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밋밋할 때도 마음이 개운찮을 때도, ‘짐짐하다’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앞서 먹거리 맛이 입에 당길 만큼 좋다는 뜻을 가진 ‘맛깔나다’를 알려드렸습니다. 그렇다면 별다른 맛이 느껴지지 않을 때는 어떤 말을 쓸 수 있을까요? 그냥 ‘맛이 없다’라고 해도 되지만, 그보다 조금 더 꼼꼼하게 나타낼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짐짐하다’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짐짐하다
음식 맛이 심심할 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짐짐하다’를 음식이 아무 맛도 없이 찝찔하기만 한 상태라고 풀이합니다. 보기글로는 김치찌개가 짐짐하여 숟가락 대기가 싫다.”를 들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도 음식이 찝찔하면서 별맛이 없는 상태를 기본 뜻으로 풀이합니다. 양념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음식이 짐짐하다 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먹거리가 짜거나 맵거나 달면 그 맛이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간이 어중간하거나 입맛을 당기는 맛이 없으면 먹으면서도 어딘가 아쉽습니다. 그럴 때 ‘짐짐하다’라고 하면 단순히 맛이 없다는 말보다 먹거리의 밋밋하고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잘 살아납니다.
재미가 없고 흥취가 나지 않을 때
‘짐짐하다’는 먹거리에만 쓰는 말이 아닙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어떤 일이나 생활에 아무런 재미나 흥취가 없는 상태를 나타내는 뜻도 실려 있습니다.
그의 얘기를 짐짐한 얼굴로 듣고만 있었다.”라는 보기글이 그 쓰임을 보여 줍니다. 이야기가 재미없거나 하는 일이 시들하게 느껴질 때도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됨새(상황)에서 흔히 ‘심심하다’라고 합니다. 이때 ‘짐짐하다’를 떠올리면 말의 느낌을 조금 다르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입맛을 당기는 맛이 없는 먹거리처럼, 마음을 끌어당기는 재미가 없는 상황을 그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찜찜하다’와 ‘짐짐하다’
여기서 함께 살펴볼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찜찜하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찜찜하다’를 ‘마음에 꺼림칙한 느낌이 있다’라고 풀이하고, 비슷한 말로 ‘짐짐하다’를 보여 줍니다. 일을 하다 말았더니 기분이 왠지 찜찜하다.”, 우리는 그를 혼자 두고 떠나기가 못내 찜찜하였다.”처럼 씁니다.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도 거무튀튀하게 흐려 있는 날에는 그의 마음까지도 음울하게 가라앉곤 하여 온종일 찜찜한 기분이었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렇게 보면 ‘짐짐하다’는 먹거리 맛이 밋밋할 때뿐 아니라 마음이 개운하지 않을 때도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찜찜하다’가 익숙한 분이라면 그 비슷한 말로 ‘짐짐하다’도 함께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조금 걸리는 일이 있을 때
표준국어대사전은 ‘짐짐하다’에 ‘마음에 조금 꺼림하다’라는 뜻도 따로 싣고 있습니다. 그에게 너무 야박하게 한 것이 두고두고 짐짐했다.”라는 보기글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섭섭하게 대했거나 마음에 걸리는 일을 해 놓고 나면 시간이 지나도 개운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크게 후회할 일은 아니더라도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남는 것이지요. 이런 때 ‘짐짐하다’라고 나타낼 수 있습니다.
먹거리의 맛이 개운하지 않은 상태와 마음이 꺼림칙한 상태가 한 낱말 안에 함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물론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는 앞뒤 문장을 살펴야 합니다.
느낌을 더 알맞게 나타내는 말
‘맛이 없다’와 ‘마음에 걸린다’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먹거리가 밋밋한지, 나날살이가 재미없는지, 마음에 꺼림칙한 일이 있는지에 따라 조금 더 알맞은 말을 고르면 말글살이가 더 넉넉해집니다.
먹거리가 별맛 없이 찝찔할 때는 국이 짐짐하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던 일을 마치지 못해 마음이 개운하지 않을 때는 일을 하다 말았더니 마음이 짐짐하다.”라고 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말을 많이 안다고 해서 어려운 말을 일부러 골라 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짐짐하다’처럼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말을 알아 두면, 입맛이나 마음에 남은 미묘한 느낌을 조금 더 섬세하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음식 맛이 밋밋할 때 어떤 말로 표현하시나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 개운하지 않을 때는 어떤 말을 쓰시는지요?
[한 줄 생각]
익숙한 ‘찜찜하다’ 곁에 ‘짐짐하다’도 놓아 두면 마음의 느낌을 표현할 말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짐짐하다
뜻: 음식이 아무 맛도 없이 찝찔하기만 하다.
보기: 간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국이 짐짐했습니다.
오늘 한마디: 국이 짐짐하니 간을 더 해야겠어요.
[토박이말 길잡이]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