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어 인텔도 휘청…기로에 선 AI [뉴스] 구글이 AI투자 우려에 주가가 폭락한 데 이어 인텔 역시 4분기 실적 우려에 주가가 50여년 만에 가장 많이 하락하는 등 AI투자가 실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염려가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AI투자를 적게 하는 애플이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엔비디아를 밀어내고 시총 1위에 오른 것은 시장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AI의 첨병이라 할 오픈AI가 자금조달 목표액을 크게 줄인 것도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반영한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정면으로 맞서는 가운데 AI의 운명은 결국 빅테크들의 향후 실적이 결정할 것이다.
52년만에 최악의 폭락을 경험한 인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일제히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72.25p(포인트)(1.09%) 내린 5만 1770.31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40.32p(1.82%) 하락한 7580.07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747.73p(2.86%) 내린 2만 5437.00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장중 3.3% 가까이 밀리기도 했다.
대형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는 3.46% 하락으로 마감해, 기술적 조정 국면에 다가섰다.
알파벳에 이어 아마존과 인텔이 발표한 실적과 향후 전망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AI 투자 우려가 부상했다.
빅테크들의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월가의 회의론이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에쿼티 아머 인베스트먼트의 조 티게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AI 관련 투자에서 막연한 ‘희망과 꿈’의 단계를 지나, 이제는 구체적인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쇼 미’(show me)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도체주가 타격을 입었다.
인텔의 주가는 28.58% 내려앉으며 1970년대 이후 50여 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이 여파로 하루 만에 시가총액 1400억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20% 하락하며 지난 6월 23일 이후 최대 일일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밖에 엔비디아(-4.22%), AMD(-10.88%),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7.95%) 등 주요 반도체주도 떨어졌다.
전날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해킹 사고 이후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코인베이스는 10.62%, 로빈후드는 7.21% 내렸다.
비트코인 가격도 7만 7000달러 아래로 밀리는 등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인텔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AI 빅테크 실망스러운 실적에…애플, 또 엔비디아 꺾고 시총 1위
한편 애플은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1.2% 하락했으며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5조 300억 달러(약 6700조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위 지위를 되찾았다.
반면 그간 시총 1위를 지켜온 AI 반도체 선두 주자 엔비디아는 주가가 4.2%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4조 9300억 달러(약 6570조원)로 줄어들어 2위로 밀려났다.
애플이 종가 기준으로 엔비디아를 제치고 시총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7월 말 잠시 왕좌를 차지한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날 기술주 전반의 급락세는 아마존과 인텔,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과 전망을 내놓으면서 촉발된 것으로 분석된다.
거대 기술기업 상당수가 AI 인프라 투자에 천문학적 금액의 자본지출(CapEx)을 쏟아내면서도 실제 현금 벌이는 신통치 않다는 게 투자자들의 인식이다.
이와 달리 애플은 대규모 AI 투자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지출을 최소화한 데다, 메모리 등 반도체 대란 속에서 중저가 스마트폰·PC 등에서 시장이 붕괴한 영향으로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애플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투자자들은 이에 따라 애플을 기술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여기고 있는 모양새다.
애플 주가는 올해 초 이후 현재까지 26.8%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엔비디아의 상승률(9.7%)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애플이 시총 1위를 기록한 것은 하드웨어 전문가로 꼽히는 존 터너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취임한 이후로는 처음이기도 하다.
애플은 지난 26∼28일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새 맥북 프로와 신형 아이패드 등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지난 5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품 시연회에 등장한 엔비디아 로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월 8일 시진핑 주석과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가 중국에 첨단 인공지능 칩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5.12.8. AFP 연합뉴스
알파벳 시총 하룻새 669조원 증발…美증시 사상 역대 두번째
인텔에 앞서 하이퍼 스케일렁의 간판격인 구글이 무너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29일(현지시간) 검색 수익화 부진과 인공지능(AI) 투자 우려에 상장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한 것이다.
알파벳은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12.6% 급락한 283.82달러에 장을 마치고 시간외 거래에서도 0.9%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써 시가총액 5000억달러(약 669조원)가 하루 만에 증발해 지난해 1월 엔비디아(5930억달러)에 이어 월가 사상 두 번째로 큰 일일 시총 감소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3분기 검색·광고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AI가 핵심 사업을 위협하고 있고 사상 최대 규모의 AI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구글 검색 매출은 12% 늘어난 약 630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약 650억달러)를 밑돌았다.
검색 유료 클릭 증가율은 2분기 13%에서 8%로 둔화했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검색어 증가세가 5년 만에 가장 빠르다고 했지만, 필립 쉰들러 최고사업책임자(CBO)는 AI 모드 검색어가 수익화 수준이 낮아” 매출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이 91억달러(약 12조 2000억원) 적자로 상장 이후 처음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투자자 우려를 키웠다.
알파벳이 이날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는 실적 발표 때 드러나지 않은 위험도 담겼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나트 아슈케나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밝힌 구매약정·미래 리스 등 1조달러 이상의 의무와 별개로, 특정 조건에서 부담할 수 있는 우발 약정이 약 985억달러(약 132조원)로 한 분기 전보다 230억달러 가량 늘었다.
구글 클라우드 수주 잔고는 9월 말 5608억달러(약 750조원)로 3개월 전(5139억달러)보다 늘었지만, 증가분의 3분의 1 이상(168억달러)은 알파벳이 블랙스톤과 세운 합작사 크럭스AI와의 다년 계약에서 나왔다.
알파벳은 크럭스AI의 소수지분을 보유하며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에너지 보증을 약속했다. 보고서는 이 회사를 특수관계자로 분류했다.
