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정치활동 기본권 박탈 언제까지 [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는 모두 38개국이다. 부끄럽게도 대한민국만 교사의 정당 가입 등 정치기본권을 억압, 박탈하고 있다.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슬로바키아, 튀르키예 모두 OECD 가입국으로 교사의 정당 가입을 보장한다. 그런 점에서 교사 정치기본권을 박탈한 대한민국은 참으로 대체 불가 부끄러운 나라다.
다시 말해 OECD 가입국 중 교사의 정당 가입을 아예 차단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정치 후진국 일본조차 교사 정당 가입과 정치기부금 정도는 허용한다. 물론 프랑스,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서유럽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대만은 교사의 정치활동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현직 교사가 국회에 진출해 의원으로서 좋은 교육법을 입법하고 다시 현직 교사로 복귀하면 승진 가산점까지 준다.
미국과 영국조차 일반공무원보다 교육공무원에게 정치적 자유를 훨씬 더 폭넓게 허용한다. 미국은 주마다 다른데 연방공무원과 컬럼비아 특별구(DC) 공무원은 정당 활동과 선거운동을 보장받는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24개 주는 정당 후보든 무소속이든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특히 영국은 교육공무원의 경우, 북서유럽에 버금갈 정도로 정당 활동과 공직 후보 출마, 그리고 선거운동을 보장한다. 교사 정치기본권이 상당 부분 실현된 국가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과 2019년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을 위한 법 개정을 정부에 권고해 왔다. 정치활동을 지나치게 금지하는 법령을 개정해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이다. 특히 2019년 국가인권위는 헌법과 외국 사례, 그리고 과잉금지 원칙이라는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교사의 정치기본권 박탈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했다.
그리하여 공무원·교사가 시민으로서 기본권을 보장받도록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권고했다. 다시 말해 국가인권위는 공무원·교사의 시민으로서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관련 부서에 이행을 권고했다. 특히 인사혁신처장, 행정안전부 장관, 교육부 장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법 개정과 하위 법령 개정을 적극 권고했다.
국가인권위 권고 말고도 국제노동기구(ILO)가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했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공무원·교사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권고했다. 무엇보다 2019년 국가인권위의 공무원·교사 정치기본권 침해가 ‘인권침해’라는 판단과 정부 관련 부처에 직접 권고한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마냥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손팻말(출처: 하성환)
교사가 학교 교육 활동이나 직무 관련해선 정치 중립을 지키는 게 마땅하다. 정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학교 업무가 끝나고 학교 밖 보통 시민으로 생활할 땐 시민으로서 정치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헌법정신이다. 다시 말해서 학교 안에선 정치 중립을 유지하고 학교 바깥에선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소수 노조 조합원 전현직 교사들이 2026년 8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교사정치기본권 보장과 학교시민교육 관련 손팻말을 들고 있다(출처: 하성환)
더구나 교사는 학교 시민교육이라는 중책을 감당하는 존재다. 그런 만큼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학교 시민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도 교사에게 정치기본권 보장은 필수조건이다.
2026년 8월 18일 오전 10시 소수 노조의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 공동기자회견(출처: 하성환)
지난 8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당 대표와 지도부가 새로 선출됐다. 그에 발맞춰 8월 18일 오전 10시에 평생교사노동조합과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은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단행했다.
21대 대선 당시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약속한 이재명 후보의 교육 공약(출처: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조직본부 교육위원회) 포스터 속 K-교육 완성을 위해서도 정치기본권 보장은 반드시 입법으로 이행해야 한다.
내용인즉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은 21대 대선 당시 대통령 공약 사항인데 즉시 입법으로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행사였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2025년 5월 15일 근무 시간 외 교사도 정치활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단체와의 정책 협약에서도 정치기본권 보장을 약속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엔 국민 주권 정부답게 123대 국정과제에도 반영했다.
따라서 평생교사노동조합과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의 기자회견은 간단하다. 대통령 공약을 입법으로 이행하라는 요구다. 소수노조 이전 지난해 12월 거대 노조인 전교조와 전공노 위원장들이 국회 앞 천막 농성장에서 공무원·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며 단식투쟁한 적이 있다.
2025년 12월 24일 국회 앞 (공무원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전공노 위원장과 전교조 위원장의 단식농성장을 좋은세상연구소와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 관계자가 격려 방문한 모습(출처: 하성환)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찾아왔고 「공무원·교사 정치기본권 입법 추진 TF 구성」을 약속했다. 2025년 11월 리얼미터가 시행한 「2025 교사 정치 참여 권리 보장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8%가 퇴근 후 교사도 일반 시민과 같은 정치기본권을 가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2026년 4월 최대 교원단체인 교사노조연맹 정책연구원이 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76.7%가 퇴근 후 교사도 일반 시민과 같은 정치기본권을 가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정당이고 과반의석을 지닌 거대정당이다. 진정으로 개혁정당을 표방한다면 개혁 입법을 모두 통과시키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응원봉과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 정부답게 교사를 정치금치산자 신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게 해야 한다.
핀란드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왜 세계 최고의 교육력을 자랑하고 학교가 행복발전소로 변화했는지 이유는 간단하다. 국회의원 가운데 현직 교사 비율이 20%로 모든 직업군 가운데 단연 1위이다. 학교 현장을 이해하고 교육 문제를 직접 체험한 현직 교사가 을 만든 결과이다.
최근 방영된 『참교육』 드라마 속 「교권 보호국」을 생각하거나 경기도 교육청 「교권보호전담관」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악성 민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추락한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선 교사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핀란드처럼 현직 교사가 직접 국회의원이 되어 좋은 교육법을 만든다면 대한민국도 명실상부한 교육 선진국이 되는 건 어렵지 않다.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개혁 입법으로 통과되길 기대한다.하성환 시민기자 ethics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