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5조유로 공공조달법 전면 개편…품질 30%·유럽산 우대 [입찰] 유럽연합(EU)이 연간 약 2.5조유로 규모의 공공조달 규칙을 전면 개편해 품질 평가 비중을 최소 30%로 높이고 환경·사회·공급망 기준과 유럽산 우대 요소를 강화한다. / 출처=언스플래시
유럽연합(EU)이 공공조달의 가격 중심 평가를 손본다.
EU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시각) 공공조달법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연간 약 2.5조유로(약 3956조원) 규모의 공공조달에서 품질 평가 비중을 최소 30%로 두고 환경·사회·혁신뿐 아니라 공급망 회복력과 유럽산 우대도 낙찰 기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가격 외 요소를 강화해 공공 구매력을 산업·기후·공급망 정책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품질 최소 30%…가격만으로 낙찰하던 관행 줄인다
EU 공공조달에서 품질 평가가 새로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제도에서도 가격과 품질을 함께 평가할 수 있지만 집행위는 가격만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고 환경·사회·혁신 기준 활용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새 법안은 가격과 품질을 함께 따지는 방식을 기본 낙찰 원칙으로 정했다. 전체 평가점수 가운데 품질에 최소 30%를 배정하고, 청소·경비처럼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계약은 최소 50%를 적용한다. 환경·기후 성과와 사회적 요소, 혁신, 안보, 공급망 회복력 등이 품질 기준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품질 30%가 환경·사회 기준 30%를 뜻하지는 않는다. 발주기관이 기술규격이나 계약조건으로 품질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설명하면 최소 배점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격 외 평가를 허용하던 단계에서 품질을 기본 평가축으로 끌어올리는 변화다.
구매가격 외 비용도 따질 수 있다. 생애주기 비용을 적용하면 에너지 사용과 유지·재활용 비용뿐 아니라 금액으로 산정하고 검증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기후 비용도 반영할 수 있다.
EU·협정국 우대 가능…비협정국 저가 입찰 견제
산업과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강화된다.
발주기관은 EU 기업이나 EU 공공조달시장 접근권을 가진 국가의 기업·제품을 우대하는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EU 또는 협정국에서 조달한 제품·서비스·공사의 가치가 전체 입찰금액의 50%에 못 미치는 입찰을 배제하는 것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대체 공급자가 없거나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우에는 예외를 둘 수 있다.
한국 기업의 EU 공공조달 참여가 막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EU는 모두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GPA) 당사국이어서 협정 적용 대상 입찰에는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발주기관과 품목, 계약금액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 개별 입찰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배터리와 건설제품 등에는 환경·공급망 요건도 강화된다. EU는 탄소배출과 재활용성, 수리 가능성, 공급망 추적정보 등을 입찰 조건이나 평가 기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기업도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환경성과 공급망 정보를 입찰 단계에서 증빙해야 할 가능성이
NZIA·산업가속화법 이어 공공조달 전체로 확대
이번 개편은 특정 산업에서 추진하던 조달정책을 공공조달 전반으로 넓히는 조치다.
EU는 넷제로산업법을 통해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청정기술 조달과 재생에너지 경매에 환경성과 공급망 회복력 등 비가격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3월 제안한 산업가속화법은 전기차와 청정기술 등 전략산업의 조달에 역내 생산과 저탄소 기준을 연계했다.
이번 법안은 이와 별도로 공공계약과 양허계약 전체에 적용되는 기본 규칙을 바꾼다. 기존 2014년 공공조달 지침 3개를 하나의 규정으로 통합하며, 유럽의회와 EU 이사회 협상을 거쳐 최종 채택되면 발효 2년 뒤 적용된다.
르몽드는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이번 개편을 두고 가격 기준의 지배를 끝내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가격 중심 조달이 사실상 중국산 제품에 유리하게 작용해왔다는 것이 집행위의 판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