알파벳 충격은 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나스닥은 1.4%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4거래일 연속 상승을 마치고 1.4% 내렸다.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구글이 6일(현지시각) 이에 맞설 대항마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바드 (Bard)가 신뢰할만한 테스터들에게 개방될 것 이라며 향후 수 주안에 일반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고 밝혔다.사진은 2019년 9월 24일 촬영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의 한 건물. [자료사진] 2023.02.07 AP 연합뉴스
오픈 AI, 한달만에 자금조달 목표액 300억달러→200억달러로 하향
냉각된 시장의 분위기는 당장 자금 조달에도 심각한 애로를 안겨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달 투자 유치 목표 금액을 300억달러(약 40조원)로 제시했으나, 한 달 만에 목표액을 200억달러(약 26조 7000억원)로 낮춰 잡았다.
FT는 인공지능(AI) 인프라 과잉 투자에 대한 투자자 불안이 커지면서 대표 빅테크인 오픈AI도 투자 유치 목표를 조절했다고 전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거센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오픈AI는 이번 투자 유치가 내년 기업공개(IPO)에 앞서 투자자들이 회사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특히 지난 7월 이후 매출이 급증했다는 점을 내세워 자사 기업가치를 기존 8520억달러(약 1138조원)에서 1조 4000억달러(약 1870조원)로 크게 높여 평가했다.
그러나 오픈AI는 최근 시장 상황에 맞춰 자금 조달 목표와 기업가치를 재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가 새롭게 제시한 기업가치는 1조 2500억달러(약 1670조원)다.
오픈AI가 1차 투자 모집에서 목표액인 200억달러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오픈AI는 이날까지 투자자들의 1차 확약을 받기로 했으나,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줄이면서 자금 조달액이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픈AI는 이후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추가 투자를 유치해 총 20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앞서 오픈AI는 올해 3월에도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1220억달러(약 163조원)를 조달했으나, AI 모델 훈련 및 운영에 이보다 몇 배 많은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더구나 오픈AI는 다음달 상장을 앞둔 앤트로픽과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규모와 속도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또한 월가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회의론이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 오픈AI의 챗지피티(ChatGPT) 3.5 모델 출시 이후 세계적인 AI 붐이 일면서 산업계뿐만 아니라 인간사회 전반의 변화가 가속되고 있다. 2026년 6월 11일에 촬영된 OpenAI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AI투자는 버블인가? 아닌가?
일각에서는 AI 버블론이 한국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현재 빅테크들의 천문학적 자본 지출은 실질적인 컴퓨팅 자원(GPU),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필수 투자라는 이유에서다.
최고의 전문가들도 AI투자에 대해 입장을 달리 한다. 존 윌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 AI투자를 버블 상황으로 보지 않고, AI기업 레버리지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는 입장이고, 젠슨 황 엔비디아CEO도 수요 충분하고 사업 수익도 커 AI투자, 금융 지원에 따른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관점이다.
반면 비관론도 있다. IMF는 AI발 자산가격 하락, 금융 여건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영국 중앙은행(BOE)도 AI붐, 닷컴 버블 보다 커, 위기 발생 시 자산가치 변동, 부채, 신용 위험 전이 등 ‘삼중 타격’ 가능성 있어”라며 근심한다.
AI(인공지능)라는 문구와 키보드, 로봇 손이 담겨 있는 인공지능 이미지. 2026.10.19. 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최근 눈길을 끄는 보고서가 하나 나왔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27일 보고서에서 AI 투자 지속 가능성 우려 대두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으나, 컴퓨팅 파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했다”고 밝혔다.
최근 코어위브 회사채가 부실채권에 가까운 금리로 거래됐고, 메타는 AI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고 무의결권 주식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수요를 감당할 자본이 부족하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의 AI 투자 불안은 커졌다.
그럼에도 AI 수요를 가늠하는 지표는 견조한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렌털 가격이 이달 오히려 올랐고, 최신 칩인 B200의 렌털 가격은 한 달 새 14% 뛰었다.
강 연구원은 젠슨 황도 같은 자리에서 수요 자체는 넘친다고 했고, 아마존은 내년까지 클라우드 용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돈 문제가 수요를 꺾기보다 컴퓨팅 파워를 먼저 확보하려는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0월 2일,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 AI 데이터 센터에서 기술자가 작업하고 있다. 2025.10.2. 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AI 버블론이 과거의 닷컴 버블, 부동산 위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당시엔 모두 실제 수요가 먼저 꺼졌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닷컴 기업들이 먼저 무너졌고, 그들에게 장비를 팔던 인프라 기업들이 뒤이어 더 크게 무너졌다”며 금융위기도 구조화 채권이 충격을 증폭시켰지만, 주택가격은 주가가 고점을 찍기 1년 이상 전부터 이미 내려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AI는 자금조달을 걱정하는 단계일 뿐, 수요가 꺾였다는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주가 순자산비율(PBR)은 AI 투자 붐 이전의 평균 범위까지 내려왔지만, 자기자본 이익률(ROE) 전망치는 여전히 과거 평균의 네 배를 웃돈다”며 내년 이익 성장 속도는 빠르지 않더라도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바탕으로 주주 환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살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코스피도 과거 평균 수준의 밸류에이션까지 내려왔다”며 이익 체력에 비해 가격이 싸진 지금이 사 모아 갈 자리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AI버블론과 그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결국 하이퍼 스케일러들을 위시한 빅테크 기업들의 장래 매출과 영업이익의 추이에 좌우될 것이다.
인공지능(AI) PG. 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편집위원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