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문,부서 있는데…외골수 조희대 사과않고 뭉개 [사회혁신]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9.23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날에 이어 23일에도 언론 공지를 통해 청와대의 신임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을 거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재제청 갈등 관련 대법원 23일 입장
먼저, 개인적인 부친상과 국제행사 준비 관계로 입장 발표 시기가 늦어진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입장문 내용 중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부서된 문서로써 하여야 한다는 부분은, 헌법 제82조에 따라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형식을 갖춘 문서로써 하고 그 해석도 오로지 문서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이지, 8월 28일자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는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 한편, 2026. 8. 28. 자 재제청 요청 공문에는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되어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특히, 재제청 요청과 관련하여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제청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 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 대법관 공백 장기화로 인한 국민 불편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신속히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날 언론 공지는 훨씬 짧았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에는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
굵은 활자로 된 부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유의해 봤으면 한다. 조 대법원장과 대법원이 스스로 전날의 공지 중 해당 부분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사과하지 않고, 은근슬쩍 잘못을 뭉개고 넘어간 것이다.
청와대는 전날 두번째 언론공지를 내고 대통령의 8월 26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공문은 전자 문서로 시행됐고, 그 전자 문서에는 국무총리가 부서했다”고 말했다. 이어 참고로, 그간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 시 국무총리 부서만으로 임명이 이뤄졌다. 관계 국무위원 부서가 없어 제청 반려 및 재제청 요청이 무효라는 취지라면 지금까지 국무총리 부서만으로 임명된 대법원과 대법관에 대한 임명 효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위원장 등이 23일 조희대 대법원장 대법관 재제청 거부 관련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9.23 연합뉴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 에 출연해 청와대의 공문에 부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조 대법원장이 법원 내 의견을 들어보지 않았음을 실토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날 법원에 알리고 이날 낮에 방문했는데 조 원장은 연가를 냈다며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고 어이없어 했다. 분명 이날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법사위원들의 방문 소식에 자리를 피한 것이다.
서 위원장은 아울러 제청 절차의 잘못은 정작 법원이 저질렀다고 했다. 노경필 처장은 지난 19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노태악 후임 대법관으로 후보로 추천된 사람 중 한 명에게 전화해서 사퇴하라 고 전화한 적이 있느냐 고 묻자 전화한 적은 있지만 사퇴하라고 한 적은 없다 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전화해서 뭐라고 했느냐 고 따지자 노 처장은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 한 가지가 있었다. 앞에 후보로 추천된 4명에 대해서 (사퇴하고) 새로 추천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은 어떠냐 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며 이 아이디어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추천된 후보 4명이 모두 동의를 해야만 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고 말했다. 김 의원이 새로 추천하는 것이 가능하느냐 고 묻자, 노 처장은 (후보자들이) 모두 동의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장이 법률에 따라 구성된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대법관 후보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기존 추천 절차를 사실상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을 타진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노 처장이 조 원장의 뜻을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이런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당시 여당은 대법원장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날리고 4명을 다시 추천하겠다는 것은 직권남용 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시킨 것 아니냐 고 따졌고, 노 처장은 조 대법원장이 시킨 적 없다 후보들에게 물러나라고 한 적도 없다 고 맞섰다.
조 원장은 이 방법이 막히자 결국 청와대 공문의 흠결을 지적해 재제청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지난달 28일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채 다시 후보자를 제청해달라고 했던 청와대의 요청을 공개 거부하는 데 25일이 걸린 셈이다. 대통령과 정부, 국민의 소중한 시간을 모두 계산하면 가히 셀 수가 없는 귀중한 시간들이다. 이 귀중한 시간을 흘려 보내놓고 조 대법원장은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하릴없이 또 시간을 보내려 할 것 같다.
23일의 언론 공지를 부친상과 국제행사 준비 관계로 입장 발표 시기가 늦어진 점 양해 부탁드린다 로 시작한 것도 사법부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가 정년에 걸려 퇴임하는 내년 6월까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계속 빈 자리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성급하게 내다보기도 한다. 법률 소비자인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와 정치권, 심지어 대통령의 권능과 국민의 대표로서의 자격까지 깡그리 무시하며 시대의 흐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조 원장의 외골수는 오래 전부터 적지 않은 이들의 우려를 샀다.
서울고등법원이 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조희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전례 없이 초고속으로 지정했던 공판기일을 15일에서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전격 연기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인근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민주정부건설 내란세력청산 긴급 수요 촛불문화제에 수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2025. 05. 07 이호 작가
가장 비근한 예가 지난해 4월 23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진 과정이다. 당일 소부로 배정한 지 두 시간 만에 대법 전원합의체로 돌리는 결정이 내려졌다. 조 원장 직권으로 내려진 조치였다.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의 의견을 들어 전원합의기일에서 심리할 사건을 적어도 합의기일 열흘 전까지 지정해야 하는데, 신속한 심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엔 바로 지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든 것으로 보인다.
