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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정상회담과 AI 레드폰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뉴스]
9월 2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AI 안전 협정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통제나 관세 전쟁과는 분리된, 좁고 기술적인 위기 소통 채널 하나는 지금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 채널이 실제 사고가 터졌 때 정말 작동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뉴욕 담판, 무엇을 논의했나?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0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뉴욕 JP모건체이스 본사에서 8시간가량 마주 앉았다. 베선트는 이 자리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준의 AI 사고를 서로 통보하는 새로운 미중 AI 대화체 창설을 제안했다. 그는 이를 두고 세계 1위와 2위 AI 강국 사이의 불투명성을 걷어내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통제는 이번 협상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안보 채널을 무역·기술 패권 다툼과 의도적으로 떼어놓으려는 시도다. 실제로 트럼프와 시진핑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도 AI 협의체 구성을 논의했지만 끝내 제도화하지 못했다. 미국 시사매체 액시오스는 이번 구상을 냉전시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소가 설치한 핫라인에 빗대 AI 레드폰 이라 불렀다. 다만 누가 그 전화를 걸 것인지, 무엇이 벨을 울리게 할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공개적으로 정의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런 채널의 진짜 가치는 실전에서 드러난다. 비국가 행위자나 오작동한 AI가 벌인 사고를 상대국의 국가적 도발로 오인해 확전으로 치닫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사고들 이 논의가 급물살을 탄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8월 27일 오픈AI 주도로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앤트로픽 등 100곳이 넘는 글로벌 기업이 인공지능을 악용한 사이버공격이 수개월 안에 지금보다 훨씬 광범위해지고 정교해질 것이라며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병원과 수처리시설을 비롯한 핵심 인프라가 최우선 보호 대상으로 꼽혔다. 이는 막연한 경고가 아니었다. 서한 발표 한 달 전인 7월 말 미네소타주 수도·하수처리시설 30여 곳이 실제 공격을 받아 한 도시의 정수장이 일시 가동을 멈췄고, 8월 20일에는 미 국가안보국·연방수사국이 AI가 만든 공격 스크립트가 산업 제어장비를 노리고 있다는 합동 경보를 발령했다. 생물무기 오용 우려도 크다.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성과로 AI를 생물무기 제조에 쓰지 않는다는 상호 약속 하나를 제안했다. 중국 쪽 우려도 다르지 않다. 베이징 AI안전거버넌스연구원의 쩡이 원장은 자신의 연구소가 분류한 AI 안전 위협이 94가지에 달하며, 인류 멸종이라는 숨은 위험이 날마다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뢰 없는 협력의 한계 그럼에도 협력은 쉽지 않다. 중국 관영매체 CCTV와 연결된 한 소셜미디어 계정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앤트로픽이 공격적 로비와 민주주의 진영에 AI로 무장하자 는 주장을 통해 업계 규칙을 좌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은 AI를 자국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는 프레임 자체를 거부하며, 공포감 조성과 대립, 과도한 경쟁으로는 온전한 국제 AI 거버넌스를 이루기 어렵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2023년 바이든·시진핑이 우드사이드에서 합의했던 미중 AI 위험 대화 역시 이듬해 한 차례 열려 안전·위험 관리 방식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지만, 트럼프 1기 초반에는 AI 안전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기류 속에 대화가 사실상 멈춰 섰던 전례가 있다. 정치 바람이 바뀔 때마다 채널이 끊기는 구조라면, 이번에도 정상회담용 이벤트 로 끝날 위험은 여전하다.   인공지능(AI) PG. 연합뉴스 실현 가능한 대안 첫째, 통보 채널의 적용 범위를 사이버공격과 생물무기 오용 등 재앙적 위험으로 좁히고, 반도체·모델 가중치 같은 패권 경쟁 요소는 처음부터 떼어놓아야 한다. 지금 논의되는 안이 이미 그 방향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둘째, 정상회담 이전에 무엇이 보고 대상 사고인지 기준부터 실무진이 먼저 정의해야 한다. 벨이 울릴 조건조차 없는 핫라인은 정작 위기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셋째, 정부 간 채널이 정치 바람에 흔들릴 것에 대비해 과학자 간 2트랙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 칭화대 국제AI거버넌스연구원장 쉐란과 쩡이 원장이 지난 4월 미국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주최한 청문회에 미국 전문가들과 함께 참석해 첨단 AI를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한 전선으로만 다뤄서는 안 되며, 양국을 포함한 주요 AI 강국들이 안전 기준과 위험 예방에서 협력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전례는, 이런 과학자 트랙이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양자 채널이 막힐 때를 대비해 다자 플랫폼도 함께 준비할 만하다. 지난해 11월 한국이 의장국으로 개최한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AI 이니셔티브 는 안보가 아닌 경제·혁신 분야에 국한됐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한, AI에 관한 최초의 정상급 합의문으로 남았다. 경쟁하는 두 나라도 다자 무대에서는 한 문서에 이름을 나란히 올릴 수 있다는 선례다. 다섯째, 한국은 이미 갖춘 다자 인프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국제노동기구·세계보건기구·유엔개발계획 등 유엔 9개 기구, 다자개발은행 5곳과 함께 글로벌 AI 허브 비전을 선포했고, 경주 APEC 후속 과제인 아시아·태평양 AI센터 유치도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지금은 보건·기후·노동 등 개발 의제 중심이지만, 여기에 AI 안전 위협을 공동 점검·검증하는 기능을 더한다면 미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실무 테이블이 될 수 있다. 반도체·AI 기술력은 갖췄으되 패권 경쟁의 당사자는 아닌 위치가, 한국을 이 역할에 적합하게 만든다. 관전 포인트는 지속 가능성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화려한 선언이 아니라, 좁지만 구체적이고 오래 가는 위기소통 채널이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한 중국 전문가는 이런 작은 진전조차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2023~2024년의 전례처럼 한 번 만나고 끊기는 대화라면 있으나 마나다. 진짜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채널이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도 실무 협의를 통해 살아남는지, 정말 사고가 터졌을 때 벨이 울리는지, 그리고 한국이 그 중간지대 역할을 실제로 붙잡을 의지가 있는지다.황도건 시민기자 dogeon20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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