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공생하는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방산경제’ [뉴스] 지난 7월 9일, 독일 동부 츠비카우에 있는 폭스바겐(VW) 공장에서 직원들이 구조조정 및 대규모 감원 계획에 항의하는 독일 노동조합 IG 메탈의 집회에 참여하며 깃발을 흔들고 현수막을 들고 있다. IG 메탈은 폭스바겐 경영진이 이사회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는 7월 9일, 전국 각지의 공장 앞에서 폭스바겐 직원들의 항의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은 미국의 관세, 전기차의 수익률 하락,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대중적인 세아트(Seat) 브랜드부터 고급 브랜드 포르쉐(Porsche)까지 10개 브랜드를 보유한 폭스바겐은 이미 2030년까지 독일에서 5만 명의 직원을 감축할 계획이며, 이 중 3만 5천 명은 폭스바겐 브랜드에서 나올 예정이다. 2026.7.9.AFP 연합뉴스
국제사법재판소(ICJ)도 우려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제노사이드’(대량학살)에 대해 독일이 차마 이스라엘을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만행에 대한 원죄의식 때문이라는 얘기들이 떠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낭설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보다는 영토확장과 ‘대이스라엘’ 건설에 모든 것을 건 이스라엘 우익 정권과 쇠락해가는 자동차산업을 대체할 군수산업(방위산업)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고 있는 독일 산업 및 정치의 밀착, 이른바 양국간 정경유착 또는 상호의존에서 답을 찾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독일에 거주하면서 조사·집필작업을 해 온 일본인 작가 고마바야시 아유미(43)가 얼본 월간지 ‘세카이’(세계) 8월호 기고문에서 유럽, 특히 독일의 방위산업체들이 이스라엘의 방산업체 및 네타냐후 정부와 손잡고 그들의 ‘제노사이드 경제’의 주요 ‘공범자’가 되고 있다고 기고문을 통해 고발했다.
일본 월간 세카이 (세계) 8월호에 실린 고마바야시 아유미의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경제-무기거래의 공범자는
고마바야시에 따르면, 중국시장에 크게 기대어 온 독일은 최근 중국시장에서 경쟁 격화와 짐유율의 급속한 하락, 그리고 미국 트럼프 정권의 고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시장에서의 고전으로 인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폴크스바겐(VW) 공장을 이스라엘 방산업체의 군수품 합작공장으로 바꾸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방위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가자지구 제노사이드를 비롯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등과의 끊임없는 전쟁을 통해 성능을 검증받은 이스라엘 방위산업과의 제휴는 군사비를 급속도로 늘려가고 있는 독일에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경제적 곤경에서 벗어날 유력한 방안의 하나로 떠올랐다.
이스라엘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확장해 온 유럽 방위산업이 트럼프 정권의 군사비 증액 압박으로 급팽창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국 방위산업의 유럽 진출을 가속하기 위한 전방위적 작업을 펼치고 있다. 독일 국회의원들을 매수하기 위한 해외 로비여행 기획, 유럽 방산업체 매수 등을 통한 유럽 현지생산 확대 등이 포함된다.
고마바야시 작가는 일본 국회의원들도 이스라엘 로비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고, 일본 로봇 생산업체가 이스라엘의 155밀리 포탄 제조에 활용되고 있는 사실도 짚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독일정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제노사이드에 대해 한마디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것을 과거의 죄업에 대한 원죄의식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냉엄하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세계의 군비경쟁은 더욱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
쉬르 헤버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그 진실의 일단을 고마바야시 작가의 독일 현지 취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고마바야시는 이스라엘 군사경제를 연구하면서 최근까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억압에 대항하는 ‘BDS운동’(Boycott, Divestment, Sanction/ 보이콧, 투자 철수, 제재)의 국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 온 이스라엘 출신 정치경제학자 쉬르 헤버(Shir Hever)와의 인터뷰를 통해 글의 깊이를 더했다. 그의 세카이 8월호 기고문(‘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경제-무기거래의 공범자는’) 전문을 번역, 소개한다.
