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당대표 100일의 약속 [사람들] 김민석 대표가 취임 100일을 앞두고 답해야 할 질문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조직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다. 그 조직을 통해 무엇을 바꾸었으며, 자신이 약속한 민주당의 변화가 어디까지 왔느냐는 것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취임 100일이 다가오면서 당 안팎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슈가 됐던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 연합 을 깨는 것이 전당대회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던 김 대표는 최근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었다며 사과하고 논란을 매듭지으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논란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선거 과정에서는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당선된 뒤에는 근거가 없었다며 사과 한마디로 끝내기에는 그 주장이 남긴 상처와 정치적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김민석 대표 취임 초기 가장 두드러진 행보는 각종 태스크포스(TF)의 구성이다. 민생부터 청년, 지방 성장, 동물복지, 당원 정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현안에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다. 취임 한 달 만에 TF와 특별기구가 40개를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여기에 민주당 TV 개국도 눈길을 끌었다. 민티TV 라는 이름의 민주당 전용 방송을 통해 매일 주요 현안을 브리핑하는 등 당의 활동을 알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조직을 확대하고 홍보 채널을 구축하며 쉼 없이 일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조직을 만드는 일과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다르다. 회의와 조직은 늘어났지만, 취임 100일을 불과 20일 앞둔 지금까지 정작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는 당대표 선거에서 취임 100일 안에 민주당 지지율을 10%포인트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당의 언어와 정책, 태도와 문화를 바꾸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율은 취임 초기보다 오히려 낮아졌고, 당내 갈등 역시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물론 지지율을 당대표 한 사람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 내건 목표인 만큼 그 약속이 어디까지 이행됐는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할 책임이 있다.
조직 운영 방식에서도 짚어볼 대목이 있다. 김 대표는 의원들에게 각종 TF의 역할을 부여하고 주 단위 진도표를 챙기는 방식으로 당을 이끌어 왔다. 이는 중앙의 지시와 규율을 앞세워 조직 전체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려 했던 80년대 운동권의 조직 운영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 방식이 오늘날 민주정당의 모습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민주정당의 힘은 지도부의 지시를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느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얼마나 자유롭게 제시하고 이를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하나의 방향으로 만들어 내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효율성을 앞세우다 당내 자율성과 다양성을 잃는다면 민주적 정당 운영이라는 본래의 가치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당대표에게는 약속을 지킬 책임이 있고, 당원과 당내 구성원에게는 그 약속을 평가할 권리가 있다. 민주당이 달라졌다는 사실은 TF가 몇 개 늘었는지, 회의가 얼마나 자주 열렸는지로 증명되지 않는다. 근거 없는 의혹으로 경쟁자를 공격하지 않는 정치문화, 다른 목소리를 배제하지 않는 당내 민주주의, 국민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정책 성과가 그 기준이어야 한다.
당을 움직이는 것과 당을 바꾸는 것은 다르다. 조직을 장악하는 것과 조직을 민주적으로 이끄는 것 역시 다르다. 김민석 대표가 취임 100일을 앞두고 답해야 할 질문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조직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다. 그 조직을 통해 무엇을 바꾸었으며, 자신이 약속한 민주당의 변화가 어디까지 왔느냐는 것이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