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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황우석 신화 무너진 자리…환자 곁 지킨 건 정직한 노력

황우석 신화 무너진 자리…환자 곁 지킨 건 정직한 노력
[사람들]
삭신 쑤신다는 푸념이 잦아지기 마련인 요즈음이다. 장모님이 얼마 전에 무릎 수술을 받으셨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마지막으로 제대혈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로 닳아버린 무릎 연골을 새 연골로 되살리는 시술을 선택했다. 병원 측은 식약처가 정식으로 인증한 방식이라며 안심하라고 했지만, 그 설명을 듣는 내내 20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름이 자꾸 떠올랐다. 무릎 위에서 만난 두 개의 시간 때맞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에게 수여했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이 22년 만에 취소됐다는 소식이 15일 들려왔다. 2005년 그가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제출한 배아줄기세포 논문이 사실은 전부 조작이었다는 게 서울대 조사와 검찰 수사로 밝혀진 지 21년이 지나서야 취소된 것이다. 당시 검찰 발표문의 한 문장은 희대의 사기극을 명확하게 요약해 준다. 줄기세포는 없고, 논문은 조작됐고, 연구비는 횡령됐고, 난자는 부적절하게 얻어졌다. 그 동안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고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국가의 행정 시계는 유독 이 사건 앞에서만 태엽 감는 것을 잊었던 모양이다. 참으로 너그럽고도 무던한 세월이다. 논문 조작과 연구비 횡령이라는 무거운 진실 앞에서도 처벌은 솜방망이처럼 푹신했다. 황 전 교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04년 이 상과 상금 3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난 뒤 2006년 서울대에서 파면됐고, 과기정통부는 같은 해 제1호 최고과학자 지위를 철회했다.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등은 취소됐지만,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관련 규정 미비로 상을 받은 지 16년이 지난 2020년에야 취소됐다. 황 박사는 정부의 시상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정부가 그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처분을 내린 점 등을 들어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판단해 황 전 교수 측의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2023년 4월 원심을 확정했다. 정부는 다시 절차를 밟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행정안전부에 황 전 교수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취소를 요청했다. 행안부는 과기부 요청을 검토해 지난 14일 국정관리시스템을 통해 대통령 재가를 요청했고, 같은 날 재가가 이뤄져 수상 22년 만에 취소가 최종 확정됐다. 정작 황 박사 본인은 국내에서 퇴출된 뒤에도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단다.  중동 억만장자 만수르의 품에 안겨 150마리가 넘는 낙타를 복제했다고 한다. 조작이라는 오점이 남았을지언정, 원천 기술 을 쥐고 있으니 이역만리 부호의 값비싼 취미 생활을 보좌하며 잘 살아가는 씁쓸한 선례를 남긴 셈이다.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얼룩 위에 쌓은 정직한 기술 조작 파문 뒤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한동안 얼어붙었고, 그 사이 미국과 영국, 일본이 주도권을 가져갔다. 반면 성체줄기세포와 제대혈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국내 연구진은 꾸준히 기술을 갈고 닦았다. 2012년에는 제대혈 성체줄기세포 치료제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이후 무릎 연골 재생 치료제로 실제 병원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2026년 1월부터는 정부가 첨단재생의료 관련 규제를 완화해 임상연구 문턱을 낮췄고, 전 세계 줄기세포 치료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180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로 매년 10% 넘게 성장하고 있다.   국립줄기세포재생센터(국립보건연구원 누리집) 장모님이 받은 시술은 그 옛날 온 나라를 들뜨게 했던 허황된 마법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그 화려했던 사기극이 남긴 불신의 얼룩을 지워내며, 많은 이들이 실험실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쌓아 올린 진짜 과학이다. 낙타나 복제하며 호의호식하는 이역만리의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게 이 조용한 기술은 지금 많은 어르신들의 아프고 닳아버린 무릎을 다시 세우고 있다. 나 역시 낙상사고로 20대에 관절경 로봇 수술을 받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날씨가 변덕을 부릴 때면 무릎이 먼저 안부를 묻는다. 파스를 붙여달라, 주물러달라, 밤새 뒤척이게 만드는 그 신호는 내 몸이 살아있다는,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소나기에 젖고, 땀에 흠뻑 젖는 오늘, 마디마디가 쑤셔 뒤척이는 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조작된 신화가 남긴 건 불신이었지만, 그 잔해 위에서 누군가는 정직하게 기술을 쌓았고, 그 기술이 지금 한 노인의 무릎을 다시 세우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삭신 아픈 밤이 오더라도, 아픔을 다독여줄 손길과 기술은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오늘 밤도 무사히 지나갈 것이다. 오늘도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의 말씀 전하고 싶다.조태희 시민기자 jotaehu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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