급성장하는 유럽의 방위산업
지난 3월 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독일 자동차 생산업체 폴크스바겐(VW)이 북서부의 오스나브뤼크 공장에서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의 제품을 제조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파엘은 미사일요격 방공시스템 ‘아이언돔’을 제작하는 이스라엘 국영기업이다. 그 뒤 독일 경제지 ‘뷔르트샤프트 보헤’가 이 두 회사가 올해 안에 합작회사를 설립해 오스나브뤼크에서 군용차를 생산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크스바겐은 미사일 자체 개발은 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미·중 시장서 고전하는 독일, 방산에서 출구찾기
중국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미국시장에서는 높은 관세로 고전하고 있는 VW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 53%나 줄어든 89억 유로(약 14조 7900억 원)에 그쳐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비용 삭감을 위해 독일 국내에서의 생산을 줄일 예정이며, 오스나브뤼크 공장은 내년 여름 이후 가동할 계획이 없다. VW는 그곳에서 일하는 2000명이 넘는 직원들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급성장하는 방위산업용 공장으로 변신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2022년 2월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럽을 중심으로 군사비가 급증하면서 방위산업이 급성장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5년에 세계의 방위비(군사비)는 2조 8870억 달러(약 4215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의 군사비는 세계 4위가 됐다. 독일연방군은 2041년까지 약 4000억 유로(약 665조 원) 규모의 방산물자를 조달할 예정이며, 독일 최대 방산기업 라인메탈은 지난해 사상최고치인 약 99억 유로(약 16조 4500억 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세계7위 이스라엘 방산, 유럽 수출비중이 36%
실전에서 성능이 검증된 이스라엘의 방산제품들은 유럽 정부들도 선호해 이스라엘의 방위산업 수출액은 세계 7위로 올라섰다. 이스라엘 국방부에 따르면 2025년의 방위관련 수출액은 사상최고치인 192억 달러(약 28조 원)로, 유럽이 수출의 36%를 차지하는 최대시장이 됐다.
7월 26일, 이스라엘 점령지 서안 지구 나블루스에서 이스라엘 군 차량들이 도로를 차단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7월 25일, 점령지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간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서안 지구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충돌로 6명이 사망한 데 이은 것이다. 2026.7.26.AFP 연합뉴스
나치 군수품 제조했던 VW, 이스라엘과 손잡아
VW 공장에서 군수품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독일 시민단체들은 반대하고 있다. VW는 1937년에 나치스 산하의 독일노동전선이 설립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히틀러의 독일군 군용차량과 폭탄을 제조했다.
이런 전력을 지닌 기업과의 제휴에 대해 이전에는 이스라엘 쪽에서도 저항감이 있었겠지만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고 이스라엘 출신의 정치경제학자 시르 헤버(Shir Hever)는 말했다. 독일을 거점으로 이스라엘 군사경제를 연구하면서 최근까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억압에 대항하는 ‘BDS운동’(Boycott, Divestment, Sanction/ 보이콧, 투자 철수, 제재)의 국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 온 사람이다.
독일군의 레오파르트 2 전차. 위키피디아
독일정부가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에 침묵하면서 무기 판매를 계속하고 있는 사실로 보건대 독일을 ‘신뢰할 수 있는’ 존재라고 이스라엘 기업들은 확신했을 것이다. 독일 기업이 국제법을 이유로 방위협력을 그만둘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돌이켜 보면 2017년 무렵에 이스라엘군은 신형 자주포를 발주하면서 클러스터 폭탄 발사에는 쓸 수 없도록 제동을 걸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당초에 검토하고 있던 독일기업 KMW(지금의 KNDS/ 독일 KMW와 프랑스의 넥스터[Nexter]가 합병해 만든 유럽 최대의 지상무기 방산기업. 레오파르트 전차 등을 생산)를 피했다. 이스라엘은 인도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클러스터 탄을 레바논 등에서 사용해 왔다. 결국 자국 내의 방위산업체 엘빗(Elbit)시스템에 단독 발주했다.”
대량의 소형폭탄을 광범위하게 흩뿌려 민간인에게 많은 피해를 주는 클러스터 탄의 사용과 소지(보유), 제조는 독일을 포함한 112개국이 체결한 ‘클러스트 탄에 관한 조약’으로 금지됐다. 이스라엘은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인구밀집지역에 사용하는 것은 국제 인도법에 위배될 수 있다.
