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줄이는 미 빅테크…삼전·닉스는 역대급 [뉴스] 미국 거대 기술기업 5곳이 올해 사상 최대 현금흐름을 창출했지만, 주주환원 비율은 최소 15년 만에 가장 낮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자본지출(CapEx)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증가한 탓이다. 반면 반도체 메가 사이클에 올라 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경 210조규모에 달하는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막대한 시설투자를 하고 있지만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들에 비할 바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에도, 배당금 지급에도 인색한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들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플랫폼·오라클 등 5개사는 올해 1~9월 창출한 현금흐름의 9.3%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공시 등을 분석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4%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올해 창출된 현금흐름은 작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5429억달러였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메타의 로고. 출처 : 가디언
AI인프라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자본지출(CapEx)이 5569억달러로 작년 동기의 두 배로 급증했다. 창출된 현금흐름이 자본지출을 웃돈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들 5개사의 합산 잉여현금흐름(FCF)은 140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동기에는 1435억달러 흑자였다.
주주환원 가운데 자사주 매입 규모를 대폭 줄였다. 지난해 818억달러에서 136억달러로 83% 쪼라들었다. 다만 같은 기간 배당금은 339억달러에서 370억달러로 조금 늘었다.
알파벳과 메타는 지난해 1~9월 자사주 665억달러어치를 매입했지만 올해에는 1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2022년 이후 자사주 매입도 하지 않았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에런 스탠호프 투자관리 공동대표는 지난 15년간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주환원을 점점 늘려왔지만 현 국면은 주식과 채권 발행이 늘고, 투자자들에게 자본을 요청하는 상황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넌에서 건설 중인 49.5메가와트(MW) 규모의 3층짜리 데이터 센터를 항공 촬영한 모습.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 센터 건설 붐이 일고 있으며, 이는 다가오는 중간선거의 핵심 이슈로도 떠오르고 있다. 2026.10.29. AFP 연합뉴스
주주환원, 삼전 올해 90조∼110조·SK하닉 100조…기존 최대치 5∼7배 수준
AI인프라 투자에 돈을 쏟아붓느라 주주환원에 쓸 돈이 없는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들과는 달리 국내 반도체 양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유례없는 초호황 속 21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역대 최고 기록을 연달아 새로 쓴 올해 1∼3분기 실적을 계기로 주주환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삼성전자가 약 90조∼110조원, SK하이닉스가 약 100조원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확정 실적 발표에 맞춰 3분기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해 30조원(1주당 4601원) 규모의 현금배당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올해 총 주주환원 예상 규모에서 상반기 정규 분기배당(약 4조 9000억원) 등 이미 집행·확정된 35조원을 제외하면 남은 주주환원은 55조∼75조원이다. 이에 대해서는 올해 경영실적이 확정되는 내년 1월 구체적 방식과 규모를 이사회에서 결정한 뒤 차기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잔여재원 환원은 현금배당과 함께 상당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소각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2026년 3분기 말 기준 현금 흐름. 자료 :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전날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주주환원 예상 규모를 약 100조원으로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발표한 40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최근 마무리한 데 이어 60조원의 추가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100조원 중에서는 현금배당이 30조원 이상,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규모는 60조원 이상이다.
3분기에는 주당 2만원(총 14조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실적을 반영한 배당 1만원과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 지분 매각 차익을 재원으로 하는 특별배당 1만원으로 구성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막대한 주주환원 규모는 다른 국내 기업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역대 최대임은 물론, 두 회사의 과거 주주환원과 견줘도 매우 큰 폭으로 급증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현금배당 규모는 50조 9000억원, 소각한 자사주 규모는 21조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금액을 합한 전체 상장사의 주주환원 총액(72조 3000억원)이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주주환원 규모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기존 최대였던 2020년(20조 3000억원)의 5배가 넘는다. 또 2016∼2025년 10년간 연평균 주주환원 규모인 13조 8000억원의 약 8배에 달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14조 3000억원)보다 7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가 4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사업으로만 10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7조4천40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83.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 2026.10.29. 연합뉴스
양사가 내놓은 주주환원책의 토대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폭증이 가져다준 막대한 잉여현금흐름(FCF)이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에서 자산 유지·확대에 쓴 돈을 제외하고 남은 돈만 수백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개월 사이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는 올해 369조 6000억원, SK하이닉스는 267조 3000억원 등 합산 636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마련한 압도적 현금 실탄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동시에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주환원 주요 내용. 자료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에 비해 시설투자액은 비교적 경미한 삼전ㆍ닉스
자사주 소각이나 현금배당에 모두 인색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들에 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규모의 주주환원을 할 수 있는 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에 비해 시설투자액수가 적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 예상 금액이 84조 4000억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연간 시설투자 예상액을 최대 50조원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254조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얻었고, SK하이닉스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81조4800억원이다. 시설투자액수가 역대급이지만 영업이익 대비해선 부담가는 수준이 전혀 아니다.
관건은 이런 호시절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다. 화양연화의 기간이 길어지길 바라는 것과 동시에 정부와 기업 모두 넘쳐나는 돈을 미래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옳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