 비유하며 실패할 것”이라고 우려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구조적 다수가 만들어지기 어렵고,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비극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경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대통령의 구조적 다수는 ‘증축’
유시민 작가의 문제 제기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지만 성급한 면도 있다. 기존 민주당 지지층을 증오와 욕설, 인격모독의 대상으로 돌리면서 일부 중도층이나 보수 인사를 영입하는 방식의 외연 확장은 성공하기 어렵다. 핵심 지지층 일부를 잃고 중도층이나 보수층 일부를 얻는 것은 지지층의 확장이 아니라 교체에 가깝다. 지지 기반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층을 올리는 증축이 아니라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입주자를 받아들이는 재건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유 작가의 우려는 설득력이 있다. 아울러 유 작가가 이러한 판단을 하게 된 빌미를 이 대통령이 일부 제공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구조적 다수라는 낯선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개된 이 대통령의 발언과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송영길·김민석 후보의 설명을 종합하면 유 작가의 추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오히려 유 작가가 성공의 길이라고 밝힌 증축에 가깝다. 이 대통령은 구조적 다수를 말하기에 앞서 속이 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 단합은 외연 확장과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외연 확장에 앞서는 전제일 수도 있다. 기존 지지 기반을 튼튼하게 유지하면서 새로운 계층과 세대가 들어올 공간을 한 층씩 더하는 증축 개념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핵심 지지층을 해체하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유 작가의 추론이 완전히 틀렸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정치학에서 구조적 다수는 이미 형성된 장기적 우위나 정치적 지배구조를 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용어에서 3당 합당처럼 정당 체제를 재편하는 인위적 구조적 다수를 떠올리는 것도 자연스럽다. 유 작가는 ‘구조적 다수’라는 용어에서, 나아가 이 대통령의 인사문제 등을 종합해 재건축과 재개발을 읽었다. 이 대통령은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서 내부 단합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이루는 증축의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개념을 전제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충돌이 발생했다.
이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하고 핵심 지지층을 해체한 뒤 새로운 정치 진영을 결합해 장기집권을 꾀하는 것이라면 유 작가의 우려는 타당하다. 반대로 핵심 지지층의 신뢰를 지키면서 그들이 지지하는 가치를 국민 다수의 생활 이익으로 확장하려는 것이라면 재건축이 아니라 증축에 가깝다. 유 작가가 말한 증축과 내용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이 단순한 외연 확장을 ‘구조적 다수’라는 말로 표현했다면 용어 선택에 다소 어색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발언만 놓고 보면 기존 지지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계층과 세대가 들어올 공간을 지속적으로 더하는 증축 개념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민주적이고 최종적으로 안정적인 지지연합을 형성하는 것이라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의 초점은 구조적 다수를 실현하는 방법론에 맞춰져야 한다.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 사진:연합뉴스
당권 도전 세 후보의 구조적 다수
송영길 후보와 김민석 후보의 구조적 다수 발언을 살펴보면 구조적 다수가 덩치를 키우는 증축이라는 확신을 더 가지게 된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는 7월 8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구조적 다수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송 후보가 출마 선언에서 이 대통령이 사용한 ‘구조적 다수’라는 용어를 범여권 정치인 가운데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구상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송 후보가 설명한 구조적 다수 정당은 유시민 작가가 말한 증축과 같은 개념이다. 그는 청년과 중도층, 스윙보터를 포용하는 동시에 민주개혁 진보진영의 가치 연대를 굳건히 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핵심 지지 기반을 유지하면서 청년과 중도층을 새롭게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송 후보의 발언 어디에서도 핵심 지지층을 허무는 재건축의 징후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도 7월 15일 ‘민주당 4대 혁신 플랜’을 발표하면서 ‘청년의 민주당’과 ‘이기는 대통합’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당대표 직속 1030정책단과 청년 당정협의, 청년 관계장관회의 등을 추진하고 청년·통합·당원주권·공정한 공천을 통해 민주당의 체질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과의 관계에서도 민주당의 당명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양당 당원의 동의를 얻는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전 총리는 ‘구조적 다수’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7월 29일 MBC 민주당 전당대회 첫 TV토론회에서 송영길 후보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구조적 다수를 언급했다.