7월 27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해당 시설은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일요일 오전 공습 전 대피하라는 경고를 받았던 곳이었다. 2026.7.27.로이터 연합뉴스
독일-이스라엘의 상호의존
SIPRI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안전보장을 ‘국시’로 삼고 있는 독일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무기(이스라엘 수입무기의 33%)를 공급해 왔다. 그러나 모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서명한 ‘무기무역조약’에서는 수출하는 통상(비핵 재래식)무기가 국제인도법과 인권법을 위반해서 사용될 수 있는 리스크(위험)를 평가해서 그 위험이 현저히 높은 경우에는 수출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의무화하고 있다.
2024년 1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대량학살)에 해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스라엘에 제노사이드 방지조치를 취하도록 명함으로써 타국이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조장하는 것은 금지됐다. 하지만 구미(유럽과 미국) 국가들의 무기거래는 멈추지 않았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무기는 유럽의 영토를 경유해서 운반된다. ICJ의 잠정 명령이 나온 뒤 EU 또는 ICJ의 재판소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수출을 금지하라고 명령했어야 했다.”
EU 시민들 EU-이스라엘 제휴협정 중단 요구
지난 4월 말 스페인,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등의 요청으로, EU·이스라엘 연합협정 정지(실행 중단) 문제가 EU 외교장관회의에서 논의됐다. 이스라엘의 가자·요르단강 서안·레바논에 대한 인권침해가 그 이유였으나, 독일과 이탈리아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2000년에 발효된 이 협정은 자유무역을 포함해 양자간의 경제·정치면에서의 폭넓은 협력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제휴의 바탕에 있는 것은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존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유럽위원회가 무역협정의 일부 정지를 제안했으나 결의에서는 충분한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 올해 4월에 EU 시민들이 협정 정지를 요청하는 100만 건 이상의 서명과 약 60개 인권단체들의 요청이 EU에 답지했다.
EU는 이스라엘의 최대 교역상대
이스라엘은 EU와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연합협정이 없으면 국제수지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과 무기거래를 하는) 소수의 대국들이 그 권력을 이용해 민주적인 다수파 국가들의 의향을 무시한 결정을 내린다면 EU의 장래가 손상될지도 모른다.” 헤버의 비판이다.
EU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에게 EU는 수출입 모두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의 무역대상자여서, EU와의 자유무역협정 정지는 (쌍방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특히 독일은 2023년 후반에 국영기업 ‘이스라엘 에어로스페이스 인더스트리즈’(IAI)와 장거리 미사일 방어시스템 ‘애로(Arrow) 3’의 조달을 약 36억 유로(약 6조 원) 규모로 체결했다. 이는 이스라엘에겐 사상최대의 수출로, 지난해 말에 납입됐다. 그리고 이 시스템의 확충을 위해 올해 1월에는 다시 약 30억 유로(약 5조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독일 에센에 있는 티센크루프 본사 사옥. 위키피디아
4위 무기수출국 독일, 이스라엘과 정경유착
한편 세계 제4위의 무기수출국인 독일도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함으로써 많은 이익을 얻어 왔다. 이스라엘군은 1990년대 후반 이후 독일 철강·기계 생산업체 ‘티센크루프’로부터 모두 9척의 잠수함을 구입했다. 총 금액은 수십억 유로에 이르는 거액으로, 그에 따라 계속 적자였던 티센크루프는 조선부문의 수천명에 이르는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매우 비싼 잠수함을 몇 대나 구입해 준 나라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대단히 유익하다. 독일은 이스라엘에 (2차 세계대전 전쟁범죄 관련) 배상금과 보조금 등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잠수함 거래로) 국제적인 신뢰를 다소 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을까?”
독일 214급 잠수함. 나무위키
독일 잠수함 수입 관련 뇌물수수 혐의 네타냐후
(9척 중) 6척째 이후의 잠수함 구입을 추진한 것은 네타냐후 총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측근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스라엘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총리 자신도 2022년부터 수사대상이 돼 지금도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2024년 중남미의 니카라과로부터 ICJ에 제소당했다. 그러나 2026년 1월 독일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와 사이버 시큐리티(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양국의 치안 당국간에 사이버 범죄대책 등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팔 인 상대로 얻은 스파이웨어 세계에 판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감시기술을 시험적으로 운용하고, 이를 ‘페가수스’(해킹 크로그램) 등의 스파이 웨어(spyware. 사용자 몰래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데 쓰이는 악성 소프트웨어)로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독일은 이 협정으로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기술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에 독일 연방 형사경찰청(BKA)은 테러대책에 페가수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유럽의회가 설립한 PEGA위원회(EU 회원국들의 상업용 스파이웨어, 특히 페가수스 남용과 인권 침해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유럽의회 내에 설치되었던 특별조사위원회)는 2023년에 EU 가맹국의 모든 정부 또는 거의 모든 정부가 스파이웨어를 구입했으며, 일부 국가들에서는 그것을 반대파 약화나 인권침해에 이용했다고 보고했다.
