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목요일’, 코스피 5500대로 밀려…반등 계기는? [뉴스]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논란이 다시 부각된 가운데 코스피가 15일 7% 넘게 급락했다. 코스피는 속절 없이 5500대로 밀렸고 코스닥도 초토화상태다.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장 중에 계속 울리는 가운데 외국인들은 줄기차게 매물을 던졌다. 중국 반도체의 추격에 더해 AI대표기업 엔트로픽의 실적이 실망스럽고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예상을 웃도는 등 악재가 쏟아졌다. 선진국 증시 중 유독 우리나라 증시의 낙폭이 심각한데 메모리 위주의 산업에다 지난 7월의 단일종목레버리지 ETF폭락 사태가 남긴 투심 훼손이 회복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증시의 본격적인 반등은 금리 상단이 확인되고 미국-이란 전쟁이 끝날 때가 아닌가 싶다.
피바다가 연상되는 증시…서킷 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 사이에서
1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54.59포인트(7.57%) 내린 5,554.22로 장을 마쳤다.
이날 지수의 하락폭과 하락률은 모두 지난 7월 28일(732.09포인트, -10.84%) 이후 약 두달 반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한 코스피는 이 기간 총 1,449.52포인트(21%) 폭락했다.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은 지난 2024년 9월 3일부터 11일까지 연일 내렸던 사례 이후 2년여만에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4월 7일 (5,494.78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만 보면 지수는 전장 대비 335.80포인트(5.59%) 내린 5,673.01로 출발해 오후 들어 한 때 5,450.81(-9.29%)까지 밀리면서 5,500선마저 이탈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하락폭을 일부 회복해 5,500선은 사수한 채로 마감했다.
한편 장 초반 급락세에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가 차례대로 발동되기도 했다. 양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같은 날 울린 것은 지난 7월 29일 이후 약 두달 반 만이다.
그런 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8% 이상 폭락하면서 양 시장에 연이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각각 매매가 20분간 일시 중단됐다. 이 또한 지난 7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는 63.06포인트(7.65%) 내린 760.82로 마감했다. 이런 하락폭은 지난 6월 23일(76.88포인트) 이후, 하락률은 지난 7월 28일(-7.72%) 이후 최대다.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간 코스닥은 총 159.10포인트(17%) 급락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기준가보다 6.3원 오른 1,344.6원을 나타냈다.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및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6008.81) 대비 335.8p(5.59%) 내린 5673.01로 개장했다. 2026.10.15. 연합뉴스
외국인들의 투매는 대관절 언제 멈출까?
정규장 마감 시점,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3조 6340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 2886억원과 1조 6906억원 매수 우위였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3280억원을 순매수했다.
일별 순매도 규모는 지난 2일 1080억원에서 6일 1조 7577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13일 4조 5789억원, 14일 1조 1791억원, 이날 3조 646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날 38.29%로 집계돼(한국거래소 기준) 지난 5월 4일(38.17%)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를 이끄는 투톱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폭락세가 기록적이다.
최근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약진과 증설에 따른 공급 확대, AI 인프라 투자 자금조달 병목 우려에 이어 미 증시 내 기술주와 반도체주의 약세 지속까지 겹친 탓이다.
삼성전자(-9.48%)는 21만원으로 거래를 마쳤으며 장중 한때 20만 4500원(-11.85%)으로 ‘20만 전자’를 위협받기도 했다. SK하이닉스(-11.06%)는 126만 2000원으로 매매를 종료했으며 한때 123만 8000원(-12.76%)까지 출렁이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하락률은 지난 7월 28일(-13.39%) 이후 최고 수준이며,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날(-14.65%) 이후 하락률이 가장 높다.
지난 7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는 6만 6000원(24%), SK하이닉스는 57만 9000원(31%)씩 하락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4조 8156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SK하이닉스는 9조 290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엔트로픽 기고, 물가 뛰고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진 국내 증시를 강타한 건 예상을 웃돈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기대에 못미친 엔트로픽 실적이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9.1% 오른 영향이 컸지만, 에너지 이외 품목도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광범위한 물가 압력이 확인됐다.