전원합의체는 아흐레 만인 지난해 5월 1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결정을 전광석화처럼 내렸다. 평소 여유 만만했던 사법부가 이렇게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에 많은 국민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자칫 한 달 남짓 남은 대선 일정 자체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는 중차대한 결정을 대법관 11명이 내릴 수 있다는 것에도 놀라워했다. 이런 대법원의 태도는 불법이고 위헌적인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법부가 이렇다할 반대 입장을 뚜렷이 밝히지 않은 사실과 맞물려 일종의 내란 시도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서울서부지법 난입 난동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너무도 여유로운 태도로 바라보고 대응했던 사실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알려진 조 원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보면 지난해 2월 그는 서울 중구 소공동 호텔의 중식당에서 전출 법관 등 15명과 식사하고 112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인당 7만 5000원정도인데 해당 중식당은 가장 저렴한 오찬 메뉴가 일인당 17만원으로 알려져 인원 수를 뻥튀기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시기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돼 온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말마다 문제의 호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찬반 집회를 열어 헌재의 빠른 결정을 촉구하던 시점이었다.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거부를 선언한 한베평화재단의 평화활동가 두부 김민형 씨가 1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9.10 연합뉴스
임재성 변호사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연장방송 사법 어때 에 출연해 조 원장이 얼마나 시대에 동떨어진 판결로 세상의 흐름과 동떨어진 법관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판결의 소수 의견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하는 조항으로 사용했던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해서는 합헌,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병역법 제5조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나아가 2019년 12월 31일까지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할 것을 판시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무조건 대체복무를 도입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생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같은해 11월 1일 현역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다수 의견은 9명, 소수 의견은 4명이었다. 오씨의 병역 거부에 대한 종교적 신념, 즉 양심의 자유가 병역 의무라는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하다고 인정해 사법처리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 고 설명했다.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은 김소영, 이기택, 조희대, 박상옥 등 네 명이었다. 이들은 병역 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고 의견을 냈다.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 정책 문제 라고 밝혔으며, 조희대·박상옥 대법관은 (다수의견) 심사 판단 기준으로 고집하면 여호와의 증인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가 될 수 있다 고 비판했다.
13명의 대법관 중 반대의 의견을 낸 4명인데, 모두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이고, 찬성한 9명 중 7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이라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2004년 1-12로 유죄를 선고했던 것을 생각하면 14년 만에 9-4로 무죄로 뒤집힌 것은 그만큼 시대의 조류를 받아들인 셈이었는데 어느 대통령 정부에서 임명됐느냐를 기준으로 갈라지는 것을 보면 씁쓸한 대목이 없지 않다.
임 변호사는 해당 방송에서 조 원장 혼자만 완강하게 반대한 것처럼 말하며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 나아가 법관조차 맡으면 안 되는 인물이 대법원장에 올라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는데 잘못된 내용은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
대법원 판결의 영향으로 당시 법원에서 심리 중이던 종교·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 227건 모두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당시 대법원의 진일보한 판결은 조 원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진전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YTN 화면 갈무리
같은 방송에 출연한 이춘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조 원장의 과거 외골수 판결의 대표적인 예로 1989년 2월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사건 관련자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들었다. 당시 치안본부는 인노회 소속 노동자 6명에 대해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NLPDR)을 이념으로 하는 이적단체 활동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서울형사지방법원 백영업 판사는 인노회가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임을 입증할 소명자료가 부족한 점 등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검찰은 내외문제연구소 감정서 등을 첨부해 재차 영장을 청구했고 , 조희대 당시 판사는 추가 조사도 없이 같은 달 16일 손형민, 이동진, 신정길, 이성우, 고남석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조 판사의 당직 근무 날을 잡아 영장을 청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인노회 회원 15명이 차례로 구속되어 최대 징역 1년 6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고남석은 현재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이다.
이 사건은 37년 만인 2023년 3월 13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마저 무죄를 구형하는 완벽한 명예회복이었다. 당시 체포된 최동 씨가 고문 후유증으로 1990년 8월 분신해 세상을 떠난 지 34년 만의 일이다. 조 원장은 무죄 판결로 인해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인노회의 맴버였던 김순호는 이 사건 수사 및 기소 직후 경찰에 투신, 이른바 프락치 공작 의 대가를 챙긴 것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2022년 6월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후, 8월에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뒤 12월에 치안정감으로 6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씨는 2023년 말 경찰대학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조 원장은 2014년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청과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돼 2023년 12월 윤 전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에 임명됐는데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과 심지어 같은 판사 출신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까지 질의해 인노회 사건 당시 불법적인 영장 청구를 문제삼았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