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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박소현의 탄소시장 브리핑】유럽, 국제탄소시장에 다시 손을 내밀다

【박소현의 탄소시장 브리핑】유럽, 국제탄소시장에 다시 손을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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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청정개발메커니즘(CDM)을 배출권거래제에서 사실상 퇴출한 지 10여 년 만에, 국제탄소시장 활용 가능성을 다시 열었다. 지난 7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990년 대비 순배출량 90% 감축이라는 2040 기후목표에 맞춰 배출권거래제(EU ETS)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크게 ①국제 탄소크레딧 구매 조달 창구 마련 ②산업 탈탄소 전환 재투자 ③산업계 부담 완화라는 세 축으로 이뤄져 있다. 아직 초안 단계로 내년 유럽의회·이사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유럽의 국제탄소시장 재평가는 한국의 배출권거래제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2040 유럽 기후법상 국제 탄소크레딧은 목표치의 최대 5%까지 활용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유럽 집행위원회는 2036-2040년간 배출권거래제 안에서 약 2억 6000만 톤을 추가로 경매해 얻은 수익으로 국제 크레딧을 구매할 수 있는 별도의 조달 창구(facility)를 만들 방침이다. 다만 이 구조는 자연스레 리스크도 동반한다. 국제크레딧 확보에 실패하면 그만큼 EU의 자체 감축 부담이 늘어나는데, 실제로 2036~2040년 연간 감축률(LRF)이 1.7%에서 2.7%로 오르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Allied Offsets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까지 연간 크레딧 소비량은 약 2억 톤으로,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2036년 EU의 구매 계획이 예정대로 이행될지는 지켜볼 변수다. 국제크레딧 활용은 2036년 도입이며, 2031~2035년은 시범 도입 기간이다. 둘째, 배출권거래제가 탄소제거 크레딧을 직접 지원하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배출권 총량을 2억5000만 톤 늘리고 그 경매 수익으로 탄소제거 크레딧을 집행위원회가 직접 매입하는 구조를 2031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해당되는 크레딧은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 및 저장(BioCCS)와 직접 공기 포집 및 탄소저장(DACCS) 크레딧이며, 아직 초기 기술단계라 유럽 배출권 가격보다 훨씬 비싸지만, 넷제로 달성을 위해선 대기 중 온실가스 제거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배출권거래제 경매 수익으로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정작 실제 배출권 시장과는 직접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있고, 공기 포집 크레딧 뿐만 아니라 산림과 같은 자연기반 크레딧이 미포함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탄소제거 크레딧이 의무할당 체계 안에 처음으로 편입됐다는 점에서는 분명 혁신적이다. 셋째, 개정안이 제시한 산업탈탄소은행(IDB) 은 탈탄소 전환에 나서는 기업들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투자 결정을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8년부터 10년간 총 1000억 유로 조성을 목표로, 제1기인 2028~2031년(투자 부스터기)에는 배출권 4억 톤을 추가 배정해 선착순으로 고정 탄소프리미엄을 지급함으로써 초기 투자 결정을 신속화한다. 제2기부터는 경쟁입찰 방식의 탄소차액계약(CCfD)으로 전환해,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저탄소 기술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가격을 보증한다. 탄소가격 신호만으로는 대규모 산업 전환 투자를 끌어내기 부족하다는 걸 인지하고, 재정 수단으로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산업탈탄소은행을 통해 탄소제거 기술, 고배출 산업 탈탄소 전환, 재생에너지 전력화 사업 등에 투자할 수 있다. 배출권 시장의 재원이 탄소 제거 크레딧 구매 및 산업 재투자로 이어지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산업경쟁력과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유연조치도 여럿 담겼다. 배출권 과잉공급 시 유통물량을 차감하는 시장안정화조치(MSR) 차감 비율을 24%에서 12%로 낮춰, 기업이 배출권을 시장에서 더 활발히 거래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2031년 1월부터는 무상할당을 받으려면 매년 탈탄소 투자계획을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시장 유동성은 살리되 무상할당은 산업의 실질적 탈탄소 전환과 연동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탄소국경조정세(CBAM) 대상 업종의 무상할당 폐지 시점을 2034년에서 2038년으로 늦추고, 이미 줄어든 무상할당분의 15%를 2028년부터 되돌려주기로 했다. 에너지 위기, AI발 산업경쟁력 약화, 불안한 국제정세 속에서 유럽 산업이 탈탄소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는 시간을 벌어 주겠다는 신호다. 이 네 가지를 관통하는 설계 원리는 분리 와 연계 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데 있다. 국가 차원의 감축목표 조달(국제크레딧)과 기업의 배출권 의무는 분리하여 개별 기업이 아닌 집행위원회가 구매 주체가 되고 기업의 총량(Cap)은 이와 무관하게 유지된다. 그 결과 기업은 여전히 자기 배출량만큼 비싼 배출권을 직접 감축하거나 사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분리된 조달 채널의 재원은 배출권거래제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진다. 탄소제거 크레딧이든 국제크레딧이든, 모두 배출권 경매 수익으로 매입되는 구조다. 즉 배출권거래제가 자체적으로 창출한 자금이 아직 상업성이 부족한 탄소제거·해외감축 시장에 확실한 매수자로 등장하는 것이다. 기업의 감축 유인은 지키면서, 아직 비싼 탄소제거 기술에는 국가가 보증하는 수요와 가격 안정성을 제공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정부 주도의 국외사업 따로, 기업의 외부사업 따로 진행된다. 파리협정 6조 규칙에 따라 연계 가능한 부분이 있지만 시너지는 거의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 탄소시장을 활용해야 된다는 압박은 있지만 크레딧을 누가, 어떤 재원으로, 얼마에 사줄 것인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달·가격보증 장치가 없다 보니, 상쇄 한도는 열려 있어도 기업이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유인은 약하다. 철강처럼 자체 기술만으로는 감축 여력이 제한적인 다배출 업종일수록 이 공백은 더 크게 다가온다.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결국 탄소제거 크레딧이 필요한데, 그 가격·접근성·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은 크레딧을 실제로 활용하기 어렵고, 배출권거래제를 산업경쟁력 제고의 수단으로 쓸 기회도 놓치게 된다. 유럽의 개정안처럼 시장에서 나온 자금이 감축투자의 재원으로 순환되고 기업이 그 위에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유럽의 사례가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건 5년 뒤 국제탄소시장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발생할지 가늠하고, 국내 기업이 그 흐름 위에서 구매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지금부터 설계하는 일이다. ☞박소현 매니저는 박소현 매니저는 클라이밋 아크(Climate Arc)의 아시아 파트너십 매니저로, 전환금융과 자발적 탄소시장(VCM), 국제 탄소 기준 및 거버넌스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환경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VCMI(Markets and Standards)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기업 기후 클레임과 탄소시장 무결성 기준 개발에 참여했다. ICVCM 파리협정 제6조 상응조정 전문가 그룹과 Climate Action Data Trust 상응조정 태스크포스 및 유저 포럼 전문가로 활동하며 국제 탄소시장 제도 설계와 데이터 거버넌스 논의에 관여했다. 에코아이 해외감축사업팀 연구원을 거쳐 탄소시장, 국제감축사업, 기업 거버넌스 관련 다수의 국제 보고서와 가이드라인 집필에 공동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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