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 털어내고 찾아온 다정한 쉼표, 간더위 [사람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 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간더위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간더위 입니다. 그림 속, 아직 한낮의 햇살은 따갑지만 하늘빛은 어느새 한결 높고 맑아졌습니다. 푸른 나뭇가지 끝에는 은은한 가을빛이 번지고, 살랑이는 바람에 나뭇잎 하나가 가볍게 허공을 맴돌다 내려앉습니다. 들길을 걷던 한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손에 들었던 부채를 살며시 내립니다. 그 작은 몸짓 하나만으로도 지루하던 여름 더위가 조금씩 물러나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흰 새와 고요한 들녘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리 뜨거웠던 철도 제때가 되면 지나가고 새로운 철이 찾아온다는 자연의 다정한 약속이 마음 깊이 스며듭니다.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철의 길목에서
간더위(처서)가 지나면서 철은 어느덧 가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한낮에는 여전히 늦더위가 남아 있지만, 아침저녁 바람결은 틀림없이 몇 날 앞과 달라졌습니다. 예부터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고 했습니다. 그만큼 이때부터는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 기운이 서서히 찾아온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처서가 무슨 날이에요? 라고 물으면 쉽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자를 알아도 처서 라는 이름만으로는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처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주는 토박이말, 간더위 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떠나가는 더위를 눈앞에 보여 주는 말, 간더위
처서(處暑) 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십사절기의 하나.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들며, 태양이 황경 150도에 달한 시각으로 양력 8월 23일경이다. 라고 풀이합니다. 처서 라는 이름만으로 그 뜻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데 사전 뜻풀이도 또렷하지 않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만든 달자취(달력)에 있는 간더위(처서) ]
그래서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만든 달자취(달력)에서는 처서를 간더위(처서) 라고 풀어 씁니다. 간더위 는 가다 의 매김꼴인 간 과 더위 가 만나 이루어진 말입니다. 말 그대로 가는 더위, 떠나가는 더위라는 뜻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한낮의 더위는 아직 남아 있어도 철의 흐름은 이미 가을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눈앞에 그려지지 않으신가요?
처서 라는 이름을 쓰지 말자는 뜻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철마디(절기) 이름은 그대로 소중히 쓰되, 아이들이나 우리말이 서툰 이들이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처서(간더위) , 간더위(처서) 처럼 쉬운 풀이말을 함께 쓰자는 것입니다. 이런 풀잇말이 뜻을 이해하는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처서야 라고만 하는 것보다 오늘은 처서, 곧 더위가 가는 때인 간더위야 라고 말해 주면 철마디(절기)의 뜻이 훨씬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더위도 결국은 지나갑니다
간더위는 단지 철마디(절기) 이름을 쉽게 풀이한 말이 아닙니다. 아무리 뜨거운 여름도 끝내는 물러나고, 아무리 길게 느껴지는 더위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자연의 이치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힘든 일과 걱정이 이어질 때는 끝이 없을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그 무게가 가벼워지는 때가 찾아옵니다. 간더위(처서) 무렵의 바람이 알려 주듯, 바뀜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다가옵니다. 오늘 느끼는 작은 바람 한 줄기, 높아진 하늘빛 하나가 바로 그 낌새일 수 있습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요즘 어떤 순간에 이제 여름이 가고 있구나 하고 느끼시나요? 또 아이들에게 처서를 설명해야 한다면 처서 는 더위가 가는 때란다. 그래서 간더위 라고도 한단다 라고 쉽게 풀어 말해 준다면, 절기의 뜻이 훨씬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함께 나누어 주세요.
[한 줄 생각]
철마디(절기)의 이름은 철을 알려 주고, 간더위 라는 쉬운 풀잇말은 그 뜻을 우리 마음에 가까이 데려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간더위
뜻: 처서(處暑) 를 알기 쉽게 다듬은 토박이말
쉬운 풀이: 더위가 지나가고 물러가는 때, 곧 가는 더위.
보기: 간더위(처서)가 지나고 나니 한낮에는 아직 볕이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