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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가시 속에 밤알을 품은 말, 밤송이

가시 속에 밤알을 품은 말, 밤송이
[사람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밤송이 앞서 ‘아람’이라는 토박이말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람’은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지는 열매를 이르는 말이지요. 요즘처럼 햇밤이 나오기 시작하고 밤철이 다가오면 ‘아람’과 함께 떠올려 볼 만한 말 밤송이 가 있습니다. 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참 많으시지요? 저도 밤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밤 가운데 가장 맛있는 밤이 있습니다. 바로 다른 사람이 까 주는 밤 입니다. 밤은 참 맛있지만 까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딱딱한 껍데기를 벗겨 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껍데기 안에는 또 얇은 껍질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정성껏 까서 손에 쏙 넣어 주는 밤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밤은 처음부터 그렇게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열매가 아니었습니다. 나무에 달려 있을 때부터 온몸에 가시를 두르고 있으니까요. ‘오늘의 토박이말’은 밤송이 입니다. 가시투성이 겉껍데기 속에 밤이 들어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밤송이’를 밤알을 싸고 있는 두꺼운 겉껍데기라고 풀이합니다. 가시가 많이 돋아 있고 밤이 여물면 네 갈래로 벌어져 밤알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는 모습입니다. 밤은 열매인데 우리가 처음 마주하는 것은 밤알이 아닙니다. 뾰족뾰족한 가시로 온몸을 감싼 밤송이이지요. 밤이 익어 갈수록 밤송이는 점점 벌어지고, 어느 때가 되면 나무에서 떨어집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그 가시투성이 껍데기 속에 들어 있던 밤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밤은 여느 열매와는 달리 잘 익었다는 것을 겉으로 똑똑하게 보여 주는 열매라는 생각도 듭니다. 밤송이가 벌어져 속에 든 밤이 보이면 ‘아, 이제 밤이 익었구나.’ 하고 알 수 있으니까요. 저도 어릴 때 밤을 주우러 갔다가 떨어지는 밤송이에 맞아 엄청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밤을 주우러 갔을 때는 밤알만 살펴서는 안 됩니다. 머리 위에서 밤송이가 떨어지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가시가 잔뜩 돋은 밤송이를 직접 맞아 보면 ‘밤송이’라는 말이 그저 예쁜 말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밤송이’에는 ‘송이’가 들어 있습니다 ‘밤송이’라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또 하나 재미있는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송이’입니다. 우리는 ‘꽃송이’, ‘눈송이’, ‘포도송이’, ‘잣송이’ 같은 말을 씁니다. ‘송이’는 꽃이나 열매, 눈 따위가 한 덩이로 모여 있는 것을 가리키기도 하고, 꼭지에 달린 꽃이나 열매 따위를 세는 단위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밤송이’도 ‘밤’과 ‘송이’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조심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밤송이’의 ‘송이’가 정확히 어떤 뜻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국립국어원에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밤’과 ‘송이’가 결합하여 하나의 말로 굳어졌다는 점은 알 수 있지만, 그 뜻이 ‘송이’의 여러 뜻 가운데 정확히 어느 것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밤송이의 송이는 이것이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보다는, ‘밤’과 ‘송이’가 만나 이루어진 말이라는 데에서 말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꽃송이’와 ‘밤송이’가 나란히 보입니다. 꽃은 한 송이씩 피고, 포도는 한 송이에 알알이 열립니다. 그리고 밤도 밤송이 하나 속에 여러 톨의 밤알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의 짜임을 따라가다 보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던 열매와 꽃이 ‘송이’라는 말로 이어지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가시가 있어야 만날 수 있는 달콤한 밤 밤송이를 생각하다 보면 조금 다른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먹는 밤은 참 달고 고소합니다. 그런데 그 맛있는 밤을 만나려면 먼저 가시투성이 밤송이를 만나야 합니다. 밤송이를 까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밤은 어쩌면 맛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단단한 껍데기와 가시를 두른 열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밤이 일부러 자신을 지키려고 가시를 만든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겉은 뾰족하고 거칠지만 그 안에는 단단하고 맛있는 알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밤송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저는 알밤만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밤나무에 매달려 있는 가시투성이 모습, 벌어진 틈 사이로 얼굴을 내민 밤알, 땅에 떨어진 밤송이, 그리고 그것을 조심조심 까던 어린 시절의 모습까지 함께 떠오릅니다. 낱말 하나가 사물의 이름을 넘어 그 사물을 둘러싼 장면까지 불러오는 셈입니다. ‘아람’과 ‘밤송이’를 함께 만나 보면 앞서 알려드렸던 ‘아람’과 오늘의 ‘밤송이’를 함께 생각해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밤이 나무에 달려 있을 때에는 가시투성이 밤송이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밤이 익으면 밤송이가 벌어지고 밤알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잘 익은 밤이 저절로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아람’이라는 말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밤송이가 벌어지고, 밤이 아람이 되어 떨어지는 것. 이렇게 두 낱말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한 알의 밤이 우리 앞에 오기까지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그래서 토박이말을 하나씩 만나는 일은 낱말을 외우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오래전부터 보아 온 자연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송이 하나를 보면서도 ‘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가는 모습과 떨어지는 때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햇밤이 나오는 이때, 밤송이를 떠올려 봅니다 요즘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햇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껍질을 벗겨 삶아 먹기도 하고, 밥에 넣어 먹기도 하고, 군밤으로 구워 먹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밤을 까면서 투덜거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은 맛있는데 까기가 너무 힘들어.” 그럴 때 저는 속으로 밤송이를 한번 떠올려 봅니다. 우리가 지금 쉽게 집어 먹는 밤 한 톨도 처음에는 저 뾰족한 밤송이 속에 들어 있었겠지요. 그리고 생각합니다. ‘이 밤 한 톨이 저 가시투성이 밤송이 속에 있었구나.’ 그러고 보면 밤알 하나가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올가을 햇밤을 만나거든 밤알만 보지 말고, 그 밤이 한때 어떤 모습으로 나무에 매달려 있었을지도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가시가 돋친 밤송이 속에서 잘 여물기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벌어져 땅으로 내려온 밤입니다. 그 모습을 알고 나면 우리가 먹는 밤 한 톨이 조금 더 살갑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밤을 좋아하시나요? 밤을 주우러 갔다가 밤송이에 찔렸던 기억이나, 가족과 함께 밤을 까 먹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올가을 햇밤을 만나시면 밤알뿐 아니라 밤송이 속에서 익어 온 밤의 모습도 한번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한 줄 생각] 가시투성이 밤송이 속에 달고 고소한 밤이 있듯, 낱말 하나에도 우리가 오래 바라본 자연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밤송이 뜻: 밤알을 싸고 있는 두꺼운 겉껍데기.  보기: 밤송이가 벌어지자 속에 들어 있던 햇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늘 한마디: 햇밤을 먹으며 이 밤이 한때 가시투성이 밤송이 속에 있었다는 것을 떠올려 봅니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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