정계와의 관계 강화-국회의원들에 로비 여행
조사보도 기관인 독일 비영리조직 ‘압게오르데네텐 워치’(abgeordnetenwatch)에 따르면, 애로 3의 구입이 독일 연방의회의 국방위원회에서 화제가 된 것은 2022년 봄 이 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시찰여행에서 돌아온 직후였다. 의원들은 유럽과 이스라엘의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한 로비단체 ‘유럽 리더십 네트워크’(본부 브뤼셀)의 초대를 받아 텔아비브를 방문했다. 현지에서 IAI로부터 애로 3과 전투용 드론 ‘헤론TP’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압게오르데네텐 워치’ 조사에서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적어도 51명의 독일 연방의회 의원들이 유럽 리더십 네트워크의 초대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들은 3000유로(약 498만 원) 이상의 여행비를 받았을 경우 보고할 의무가 있는데, 이 네트워크가 초대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은 의원들도 있었다.
유럽 리더십 네트워크는 이스라엘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프로파간다(선전)를 의원들에게 펼치는 단체다. 이 단체의 시찰여행은 1회에 5000유로(약 830만 원) 상당으로 추정되는데, 참가 보고를 하지 않은 의원들도 있었다. 그들은 독일 당국으로부터 처벌을 받진 않았지만 그 부정행위로 이스라엘 쪽으로부터 약점을 잡혀, 그 압력에 취약한 처지가 된다”고 헤버는 지적했다.
일본 국회의원들도 이스라엘 초청 방문
일본에서도 2023년 10월 이후 방위성이 이스라엘 기업으로부터 243억 엔 이상의 방위장비품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 1월 일본 국회의원 15명이 이스라엘 외교부 초대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는데, 마찬가지로 지난 10년간 일본에서 의원들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등 일본 정계와의 관계 강화를 꾀한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이스라엘과 독일 방산업체들 밀착
유럽으로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방산업체는 유럽 내의 생산설비 거점을 확대해 군수품의 공동개발과 생산, 판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엘빗(Elbit)은 남부 울름 공장을 비롯해 독일에 복수의 거점을 확보하는 외에 독일 기업과의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라인메탈과 155밀리 포탄용 자동장전식 자주포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한편 독일과 프랑스의 합작 방산업체 ‘KNDS’와 전차방어 시스템과 다연장 로켓포 시스템 개발 등도 추진해 왔다. 이런 독일 기업과의 제휴는 이스라엘 방산업체로서는 전략적인 시도라고 헤버는 말했다.
2022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이스라엘 무기상인들은 재군비를 추진하는 유럽에서 사업기회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 몇 번이나 얘기해 왔습니다. 이스라엘 무기업체들에게 독일은 믿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매우 수익성이 높은 시장이며, 자재와 부품 공급원으로서도 중요합니다. 또 독일연방군에게 무기를 판매하는 이상, 독일기업들과의 협력관계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현지 스탭들을 채용하고 군수품을 생산함으로써 현지 기업들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공장을 취득할 뿐만 아니라 VW(폴크스바겐)을 무기제조상의 파트너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엘빗의 독일법인도 예전에 매수한 텔레푼켄이라는 독일 통신기기 생산업체가 기반이 돼 있습니다.”
