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를 사고 로…책임 지우려 한 윤석열 정부 [뉴스] 이태원참사에 대한 용어변경 논의 담긴 중대본 1차 회의록. 연합뉴스 자료사진
10·29 이태원 참사 다음 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 회의에서 참사·압사 희생자 용어를 사고 사망자 로 바꾼 사실이 정부 회의록을 통해 공식 확인됐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가 책임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용어를 변경하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는 취지의 행안부 공무원 진술도 확보됐다.
이 전 장관은 참사 발생 일주일 뒤 국회에 출석해 용어 변경과 관련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재난안전법에 있는 용어 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정부의 책임 회피 목적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8일 63차 위원회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지난 7~8일 실시한 행안부 실지조사 결과 윤 전 대통령 주재 1차 중대본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참사·압사 희생자·피해자 를 사고 사망자 로 변경하기로 하고 중앙부처와 지자체에 즉시 전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중대본 회의록과 당시 업무 담당자들이 사용한 피시(PC), 전자결재, 메모, 보고 등 36건의 자료를 비롯해 행안부 고위 공무원 등 중대본 참석자,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향 전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등의 참고인 진술을 통해 파악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중대본 1차 회의록에는 이상민 전 장관이 가해자가 없는 이번 사고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자·희생자 등을 사고 사망자·사상자로 표현이 필요하다 고 발언했다고 기재됐다. 오세훈 서울시도 사고 명칭을 건의했다. 김의승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사고 원인이 조사 중인 점을 감안해 원인이 확실히 밝혀질 때까지 사고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변경 건의한다 고 발언했다.
중대본 회의 지시 사항 및 건의사항 조치결과 라는 문건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이 지시한 용어 변경 은 모든 중앙부처에 즉시 전파됐고, 지자체의 경우 참사 다음 날 오후 4시 차관급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주재한 시·도 부단체장 영상회의를 통해 전파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울러 특조위는 공식적인 회의 문건에는 상당히 정제되고 순화된 표현이 기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며, 중대본 회의에서 참사 등의 용어를 변경하도록 한 이유와 관련한 참고인들의 구체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건으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특조위가 확보한 중대본 비상근무자의 참고인 진술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중대본 회의에서 참사나 희생자·피해자 용어를 쓰는 것은 나중에 국가의 책임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사고·사망자·사상자로 용어를 변경·통일하는 것이 좋겠다 고 말했다.
행안부 국장급 공무원도 이 장관이 희생자, 피해자라는 용어를 정부에서 쓰면 정부가 나중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길 수 있어 중립적인 용어로 써야 한다고 발언했다 고 진술했다.
1차 중대본 회의에 참석했던 박향 전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조규홍 전 복지부 장관 지시에 따라 복지부, 소방청·소방본부, 전국 재난거점병원별 재난책임자, 시·도 응급의료기관 관계자 등 다수가 참여한 카카오톡방에 대통령 주재 회의 결과 이태원 압사 사건을 압사를 제외하시고 이태원 사고로 요청드린다 라는 글을 썼다고 진술했다.
조규홍 전 복지부 장관도 대통령이 아직 사고 원인이 밝혀진 것이 없고 법적인 용어를 쓰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용어에 대해 정리하자고 말했다 고 진술했다.
중대본 회의록과 문건, 중대본에 참석한 고위 공무원들의 진술, 카카오톡 내용 등은 당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등 참사 책임자들이 향후 예상되는 법적 책임을 축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참사 압사 희생자 피해자 등의 단어를 뺀 정황을 뒷받침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2022.11.3. 연합뉴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참사 발생 일주일 뒤 국회에 출석해 법적 책임 문제 때문에 용어를 바꿨다 는 행안부 공무원 등의 참고인 진술과 정면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2022년 11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이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사망자로 통일해 달라고 지자체에 협조 요청을 구한 게 장관의 독자적 판단이냐 고 묻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재난안전법에 있는 용어 라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이태원 사고인가, 이태원 참사인가 라는 천 의원 질의엔, 거의 참사 수준의 사고라고 생각한다 라고 답했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인가, 희생자인가 라는 물음엔 사망자라고 할 수도 있고 희생자라고 할 수도 있다 고 했다. 당시 정부의 용어 변경에 비판 여론이 들끓자, 책임 회피를 위해 사망자일 수도 희생자일 수도 있다 는 식의 모호힌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조위는 이번 행안부 실지조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 용어 변경으로 국가 책임 회피가 드러난 만큼 추가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조위 관계자는 용어 변경 지시의 전파 경로와 대통령·국무총리 발언의 내용, 실제 회의 진행과 회의록 기재 내용의 차이 등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조위는 행안부의 자료 미제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행안부에 중대본 회의 현황과 회의록을 요구했지만 행안부는 참사 당시 회의 계획 을 제외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며 이번 실지조사를 통해 중대본 회의록과 회의 결과 자료가 존재한 사실이 확인돼 행안부의 자료 미제출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 이라고 전했다.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