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잡힌 국힘 정치…장동혁은 생명연장의 꿈 [사람들] 잠시 뉴스의 제목은 바뀔 수 있을지 몰라도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멱살 한 번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정치가 위기에 몰렸을 때 탈출법 중 하나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큰 논란을 만들어 시선을 돌리는 방법이 있다. 비록 문제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세간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순간 당장의 정치적 압박은 느슨해진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지금 국민의힘을 지켜보는 장동혁 당 대표의 모습이 딱 그러할지 모른다.
국민의힘에게 지방선거 패배는 당의 전략 실패 그리고 지도부의 리더십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엄중한 정치적 심판이었다. 그 결과 당 안에서는 장동혁 대표의 책임론이 거세게 분출했다. 수도권 의원들과 쇄신파 의원들은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며 대표직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권영진 의원 역시 장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당을 재선거 국면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며칠 뒤 국민의힘을 뒤덮은 뉴스는 엉뚱하게도 장 대표의 책임론이 아니었다. 상임위원회 배정을 둘러싼 갈등 끝에 권영진 의원이 정점식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고, 이를 말리던 송언석 전 원내대표까지 충돌하는 초유의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을 향한 모든 관심은 순식간에 대표 책임론 에서 멱살 정치 로 옮겨갔고, 당 지도부 역시 지도체제의 정당성 논의보다는 징계와 수습에 매달리면서 장 대표를 향하던 사퇴 요구는 자연스럽게 뒤편으로 밀려났다.
물론 장대표의 위기가 해결되었다기보다는 잠시의 은폐일 뿐이다.
폭력 사태는 장동혁 대표를 향한 책임론을 잠시 가렸을지언정, 지방선거 참패라는 근본 원인을 단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왜 국민이 등을 돌렸는지, 지도부는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앞으로 어떤 혁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요원하며, 소음만 커졌을 뿐 본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국민의힘이 얼마나 책임정치를 잃어버렸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이라면 마땅히 지도부의 책임을 묻고 혁신의 방향을 논의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책임을 논의하기보다 내부 충돌에 매몰됐고, 혁신을 설계하는 대신 서로의 멱살을 잡는 부끄러운 장면만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당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당의 미래보다 앞서는 순간, 정당은 공당이 아닌 권력투쟁의 무대로 전락한다.
장동혁 대표 역시 이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책임을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의 길을 여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보는 책임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부정선거 이슈를 키워 시간을 벌고, 틈만 나면 올림픽공원을 방문하며 국면을 관리해 대표직을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왔다.
정치인은 책임을 지며 떠날 줄 아는 용기를 가질 때, 그리고 다시 국민 앞에 설 수 있는 명분을 만들 때 비로소 진정한 정치적 자산이 쌓인다. 반대로 모든 위기를 다른 논란으로 덮으며 시간을 버는 정치가 반복된다면 그 끝에 남는 것은 연명뿐이다.
잠시 뉴스의 제목은 바뀔 수 있을지 몰라도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멱살 한 번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장동혁 대표가 끝내 붙잡으려는 것이 당의 미래가 아닌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라면, 그 생명 연장의 꿈은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잃는 속도만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