유럽기업이라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EU의 프로그램에도 접근할 수 있다. 조사보도 전문의 저널리스트 집단인 ‘인베스티게이트 유럽’에 따르면, 이스라엘 기업의 자회사가 EU가 역내 방위산업체에 출연하는 유럽방위기금을 받았다. 그리스의 ‘인트라콤 디펜스’는 2023년 5월에 이스라엘의 국영기업 IAI에 매수됐는데, 그 뒤 1500만 유로(약 249억 원)의 기금을 받았다. 이 기금은 기밀정보 준수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모회사가 EU 외의 기업들에서도 자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일본기업 파낙(화낙)이 제조한 로봇들. 나무위키
일본기업 ‘파낙’ 로봇 155밀리 포탄 제조에 활용
이스라엘의 방산업체와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구미 업체들에만 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인권보고자인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씨는 보고서 ‘점령경제에서 제노사이드 경제로’에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경제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는 기업으로 세계의 약 50개 사를 거론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일본의 로봇 대기업 ‘파낙’(FNUC)이 그 산업용 로봇을 IAI, 엘빗, 미국의 록히드마틴 등 가자에서 사용되고 있는 무기를 생산한 기업들의 생산라인에 공급했다고 지적했다.
헤버 씨는 파낙의 로봇은 복수의 이스라엘 방산업체가 이용하고 있고, 그 영향은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파낙의 로봇은 가자지구 파괴의 대부분을 초래한 155밀리 포탄의 신속한 대량생산에 불가결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확한 사이즈로 절단하고 통에 화약을 채울 수 있는 강력한 기능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155밀리 포탄을 공급받고 있지만, 자국 내에서는 주로 엘빗이 생산한다. 이스라엘 국방부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엘빗 포탄공장 모습을 공해한 영상에 파낙 제품으로 보이는 노란색 로봇이 포탄을 제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포탄은 40km 정도까지 가는 중거리 공격에 사용되며, 사정거리 오차가 크지만 전차 공격에 쓰일 정도로 강력하다. 전장의 파편이나 손괴 상황을 토대로 그것이 어떤 무기인지를 특정하는 우크라이나 전문가에 따르면, 비교적 소형인 155밀리 포탄이 사용돠더라도 그것이 사용됐음을 특정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유럽의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형사재판에서 재판소는 수출한 무기가 특정 시기에 가자지구에서 특정한 사람들의 살해에 사용됐다는 증거를 요구한다. 155밀리 포탄은 명확한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가자에서 많이 사용됐을 것이다. 이 포탄을 24시간 안에 500발을 장진해 발사할 수 있는 자주포에 AI를 이용한 표적 특정시스템 ‘라벤다’를 조합해 처음 1개월간 히로시마 투하 원폭의 2배에 상당하는 포탄을 투하했을 것이다.”
파낙은 문제가 발각된 뒤인 2024년 3월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 일본판’ 질의에 지난 5년간 이스라엘에 군사용으로는 판매하지 않았다고 회답했다. 일본정부의 안전보장 수출관리방침에 따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을 중심으로 한 그룹A국으로의 수출을 제외하고 군사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카테고리에 포함돼 있지 않은 이스라엘의 군사목적용 판매는 하지 않는 룰(규정)이다.
파낙은 이스라엘에는 군사목적으로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무기밖에 제조하고 있지 않은 엘빗은 파낙의 로봇 사용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 구인광고를 냈다. 설사 파낙에서 직접 판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소프트웨어나 기술 지원, 메인티넌스(수리 정비) 등의 서비스 없이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는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적어도 그 로봇을 사용해서 미국에서 만든 155밀리 포탄이 이스라엘에 보내졌고 가자에서 사용된 것이 틀림없다.”
2026년 2월 12일 세계 각지의 활동가들이 일제히 파낙에 대해 항의했다.
파낙에 대한 항의 캠페인은 2024년 초에 시작돼 활동가들이 주주총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서명을 모아 일본어 기사로도 공개됐다. 그러나 파낙은 이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 만일 이스라엘에서의 군사이용을 걱정했다면 ‘당사는 엘빗 시스템에서의 로봇 사용은 허가하지 않았다. 사용 중단을 요구한다. 법적 조치도 강구하겠다’는 성명을 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일본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일부 나라들에서 제재를 받고 있는 이스라엘이 타국 명의를 사용해 거래를 복잡하게 하거나 해서 무기거래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럼에도 일본은 무기무역조약 체약국으로서 엔드 유저(최종 사용자)를 특정해 리스크를 평가할 의무가 있다. 이스라엘에 군민 겸용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규칙을 지키게 만드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무기수출 규제가 완화됐는데, 수출처 관리나 재이전 방지를 위한 체제정비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 제품이 심각한 인권침해에 악용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스라엘 사회는 지속 가능한가?
