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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김형욱 중정부장이 젊고 유능한 심복 이라 했던 검사

김형욱 중정부장이 젊고 유능한 심복 이라 했던 검사
[사람들]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3권을 펼쳤다. 최대현(崔大賢, 1926~1984) 항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1964년 제1차 인혁당 사건이다. 서울지검 공안부장과 검사들이 증거가 없다 며 사표를 던지기로 단체 결의했다. 그런데 그 결의에 동참하기로 했던 최대현은 약속한 날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도 안 되는 상태로 약속을 어기고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동료 셋은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최대현만 남았다. 중앙정보부장 김형욱(1923~1979)은 훗날 회고록에서 그를 내 심복처럼 움직이던 젊고 유능한 검사 라 불렀다. 기개를 지킨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한 사람. 그가 박정희(1917~1979) 정권 18년 동안 가장 화려한 정치검사 경력을 쌓았다. 1926년 서울 출생, 승마를 즐긴 부유한 청년, 무자격 군법무관 최대현은 1926년 2월 9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가정환경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승마를 즐겼다는 것으로 보아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1947년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사법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1951년 변호사 자격이 있거나 법대를 졸업하고 영어에 능통한 자를 특별 채용하는 군법무장교 후보생에 선발돼 1개월 훈련 후 중위로 임관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 살 아래 동기 신직수(1927~1998)와 인연을 맺는다. 두 사람은 모두 나중에 군법무관 임용고시(전역 후 변호사 자격을 주는 특혜성 시험)를 통과해 정식 법률가가 됐다. 시험 한 번 보지 않고 법률가가 된 사람들이, 나중에 사법권력의 핵심을 차지했다.   최대현(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세계사 속의 동류, 빈자리를 채운 충성파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구조가 떠오른다. 소련의 대숙청 시기, 양심 있는 관료가 기소나 처형을 거부하면 체제는 즉각 더 순응적인 인물로 빈자리를 채웠다. 거부한 자는 역사에 양심의 기록으로 남았지만, 그 빈자리를 메운 자는 체제의 진짜 도구가 됐다. 최대현이 바로 그 자리를 메운 인물이다. 동료들이 떠난 틈을 타 박정희 정권 18년을 관통하는 정치검사로 성장했다.   최대현(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64년 제1차 인혁당 사건, 빨갱이 사건에 일일이 증거 운운할 수 있겠소 1964년 8월,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이 인민혁명당 사건을 발표했다. 사건을 송치 받은 서울지검 공안부장 이용훈과 검사 최대현·김병리·장원찬 4명은 2주간 면밀히 수사한 끝에 핵심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검찰총장 신직수와 서울지검장 서주연(1920~1979)은 빨갱이 사건에 일일이 증거 운운할 수 있겠소 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기소하라고 압박했다. 김형욱은 최대현에게 직접 말했다. 재판 결과야 어떻게 나든 간에 단 한 명이라도 기소는 해야 할 것 아니냐. 압박을 받은 최대현은 혐의를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구성죄에서 반공법상 찬양·동조죄로 낮추자는 의견을 냈다. 결국 동료 3명은 사표를 던지고 검찰을 떠났지만 최대현은 약속을 어기고 자리를 지켰다. 검찰의 기개가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박정희는 사표를 내지 않은 그에게 요직과 국회의원직까지 안겨주며 보답했다.   제1차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 당시 법정(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경향신문 강제매각, 사장에게 간첩방조 누명을 씌우다 1965년 박정희가 경향신문 강제매각을 시도하자, 최대현은 신문사를 압박하기 위해 사장 이준구를 간첩방조 혐의로 조작 기소했다. 공소장은 거의 소설 수준의 허위였다. 2005년 국정원 과거사위원회 조사결과, 윤우현이라는 인물을 북한공작원으로 둔갑시킨 것부터 모든 혐의가 조작이었음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대부분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중앙정보부는 별건으로 경향신문 사장을 협박해 신문사를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 는 폭언까지 했다가 국회에서 폭로돼 해임되는 일도 있었다.   영화감독 유현목, 피카소 크레파스, 반공법의 요술 방망이 최대현은 반공법을 박정희 정권과 다른 목소리를 단속하는 요술 방망이 처럼 휘둘렀다. 1965년 영화감독 유현목이 대한민국 국시는 반공일 수 없다 고 발언했다는 이유로 반공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이후 별건으로 음화제조죄(영화 〈춘몽〉의 나체장면)까지 끼워 넣어 기소했다. 1969년에는 초등학생들이 쓰는 피카소 크레파스 의 제조업자까지 반공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파블로 피카소가 1944년 프랑스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이유였다. 코미디언이 방송에서 피카소 그림같이 훌륭하다 고 말한 것조차 조사대상이 됐다.   [나의生 나의藝] 6. 영화감독 유현목 - 경향신문 야당 정치인 압박, 김대중을 9시간 반 신문 1965년 최대현은 민중당 국회의원 김대중(1924~2009)이 박정희 정권을 비판한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입건해 9시간 반 동안 신문(訊問)했다. 김대중은 해방 이후 7차례나 구속됐지만 이번처럼 질기고 교묘한 화법으로 올가미를 씌우려 한 신문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고 토로했다. 윤보선(1897~1990), 김재광 등 야당 정치인들도 같은 시기 입건됐다.   젊은 시절 김대중(김대중학술원) 1969년 이수근·박노수·김규남, 사형으로 내몬 조작들 최대현은 남한으로 귀순했던 이수근이 제3국으로 출국하려다 체포되자 이중간첩으로 조작해 기소, 사형으로 내몰았다. 같은 해 국제법학자 박노수와 공화당 국회의원 김규남도 간첩행위로 과장 조작해 기소, 사형 당하게 만들었다. 두 사건 모두 수십 년 뒤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수근의 사형 선고 소식을 전하는 1969년 5월 10일자 1면 기사 1971년 사법파동, 권력의 분노를 대신 집행하다 서울지검 공안부장이 된 최대현은 1971년 국가배상법 위헌판결로 박정희가 격노하고 시국사건들의 무죄 선고가 잇따르자, 사법부를 길들이기 위해 사법파동을 일으켰다. 판사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지휘한 것이 바로 최대현이었다.   1971년 사법파동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 김정강 사건, 손도장을 강요하다 실패 서울대 문리대 불꽃회 사건에서 최대현은 피의자 김정강이 검찰 복도에서 동료와 말을 맞춰 조사내용을 부인하자 흥분해서 마음대로 조서를 작성해서 손도장을 찍으라 고 강요했다. 김정강이 끝까지 저항해 그 시도는 관철되지 못했다.   서울대 문리대 불꽃회 사건을 보도한 당시 신문기사(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71년 이후, 청와대 사정비서관, 관세청장, 국회의원 최대현은 1971년 대통령 사정담당특별보좌관실 비서관, 1974년 관세청장, 1978년 유정회 국회의원을 차례로 지냈다. 정인숙 여인 피살사건 같은 권력층 비리는 철저히 은폐했다. 1984년 7월 30일, 승마 중 사고로 사망했다. 평생 즐겼던 승마가 그의 마지막이었다.   최대현(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에서 소련 대숙청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거부한 자와 그 빈자리를 채운 자 의 구조다. 최대현은 그 빈자리를 채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로 18년간 권력의 정점을 오갔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최대현을 떠올렸다. 재판결과야 어떻게 나든 기소는 해야 할 것 아니냐 는 김형욱의 그 말이, 정의가 아니라 명령의 충실한 집행이 곧 출세였던 한국 공안검찰의 본질을 압축한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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