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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소중히 나누며 끝까지 정당하게, 겨끔내기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 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겨끔내기 승부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 겨끔내기 오늘 소개할 토박이말은 겨끔내기 입니다. 축구 경기의 마지막 순간.  한 선수가 공을 차면, 다음에는 상대편 선수가 찹니다. 서로 같은 기회를 얻고, 같은 조건에서 마지막 승부를 이어 갑니다. 이렇게 차례를 바꾸어 가며 겨루는 모습을 우리말로 겨끔내기 라고 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드라마 위에서 2026 월드컵 무대에서 스위스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부차기에서 극적인 선방과 침착한 킥으로 무려 72년 만에 8강 진출이라는 값진 역사를 썼다는 기별이 들려왔습니다. 한 사람씩 번갈아 공을 차며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던 그 치열한 경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투지와 서로를 향한 단단한 믿음이 얼마나 커다란 결실을 맺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지요. 승부차기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같은 기회를 번갈아 주고받는 공정함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렇듯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정한 승부의 매력을 마주하며,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고운 토박이말은 바로 겨끔내기 입니다. 승부차기도 겨끔내기 라고 불러 보면 어떨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서로 번갈아 하기 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축구의 승부차기야말로 양쪽이 한 번씩 기회를 주고받으며 승부를 가리는 겨끔내기 의 정석이라 할 수 있지요. 여기서 우리가 흔히 쓰는 번(番) 이라는 말은 차례로 숙직이나 당직을 하는 일 을 가리키는 한자말이지요. 이 말의 말밑(어원)을 깊이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겨끔내기 는 일을 치르다 라는 뜻을 가진 겪다 의 이름씨꼴(명사형) 겪음 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겨끔 에 승부를 겨루는 일 을 뜻하는 내기 가 더해진 것으로 봅니다. 앞서 알려드린 적이 있는  갈마들다(서로 번갈아 들다) 의 말밑이 바꾸다 라는 뜻의 갈다 의 이름씨꼴 갊 에 이음끝(연결어미) 아 와 들다 가 합쳐진 것으로 보며, 해야 할 일을 서로 바꾸어 가며 한다는 뜻에서 겨끔내기 는 갈마내기 라고 부를 만도 합니다. 집에서 가족끼리 돕는 설거지나 가심(청소)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서는 당직, 그리고 운동장에서 하는 공차기까지 모두가 차례를 바꾸어 가며 함께하는 아름다운 겨끔내기 인 셈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승부차기 를 소개할 때 겨끔내기(승부차기) 라고 함께 써 보면 어떨까요? 낯선 토박이말도 금세 뜻이 살아나고, 우리말의 아름다움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토박이말은 박물관에 보관하는 말이 아니라,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쓰일 때 살아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공정함은 기다려 주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살다 보면 내 차례가 늦게 오는 것 같아 조급해질 때가 있습니다. 남들은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인 듯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겨끔내기는 먼저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가 아닙니다. 서로의 차례를 인정할 때 비로소 공정한 승부가 이루어집니다.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남의 기회를 빼앗지 않고, 내 차례를 성실하게 기다리며, 찾아온 기회를 최선을 다해 맞이하는 사람은 이미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조급함은 잠시 내려놓고 내게 온 차례를 소중히 맞아 보세요. 그 시간이 결국 나를 가장 멀리 데려다줄 것입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식구들이나 동료와 설거지, 가심(청소), 혹은 업무를 겨끔내기 로 나누어 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또 축구 승부차기를 겨끔내기 라고 함께 불러 보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늘 한 사람에게만 무거운 짐이 지워지지 않도록 우리 삶 속에서 공평한 겨끔내기 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여러분만의 슬기로운 생각을 댓글로 소중하게 나누어 주세요. 작은 말 하나가 우리말을 더 가깝게 만들고, 우리 삶도 조금 더 공정하게 바꿀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한 줄 생각] 겨끔내기는 이기고 지는 것을 가리는 방법이 아니라, 서로의 차례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겨끔내기 뜻: 서로 번갈아 하기 보기:  집안 가심(청소)을 식구들이 다 함께 겨끔내기로 나누어 맡아서 하기로 정했더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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