하나로 통합조정되지 않는 EU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에 호응하는 유럽 국가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슬로베니아는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에서 운송 과정상의 자국 경유를 금지했다. 기난해 9월에는 스페인이 12억 유로(약 2조 원) 상당의 이스라엘 방산업체와의 구매계약을 파기했고, 10월에는 이스라엘데 대한 군사관련 물품의 수출입, 운송시의 경유 금지를 법제화했다.
또 슬로베니아에서는 이스라엘의 첩보회사 ‘블랙큐브’가 우파인 민주당 간부들과 회담하고 올해 3월의 의회선거에 개입한 의혹이 불거졌다. 선거 직전에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중도좌파 로베르트 골로프 정권의 부패 오직 냄새를 풍기는 동영상이 익명의 사이트에서 확산됐다. 이것은 다른 나라들에서의 선거조작 수법을 빼닮은 것이었다. 골로프가 이끄는 자유운동당은 근소한 차로 제1당이 됐으나 연립정권을 구성하지 못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민주당 야네스 얀샤 당수가 총리에 취임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타국의 지도자 암살이나 선거개입 등 무슨 짓이라도 한다. 유럽 나라들에게도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어 지속 가능하지 않다.”
헤버는 이스라엘의 국내상황은 불안정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했다. 길어진 전쟁으로 군사비가 급증해, 재무부 발표로는 지난해 말 채무(부채) 대 GDP 비율이 68.6%로 올라갔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부가 국내 방산기업들로부터 조달한 약 135억 셰켈(약 6조 5천억 원) 규모의 지지급금이 빠져 있는 등 실상과는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채무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이 좀비가 계속 걸어다닐 수 있다. 언젠가느 반드시 쓰러지겠지만 그것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다.”
이스라엘 국가 감사원 옴부즈만 사무국은 민간에 대한 전시비용 지불이 적절하게 신고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매월 예비역들에게 돈을 지불을 하고 있는데, (고소득자는) 평균임금의 2배인 최대 2만 9천 셰켈(약 1400만 원)을 받고 있어, 거품이 생기고 있다. 이들 민간부문에 대한 지불은 국방예산에 계상되지 않아 채무상태는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약 30만 명이 예비역으로 취급돼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은 것도 영향을 끼쳐 약 5만개 사가 도산했다. 방위산업은 이익이 증가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생산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무기를 납입할 순 없다.”
이스라엘의 방산업체들은 수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해 말 시점의 미납분이 800억 달러(약 117조 3천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회의 다수 계층 사람들이 심각한 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생활수준이 내려가고 있다. 전 세대의 40%에서 채무가 늘고 있고,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화가 진행되면서 민영화를 추진한 이스라엘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세이프티 넷(사회안전망)조차 없다. 2024년에는 이스라엘 사상 처음으로 평균수명이 줄었다. 자살과 약물 남용 문제도 있다. 동시에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비영리단체 ‘플래시 스타트’가 지난해 12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가 항상 적자상태에 있고, 40%의 세대가 소비자대출 채무를 안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3-2025년에 약 15만 명의 이스라엘인들이 국외에 장기체류하면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경제를 떠받쳐 온 고학력 인재들의 전출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경제·사회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 내의 위기는 대단히 심각한데도 정부의 관점은 언제나 매우 단기적이다. 특히 정권 내의 종교 우파와 극우파 각료들은 그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면 신이 그 보답으로 승리를 안겨 줄 것이라 믿고 있다.
독일도 이스라엘을 지지해 왔기 때문에 위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 남아프리카가 ICJ에 제소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재판에서 독일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개입을 올해 3월에 취하했다. 이유는 니카라과로부터 제소당한 자국의 ICJ 재판에 집중하기 위해서인데, 이스라엘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니카라과와의 재판에서 자국 변호력이 약해진다. 독일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를 바꿔 국제법을 준수하는 수밖에 없다.
독일은 기본법 25조에서 국제법이 국내법에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독일이 국가로 존속할 수 있도록 허용받은 조건은 국제법 질서에 따라 세계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본래의 ‘국시’여야 한다. 독일 당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보내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독일 변호사와 활동가들의 소리를 침묵시키려 해 온 것은 그들이 법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