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에 청정 전력 공급 발판 마련...세이지, 美 지열발전 상용화 성큼 [환경] 미국에서 ‘차세대 지열 발전’이 연구실을 벗어나 전력망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추와 지하 파쇄 기술을 활용해 지하에 인공 저수지를 만들고, 여기서 24시간 전기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미국 지열 스타트업 세이지 지오시스템즈(Sage Geosystems)가 텍사스 남부 크리스틴 지역에 설치한 차세대 지열파일럿 발전소 가동에 성공했다고 19일(현지시각) 카나리미디어가 밝혔다.
규모만 보면 3MW에 불과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전력망에 직접 연결된 3번째 차세대 지열발전 실증 사례이기 때문이다.
2013년 오르맛 테크놀로지스(Ormat Technologies, NYSE: ORA)가 네바다 데저트피크에서 1.7MW 규모의 EGS를 가동했고, 2023년 퍼보 에너지(NASDAQ: FRVO)가 구글과 함께 네바다에서 3.5MW 규모 ‘프로젝트 레드(Project Red)’를 가동했다. 오르맛의 초기 실증설비는 현재 전력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미국 지열 스타트업 세이지 지오시스템즈(Sage Geosystems)가 텍사스 남부 크리스틴 지역에 설치한 차세대 지열파일럿 발전소 가동에 성공했다./ 세이지
‘유니콘 지질’ 한계 깬 인공 균열 기술… 물 손실률 10% 미만 억제
세이지 지오시스템즈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3MW 규모의 파일럿 발전소가 120일 이상의 전력망 연계 운영 기간 동안 예측된 수준의 높은 신뢰성을 입증했다.
회사는 2024년 샌미겔 전기협동조합(San Miguel Electric Cooperative)과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부지 활용 계약을 맺고 자체 변전소를 구축해 텍사스 전력망에 전력을 간헐적으로 공급해 왔다.
신디 태프(Cindy Taff) 세이지 지오시스템즈 CEO는 이번 성과가 네바다주에서 추진할 오르맛 테크놀로지스와의 협력 프로젝트에서 불확실성과 기술적 위험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실증은 세이지가 빅테크 기업 메타와 체결한 150MW 규모 지열 발전 공급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핵심적인 사전 검증 단계로 평가받는다.
인공 균열 기술… 물 손실률 10% 미만 억제
세이지가 도입한 인공저류층생성 지열시스템(EGS) 은 고온의 지하 암반층을 깊게 시추한 뒤 인공적인 균열망을 형성해 물을 주입ㆍ순환시켜 열을 회수하는 차세대 방식이다. 이는 물과 열, 자연 투과성 암석이 우연히 갖춰진 극소수의 천연 부지에서만 가능한 전통적인 지열 발전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EGS를 통해 자연적으로 뜨거운 물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까지 지열 발전 가능 지역을 확대할 수 있다 고 보고 있다.
세이지의 방식은 여기서도 조금 다르다. 퍼보 에너지가 여러 지하 균열을 따라 물을 한 우물에서 다른 우물로 계속 순환시키는 데 집중한다면, 세이지는 지하 균열에 물을 넣어 압력을 높인 뒤 이를 반복적으로 방출한다. 땅속을 일종의 ‘압력 탱크’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세이지는 이를 ‘압력 지열(Pressure Geothermal)’이라고 부른다. 지하의 열에너지뿐 아니라 물이 암석을 밀어내며 축적한 기계적 압력까지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인공 지열 발전에서 물 손실이 많아지면 발전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세이지는 수차례 물을 순환시키는 과정에서 물 손실률을 10% 미만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개발한 지하 모델링 시스템 ‘지오트윈(GeoTwin)’도 실제 지하 압력과 저수지 움직임을 상당 부분 예측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세이지는 장기적으로 물 손실률을 5%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MW 다음은 150MW…목적지는 AI 데이터센터
세이지가 3MW 실증설비를 만든 진짜 이유는 그다음 프로젝트에 있다.
회사는 오르맛과 손잡고 네바다의 기존 지열 발전소에서 첫 상업용 압력 지열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세이지가 지하에서 뜨거운 물을 끌어올리면 오르맛이 이미 보유한 지상 발전설비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구조다. 신규 송전망과 발전소를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없어 차세대 기술의 상용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네바다 프로젝트는 2027년 초기 발전을 시작해 2028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르맛은 기술 협력에 그치지 않고 올해 1월 세이지의 9700만달러(약 1340억원) 이상 규모 시리즈B 투자 라운드를 공동 주도하면서 2500만달러(약 346억원)를 직접 투자했다. 50년 넘게 전통 지열발전을 해온 업체가 차세대 EGS 기술에 자본까지 넣기 시작한 셈이다.
그다음 단계로, 세이지는 메타와 미국 로키산맥 동쪽 지역에서 최대 150MW 규모의 차세대 지열 발전을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세이지가 추진 중인 전체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규모는 약 1기가와트(GW)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