김 후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통령께서 구조적 다수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진보 세력과는 연대하고, 조국혁신당 같은 경우 상호 토론을 해서 합당 여부를 결정하고, 민주당은 대대적으로 보수·중도·진보를 다 망라하는 확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대통합, 구조적 다수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으면 진보·민주·개혁 세력은 안정적으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다고 봅니다.”
김 후보가 밝힌 구조적 다수 역시 이재명 대통령이나 송영길 후보의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 후보는 ‘보수·중도·진보를 다 망라하는 확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과 중도층을 넘어 일부 보수 유권자까지 외연 확장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 송 후보보다 외연 확장의 폭이 더 넓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과 두 후보의 발언을 종합하면 유 작가가 우려한 핵심 지지층의 해체나 보수정당과의 대규모 정계 개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김 전 총리가 유 작가의 발언에 대해 사실관계에 오해가 있다”고 반박한 것도 이러한 까닭으로 해석된다.
정청래 후보는 구조적 다수라는 표현보다 검찰개혁과 내란 청산, 개혁 과제의 완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정 후보는 7월 13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다시 한번 ‘더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더 강하고 유능한 당원주권 정당으로 만들고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조적 다수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 후보는 핵심 지지층의 요구와 개혁 과제 완수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송영길 후보가 민주개혁진보진영의 가치 연대와 중도 확장을 강조한다면 김민석 후보는 진보 통합과 보수·중도·진보를 망라하는 대통합을 강조한다. 정청래 후보는 핵심 지지층의 결집과 개혁 과제의 완수를 앞세우고 있다.
세 후보의 노선은 서로 배타적이라기보다 구조적 다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서로 다른 요소에 가깝다.
지난 2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부산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사진왼쪽부터)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 후보가 선전을 다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당대회 후 당화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6.7.2 연합뉴스
구조적 다수의 출발점은 핵심 지지층
한국 정치는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보수와 진보의 두 진영으로 갈라진다. 양쪽이 각각 40%대 중후반의 지지를 확보하고 마지막 몇 퍼센트가 승패를 결정한다. 이러한 선거에서 한 번 승리했다고 구조적 다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 후보의 실수나 일시적인 이슈, 후보 개인의 호감도에 따라 다음 선거에서 다시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다수를 만들려면 먼저 핵심 지지층이 왜 그 정치 진영을 지지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남북 평화공존, 동맹을 바탕으로 한 균형외교, 민주주의와 검찰개혁, 청년 정책, 불평등 완화, 사회적 약자 보호 같은 가치에 대한 신뢰가 출발점이다.
핵심 지지층의 언어와 정서를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거기에만 안주해서도 안 된다. 핵심 지지층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사회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언어와 정책으로 확장해야 한다.
검찰개혁도 진영의 승리나 검찰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국가의 수사권력이 시민을 함부로 수사하지 못하게 하는 권리의 문제로 설명돼야 한다. 수사 공백이 우려되는 부분은 검찰에 권한을 되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민이 공감해야 구조적 다수로 가는 길이 열린다.
사회복지는 국민 누구나 위기에서 삶을 지킬 수 있는 사회안전망으로 확대돼야 하고, 청년 정책도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종 목표가 민주적 방식으로 구조적 다수를 만드는 것이라면 지금처럼 서로를 공격하고 적으로 돌리는 모습으로는 불가능하다.
특히 유시민 작가가 구조적 다수를 이야기하면서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쓴소리나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고, 발언의 맥락을 왜곡해 ‘저주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지지층 결집과 향후 국정 운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구조적 다수, 구조적 다수 정당을 이루려면 김민석·정청래·송영길 세 후보가 전당대회 이후 힘을 합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청래 후보가 강조하는 개혁과 핵심 지지층의 결집, 송영길 후보가 내세우는 민주개혁진보진영의 가치 연대와 중도 확장, 김민석 후보가 말하는 보수·중도·진보를 망라하는 대통합은 서로 대립하는 노선이 아니다. 세 후보가 함께 힘을 모아야 비로소 안정적인 구조적 다수에 접근할 수 있다.
지지층끼리 패를 나눠 반목하고 승자독식으로 나아간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포함해 여권 지도부는 핵심 지지층을 지키지 못하는 재건축은 외연 확장이 될 수 없고, 외연 확장을 부정하고 핵심 지지층 정치만으로는 증축도 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강동형 에디터 yunbin6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