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온실가스 예산, 배출사업까지 관리…경기 감축예산 121.6%↑ [환경] 도로·건설 등 온실가스 배출을 늘릴 수 있는 사업이 지방정부 기후예산 관리 대상에 들어왔다.
기후재정포럼은 9일 ‘지방정부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서울·경기·경남·광주·전남 등은 중앙정부와 달리 감축사업뿐 아니라 배출사업도 예산에서 별도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 도로·건설도 배출사업 분류…경기 감축예산 121.6%↑
서울은 건물 신축·재건축과 일반 도로·주차장 건설, 냉난방비 지원 등을 배출사업으로 분류했다. 경기도도 화석연료 사용이나 토지이용 변화, 교통량 증가로 배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을 별도로 구분했다.
중앙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사업만 예산서에 담는 것과 차이가 있다. 지방정부에서는 기존 개발·인프라 사업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늘리는지도 예산 단계에서 함께 확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예산 변화는 경기도에서 두드러졌다. 경기도의 2025년 감축사업 예산은 전년보다 121.6% 증가한 2조6461억원이었다. 배출사업 예산은 23.5% 감소한 8403억원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는 일부 배출사업에 감축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도로사업에는 친환경 건설장비 도입과 보행·자전거 이동 여건 개선을 검토하고, 공공건축에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강화와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제안했다.
다만 보고서는 경기도의 예산 변화가 제도적으로 감축사업 확대와 배출사업 축소를 반복시키는 단계까지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17곳 중 10곳 도입…예산서 공개는 서울·전북·경남뿐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를 작성하는 광역지자체도 늘고 있다. 2025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10곳이 예산서를 작성했다. 2023년 7곳에서 3곳 늘었다.
기후재정포럼은 이 가운데 서울·부산·인천·광주·경기·경남·전북·전남·제주 등 9곳을 비교했다. 기후재정포럼은 녹색전환연구소와 이로움재단, 조세·재정·기후 분야 연구자들이 참여해 기후예산과 조세·재원조달 등을 연구하는 협의체다.
2025년 9개 광역지자체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 운영 방식을 비교한 결과, 서울·경기·경남·광주·전남·제주는 감축사업뿐 아니라 배출사업도 함께 분류했다. / 출처=기후재정포럼
지자체마다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경남은 행정운영경비와 재무활동비 등을 제외한 사업을 폭넓게 분석했고, 제주는 내역사업 단위까지 감축·배출 영향을 나눴다. 반면 인천과 전북은 배출사업까지 예산 전체를 분류하기보다 감축사업을 선별해 제시했다.
공개는 제도 도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예산서를 작성한 10곳 가운데 외부에 공개한 곳은 서울·전북·경남 등 3곳이었다.
예산 편성에 다시 반영하는 절차도 과제로 남았다. 보고서는 감축·배출사업 분류와 감축량 산정은 늘었지만, 그 결과가 다음 연도 감축사업 증액이나 배출사업 감액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지방 기후예산 법제화 논의…해외도 재정지출 환경영향 평가
국회에서는 지방정부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을 법정 예·결산 절차에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해식 의원 등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지방정부가 예산의 온실가스 감축 영향을 분석해 재정 운용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중앙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지만 지방정부에는 같은 의무를 규정한 지방재정법 조항이 없다. 기후재정포럼은 지방정부 예산서 작성과 공개를 의무화하고 예산·결산과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해외에서도 지방재정의 환경영향을 따지는 제도가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지방정부 녹색예산 제도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지방공공단체에 환경예산 부속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2025·2026회계연도에는 투자지출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완화와 생물다양성 영향을 평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방정부의 녹색예산이 저탄소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부족한 재원을 파악해 환경목표와 재정지출을 연결하는 수단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