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A 디지털기업 기후평가, 한국 7개사 평균 42%…삼성 48%·SK하이닉스 46% [환경]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세계벤치마킹연합(WBA)이 ‘그리닝 디지털 컴퍼니스 2026’ 보고서의 주요 결과를 공유하는 웨비나를 열었다. 보고서는 세계 주요 디지털기업 200곳의 배출과 기후목표를 평가했다. / 출처=ITU·WBA
한국 기업 7곳은 종합점수 75% 이상을 받은 글로벌 상위 38개사에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세계벤치마킹연합(WBA)은 지난 2일(현지시각) 세계 주요 디지털기업 200곳의 기후대응 수준을 평가한 ‘그리닝 디지털 컴퍼니스 2026’을 발표했다.
상위권에는 스위스컴과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기업 평균점수는 41.7%로 전체 평균 48%를 밑돌았고,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57%로 가장 높았다.
한국 7개사 평균 42%…상위권은 유럽 통신사 차지
한국에 본사를 둔 7개 기업 가운데 SK텔레콤이 57%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48%,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6%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45%, 네이버는 28%, KT는 22%였다. WBA가 본사를 미국으로 분류한 쿠팡은 0점을 받았다.
상위권은 유럽 통신사들이 차지했다. 스위스컴이 유일하게 100%를 받았고 도이치텔레콤과 보다폰이 각각 96%를 기록했다. 텔레포니카는 95%, KPN과 프로시무스는 각각 94%였다. 상위 8개 기업 가운데 6곳이 유럽 통신사였다.
이번 평가는 기업이 공개한 2024 회계연도 자료를 토대로 감축목표와 데이터 공개, 실제 성과를 각각 3점씩 매겼다. 목표 부문은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제출해 검증받은 감축목표를 중심으로 평가했다.
업종별 배출구조 달라…KT·네이버는 동종 기업보다 낮아
기업별 배출 규모는 업종 특성을 함께 봐야 한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업종은 제조공정과 공급망에서 배출이 많이 발생하는 반면 통신사는 네트워크 운영, IT·플랫폼 기업은 데이터센터와 서비스 운영 중심으로 배출구조가 다르다. 절대배출량만으로 기업의 기후대응 수준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같은 업종 안에서 보면 국내 기업 간 격차가 더 뚜렷하다. 통신업종에서는 SK텔레콤이 57%를 기록한 반면 KT는 22%에 그쳤다. IT·플랫폼 업종에서는 카카오가 45%였지만 네이버는 28%를 기록했다.
세부 점수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SK텔레콤은 목표와 데이터 부문에서 각각 2.5점을 받았지만 KT는 목표 부문에서 점수를 얻지 못했고 데이터 부문도 2점에 그쳤다. 카카오는 데이터 부문에서 3점 만점을 받은 반면 네이버는 목표 부문이 0점이었다.
성과 부문은 네 기업 모두 낮았다. SK텔레콤은 0.09점, KT는 0.02점이었고 카카오와 네이버는 각각 0.05점을 기록했다. 공시와 목표 설정에 비해 재생에너지 사용과 배출 개선 등 실제 성과가 뒤처졌다는 의미다.
WBA·ITU가 평가한 한국 디지털기업 7곳의 기후평가 순위와 세부 점수. 한국 기업 평균은 41.7%로 전체 200개사 평균 48%를 밑돌았다. / 출처=WBA·ITU
삼성·SK하이닉스 배출 상위권…SBTi 목표평가는 0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제조업 특성상 전력소비와 운영배출 규모가 컸다.
삼성전자의 2024년 전력소비는 32TWh로 조사기업 가운데 3위였다. 직접 배출과 지역 전력망에서 발생한 간접 배출을 합친 운영배출도 아마존과 차이나모바일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전력소비가 13TWh로 9위였고 운영배출도 9위였다. 두 회사 모두 세계 10대 운영배출 기업에 포함됐다.
다만 두 회사는 WBA의 감축목표 부문에서 점수를 얻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데이터 공개에서 3점 만점을 받았고 SK하이닉스도 2.5점을 받았지만 SBTi 검증 기준을 적용한 목표 점수는 모두 0점이었다. 자체적인 넷제로·RE100 목표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WBA가 인정하는 SBTi 검증 목표가 없었다는 의미다.
고배출 기업 전반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 운영배출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경로에 맞춰 SBTi 검증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SBT를 보유한 기업들이 차지하는 운영배출 비중도 전체의 30%에 못 미쳤다.
평가 대상 200개사의 2024년 운영배출은 3억100만tCO2e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운영배출의 54%를 차지했고 상위 50개사로 넓히면 비중은 92%에 달했다.
다만 이번 평가는 2024 회계연도 자료를 기준으로 해 이후 기업들의 대응은 반영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DX부문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2025년 말 94.8%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2050년 넷제로와 RE100 달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2022년부터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WBA와 ITU는 최근 4년간 기업들의 감축목표와 데이터 공개 점수는 개선됐지만 실제 성과 점수는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임팩트온은 WBA의 공식 미디어 파트너로, WBA가 발표하는 글로벌 기업 벤치마크와 지속가능성 평가 결과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