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캐나다 관세 전면전…이번에도 동맹은 없고 거래만 [국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8월 24일 캐나다 퀘벡주 레비스의 데이비 조선소에서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2026.8.24.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캐나다산 자동차와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2027년부터 50%로 올리겠다고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공표했다.
이는 지난 22일 양국간 무역협상이 결렬된 직후 미국이 캐나다의 일부 수입품들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가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미국의 관세규모에 상당하는 약 2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나온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24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린 개학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8.24. AP 연합뉴스
인플레・실업률 상승에 USMCA 개정 협상도 불투명
이로써 양국간 관계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더욱 어려워지게 됐으며, 미국・캐나다・멕시코 북미 3국 협정(USMCA) 개정협상 전망도 더 불투명해졌다.
이에 앞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3일 캐나다 캘거리대학 경제학자 트레버 톰브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4%까지 끌어 올릴 것(지난 7월의 전년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 3.4%)으로 추산하면서, 캐나다도 약 9만 명이 일자리를 잃어 실업률이 7%까지 치솟을 수 있다(7월 기준 6.4%)고 전망했다. 이 수치는 양국의 보복관세로 인한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보복관세의 직접적인 피해만의 추산치다. 가디언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해 8800억 달러 상당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을 했으며, 많은 캐나다인과 미국인들이 상대국에서 일하고 있다.
캐나다 상공회의소 캔더스 레잉 회장은 이번 관세 부과가 북미의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로 인해 미국인들의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캐나다 소비자와 투자자,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캐나다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과 함께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 행사에 참석했다. 루트닉 장관은 캐나다의 자동차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목표임을 분명히 밝혀왔다. 뉴욕타임스 8월 25일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에게 정치적 부담
매체들은 이번 조치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10월 앨버타 주의 분리독립 관련 주민투표를 앞둔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의 정치적 입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미국의 농산물에 대한 캐나다의 불법적인 관세는 미국 농가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600억 달러나 되는 무역적자를 초래했다. 이런 상황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캐나다산 트럭 등을 포함한 모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50%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까지 캐나다를 미국 일부의 주”처럼 취급해 왔으나 이제 그것을 철회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22일 1930년에 제정된 보호무역법인 ‘스무트-홀리’법에 의거해 캐나다산 유제품과 하키 스틱 등 수백개의 품목들에 50%의 추가관세를 부과(같은 날 미국 동부시각 오전 0시 1분부터 시행)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오는 9월 8일부터 미국과 동일한 2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미국에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철강과 가전제품, 유제품에 대한 자세한 추가관세 조치 내용을 조만간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무효화한 지난해 35% 추가관세 대체
트럼프 정권은 2025년에 캐나다산 수입품에 원칙적으로 35%의 추가관세를 부과했으나, 올해 2월에 연방 대법원이 이를 위법이라며 무효화했으며, 이번 트럼프의 새로운 추가관세 부과는 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조치를 대체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조치가 캐나다가 미국산 자동차와 유제품에 대한 수입을 규제하고, 미국산 주류의 유통을 규제하는 것 등에 대한 대항조치라 주장하고 있다.
22일의 50%의 추가관세 대상 품목은 500개가 넘고 액수로는 약 200억 달러가 넘는제, 지동차 등 분야별(품목별) 관세 대상 제품들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24일 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관세는 22일 추가관세와는 다른 분야(품목)별 관세대상에 대한 것이다.
트럼프 정권은 원래 8월 19일 캐나다에 대한 추가관세를 발동할 에정이었으나 협상 기한을 3일 더 연장했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통상대표부(USTR) 대표와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대미관계 및 무역 담당장관이 협상을 계속했으나 막판에 결렬됐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캐나다가 자동차와 철강 등 미국이 양보할 수 없는 분야의 관세 인하를 요구했다며, 캐나다에서는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야당 쪽의 요구가 카니 총리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안보공동체서 ‘거래적 관계’로 바뀐 미국 동맹관
카니 캐나다 총리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교섭을 벌였으나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불충분했다”며, 미국이 막바지에 협상 조건을 바꿔 거래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돼 21일 밤에 르블랑 장관 등 협상단에게 교섭을 중단하고 귀국하라고 명했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22일 연설에서 우리는 애초에 미국이 변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캐나다의 주권을 놓고 타협하거나 주요산업에서 손해 볼 생각은 없었다”고 했고, 공격을 받는다면 그것은 전쟁상태이고, 우리는 공격을 받았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트럼프 정권의 조치를 캐나다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그는 또 캐나다 미국 멕시코는 북미의 3형제로 우호관계를 다져야 하는데 미국 현정권은 그것을 계속 짓밟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동맹관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지적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제 동맹이란 공통의 가치관에 기초한 항구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로 평가되는 ‘거래적 관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캐나다가 동맹국이기 때문에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가 미국에 경제적, 안보적으로 많이 의존하고 있으니 캐나다를 압박해서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는 거래적 관점에서 동맹관계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과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도 성명을 내고 캐나다의 새로운 요구와 이제까지의 합의사항 철회로 최근 며칠 쌓아 온 신중한 교섭 밸런스(균형)가 무너졌다”면서, 디지털 무역과 항공 우주, 주요 광물 등에서의 협력을 포함한 역사적인 경제・안전보장 파트너십”을 캐나다가 무산시켰다며 비난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따르면, 수출액 규모로 보면 캐나다의 전자기기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며, 그에 이어 플라스틱 제품과 가구 등의 순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이번 조치, 양국 경제보다 정치에 더 큰 영향
한편 지난 7월이 협정에서 정한 개정 기한이었던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의 경우, 미국과 멕시코는 순조롭게 개정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미국과 캐나다는 아직 정식으로 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다. 그리어 미국 대표는 지난 21일 미국-캐나다 무역협상이 마무리되면 USMCA 협상이 정식으로 시작된다고 발표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캐나다 무역협상 결렬로 USMCA 개정 협상 전망까지 불투명해진 셈이다.
이번 미국-캐나다 무역관계 파탄이 경제에 끼칠 영향보다 정치적 파급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에 맞서는 용기로 캐나다에서 인기를 얻은 카니 총리는 양국관계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국민들은 특히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비롯한 그의 캐나다 정책에 분노하고 있다.
가디언 22일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캐나다 합방을 정당화했다는 피트 호크스트라 캐나다 주재 미국대사를 추방하라는 청원에 약 24만 8000명이 서명했다. 온타리오 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는 지난 7월에 캐나다가 미국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우리가 원한다면 미국을 해체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캐나다가 이 문제로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약 절반 정도를 공급하고 있는 앨버타 주의 경우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대상에서 거의 제외돼 있고, 대니엘 스미스 앨버타 주지사를 비롯한 일부 주지자들은 훨씬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는 10월 말에는 앨버타 주민들이 캐나다에 잔류할 것인지 아니면 분리 독립해 미국과 더 밀착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지를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만일 캐나다 연방정부가 앨버타 주의 부유층 주민들을 최대 고객인 미국과의 관계에서 단절시키는 대미 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카니 총리로서는 큰 정치적 부담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분리주의 정당인 궤벡당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퀘벡 주도 10월에 새로운 주 정부 구성을 위한 투표가 실시되는데, 카니 총리가 공언한대로 대미 무역 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이 또한 그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길 것이다. 그가 보복조치 시행을 9월 8일까지 일단 미룬 것도 당장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카니 총리가 중간선거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미국의 정치상황, 특히 캐나다산 수입품의 가격 상승으로 악화된 미국인들의 생활비 문제(인플레)가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게 될 상황이 그를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내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