미 아칸소주의 한 월마트 매장. AFP 연합뉴스
한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6년 약 1조 달러에 이어 2027∼2030년 추가로 6조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른 투자비용과 금융비용, 투자자본수익률을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8조 5000억 달러의 매출이 필요하나 실제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최대 3조 60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상무는 이는 AI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더라도 대규모 설비투자가 충분한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확대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날 개장 전 발표된 앤트로픽 3분기 실적은 시장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앤트로픽 3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45% 성장했지만, 매출 증가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앤트로픽의 분기별 매출은 1분기 47억달러, 2분기 115억달러, 3분기 168억달러다.
앤트로픽 로고[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독 우리나라 증시가 낙폭이 큰 까닭은?
한편 앤트로픽의 실적 실망감 등을 계기로 인공지능(AI) 산업 수익성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15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유독 한국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진 모양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88%와 4.30% 급락했고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주식시장도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4.90% 내린 64,425.95, 대만 가권지수는 3.41% 내린 46,969.87로 거래를 마쳤다.
한국시간 오후 3시 50분 현재 중국 상해종합지수와 심천 종합지수는 각각 1.91%와 2.81%씩 하락했으며, 홍콩 항셍지수 낙폭은 1.42%에 그치고 있다.
주요국 증시 하락률, 자료 : 연합인포멕스
직접적인 방아쇠는 엔트로픽의 실적 저조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코어위브 회사채 금리 급등에 더해 앤트로픽 매출 성장세 둔화가 확인되면서 AI 산업의 수익성과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은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재료이지만, 선두주자로 꼽히는 앤트로픽의 매출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것으로 드러나자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는 무게감이 달라진 셈이다.
가뜩이나 이란 전쟁의 여파로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으며 빅테크의 자본조달 부담이 커진 가운데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약진과, 주요 반도체 기업의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확대 우려 등이 시장을 억누르던 상황에서 이런 이슈까지 재점화하자 글로벌 반도체주 주가는 급락을 면치 못했다.
이날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9.48% 내린 21만원으로 정규장 거래를 마무리했다. SK하이닉스도 11.06% 폭락한 126만 2000원으로 마감하면서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1000조원 선 아래로 내려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날 장 마감 기준으로 46.92%에 이른다. 이 두 종목 주가만 흔들려도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TSMC를 위시한 반도체 업종의 비중이 큰 대만 증시의 이날 낙폭은 3.41%로 코스피 낙폭(-7.57%)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볼 때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큰 데는 다른 문제도 있어 보인다.
대만과 비교해 한국은 메모리 중심 실적 성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7월 급락장의 후유증으로 악재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약해진 상태란 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
당시 여파로 개인 투자자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있고,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도 매수 여력이 제한되면서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낼 때마다 증시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 중이어서다.
삼성전자, 세계 최초 HBM4 양산 출하,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 금리의 상방이 확인되고 전쟁이 종식되어야 반등이 본격화 될 가능성 높아
지난 두 달여 간 7,000선 부근에서 등락했던 코스피는 이달 들어 박스권 탈피를 위한 반등 모멘텀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지난 8일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새 활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10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 역대급 실적에도 셀온 매물 출회 등의 영향으로 지수는 오히려 하락했다.
이정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방 비둘기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며 에너지 가격 상승의 파급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이 확인된다면 최종금리 수준은 기존 예상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외국인 공백을 메울 개인과 기관투자자의 여력도 부족하다.
통상 지수 하락이 거셀 때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국민연금은 상반기 상승장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조정하지 않은 탓에 현재 매수 여력이 다소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도 점차 마무리되며 지수 방어선이 사라지자 반발매수세 유입에 따른 기계적 반등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달 말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와 삼성전자의 컨퍼런스콜이 그나마 기대할만한 일정”이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여기에 추가 주주환원책도 발표한다면 안도 시그널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증시는 지난 7월 단일종목 반도체 레버리지ETF사태로 투심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정부의 명백한 실책이었다. 그런 마당에 글로벌 금리 상승과 중국반도체의 추격, 인플레이션의 습격과 AI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동시에 터지고 있다. 본디 악재는 혼자 오지 않고 장이 나쁠 땐 작은 악재도 과대평가하는 법이다.
우리나라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계기들이 필요하다.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의 종식과 글로벌 금리의 상단 확인이 그 계기들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 산업 수익성 논란 재점화 등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폭락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코스닥 종가가 표시돼있다. 2026.10.15.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