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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물기를 머금은 여린 서리, 무서리

물기를 머금은 여린 서리, 무서리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어제는 가을에 처음 내리는 ‘첫서리’와 겨울에 마지막으로 내리는 ‘끝서리’를 알려드렸습니다. 서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늘은 ‘무서리’를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무서리 첫서리는 곳에 따라, 날씨에 따라 모습이 다릅니다. 처음 내리는 서리 가운데는 단단하게 얼어붙지 않고 물기를 머금어 묽고 여린 것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서리를 ‘무서리’라고 합니다. ‘무서리’는 무슨 뜻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모두 ‘무서리’를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라고 풀이합니다. ‘무서리’라는 말을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무슨 뜻인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무지 많이 내린 서리라는 뜻이 아닐까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소리만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무서리’의 ‘무’는 ‘무지’의 첫소리와 관계가 없습니다. ‘물’에서 끝소리 ‘ㄹ’이 떨어져 나온 꼴입니다. 그러니 ‘무서리’는 ‘물서리’와 이어지는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기를 머금어 묽은 서리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지요. ‘물’에서 ‘무’가 된 까닭 우리말에는 ‘물’이 다른 말과 어울릴 때 끝소리 ‘ㄹ’이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무서리’도 앞서 알려드린 적이 있는 무더위 와 같은 짜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과 ‘서리’가 만나 ‘물서리’가 되고, 여기서 ‘ㄹ’이 빠져 ‘무서리’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말의 짜임을 알고 나면 ‘무서리’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낱말 하나에도 우리말이 만들어지고 달라지는 모습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무서리’라는 말을 처음 만났을 때 단순히 뜻만 외우게 하기보다, ‘무’가 어디에서 왔는지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의 생김새와 뜻을 이어서 배우면 낯선 낱말도 훨씬 쉽게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서리가 내리면 달라지는 들판 무서리는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무서리에 잎이 지다”라는 보기월이 실려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밖에는 무서리가 내리는지 문틈으로 찬기가 스며들었다”라는 문장도 있습니다. 또 친구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담장 위에서 무서리를 맞아 희뿌옇게 마른 호박잎을 훑었다는 보기월도 있습니다. 서리가 내린 뒤 잎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눈앞에 그려지는 문장이지요. 무서리가 내리면 들판의 풀과 잎에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여름 내내 푸르던 호박잎이 힘을 잃고, 늦게까지 남아 있던 풀잎도 차가운 기운을 맞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칠 우리말의 기초 ‘무서리’의 말밑을 아이들에게 물었을 때 ‘무지 많이 내린 서리’라고 대답한 일은 재미있는 말놀이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얼마나 자세히 알려 주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배움의 기초를 다지는 곳입니다. 초중등교육법에도 초등학교는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초등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로 밝히고 있습니다. 어려운 낱말을 배우는 것보다, 우리가 날마다 쓰는 우리말의 기초인 토박이말의 짜임과 뜻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익히는 널이 더 중요합니다. 대학 교수를 비롯한 학자와 전문 연구자들이 쓰는 어려운 말을 초등학교 교과서에 넣어 놓고 그 말에 담긴 한자를 어린아이들에게 익히게 하는 일에 앞서, ‘무서리’처럼 우리말 속에 담긴 뜻과 짜임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울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쓰는 힘은 다른 것을 배우는 데에도 든든한 바탕이 될 것입니다. 전공분야에서 가장 많이 배우신 분들이신 그야 말로 전문가들이 쓰는 전문용어를 초등학교 교과서에 넣어 놓고 그 용어의 바탕이 되는 한자까지 익히라고 하는 것은 어린 아이들한테는 폭력에 가까운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나몰라 하고 뒷짐지고 있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다름없는 죄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무서리’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무’가 ‘물’에서 온 말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이 낱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시나요? [한 줄 생각] 낱말의 뜻뿐 아니라 그 말이 만들어진 모습까지 살피면 우리말을 배우는 즐거움이 더 커집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무서리 뜻: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 보기:  무서리가 내린 아침, 호박잎이 희뿌옇게 시들어 있었다.” 오늘 한마디:  밤새 무서리가 내렸는지 마당의 풀잎이 하얗게 변했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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