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의무교육 첫 실행, 핀란드 아니라 북한이라고? [교육] 13명의 북한문제 전문가가 공동집필한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책 표지(출처: 도서출판 통일시대)
글쓴이는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다. 글쓴이가 알고 있는 북한 관련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평생 윤리 교사로서 북한과 평화 통일에 대해 가르쳤던 일에 회의감이 들 정도이다. 정년 퇴직한 지 4년이 지났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즐거워 지난해까지 학교에 다녔다. 시간강사로서 중학교에선 도덕을, 그리고 고등학교에선 윤리, 통합사회를 가르쳤다.
오늘날 도덕, 윤리 교과서는 과거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 반공도덕이나 국민윤리 교과서가 아니다. 1960~80년대처럼 일방적으로 북한을 악마화하거나 적대시하는 내용이 거의 없다. 같은 동포로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내용으로 기술돼 있다. 다만 북한 사회에 대해 사실에 기초한 구체적인 기술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대체로 교사든 학생이든 북한 사회는 지독히 가난하고 통제된 사회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을 읽으면서 고정 관념이 흔들렸다. 1996년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2005년을 지나면서 북쪽 사회가 궁핍한 시절에서 벗어났음을 알게 됐다. 식량 자급률이 92%를 넘을 정도이고 2010년대 이후엔 목표 수확량을 초과 달성해 2012년엔 곡물생산량이 대한민국을 능가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북쪽이 남쪽만큼 풍족하지는 못해도 굶주린 인민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편으론 놀라웠고 같은 동포로서 기뻤다.
북쪽 사회는 4살부터 유치원에 다니는데 2017년부터 고급중학교까지 12년 동안 무상의무교육을 전면 시행했다.(출처: 조선의 오늘, 100문 100답 65쪽에서 갈무리함)
무엇보다 북한 사회의 무상교육과 의무교육에 대해 깜짝 놀랐다. 2차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2000년대 북쪽 사회는 사회주의 국가라기보다 각자도생하는 사회로 전락했다고 들었다. 장마당, 꽃제비란 말이 당시 유행한 언어였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북쪽 사회가 교육과 의료, 주거 문제 등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으로 변모한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특히 12년 의무교육을 2014년 도입해 2017년엔 전국에 걸쳐 시행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최초로 시행한 국가를 핀란드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유럽 전문 학술지 『스칸디나비아 연구』 제31호에 따르면 핀란드는 2022년을 전후로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확대한 세계 최초의 국가였다. 첨단 과학기술의 등장과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한 조치였다. 그런데 북한은 핀란드보다 5년이나 앞선 2017년에 12년 의무교육을 시행했다니 정말 놀랍다. 더구나 대학교조차 무상교육이라니 경제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한 우리로선 부끄럽기까지 했다. 한창 공부하고 꿈을 키워야 할 대학생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하고 종일 알바하는 일이 남쪽 사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북쪽 교육 현실과 비교할 때 우리가 참고할 만한 게 있다. 그중 하나가 매 학년 바뀌는 담임교사 문제다. 북쪽은 초급중학교 3년과 고급중학교 3년 동안 담임을 바꾸지 않고 6년을 맡는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아이를 6년 동안 지켜봤으니 어떻게 보면 부모보다 아이의 적성과 학업 능력을 더 정확하게 파악했을 것 같다. 이 부분은 우리 남쪽 사회가 귀담아 들을 교육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내용은 북쪽 사회도 남쪽 사회 못지않게 대학입시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남쪽 사회와 유사해 오히려 의아했다. 고급중학교 졸업 직후 바로 대학으로 진학하는 이른바 ‘직통생’이 10~20%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렇다. 사람 사는 곳은 어느 곳이나 얼마간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만 남학생은 10년을, 그리고 여학생은 6년을 군대 다녀오면 대학 입학의 혜택을 준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언젠가 KBS 북한 시사 프로그램 [남북의 창]을 보면서 ‘김일성 대학 남자 대학생들이 왜 저리 나이가 들어 보일까’ 의아해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의문이 조금은 풀렸다. 남쪽 사회처럼 징병제가 아님에도 절대다수 청년이 군대 입대를 영예롭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그렇다.
글쓴이는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을 읽으면서 그동안 오해했던 내용들을 상당 부분 바로잡았다. 북쪽 사회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사회라고 생각했고 시간강사를 하던 지난해까지 학생들에게 북쪽 사회는 통제된 사회이자 거주이전의 자유조차 없는 사회라고 가르쳤다. 특히 평양시에 거주하려면 조선노동당 당원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런데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에선 그것이 편견이자 오해임을 일러 주었다.
청년의 능력과 희망을 고려해 국가가 직장을 배치하는 사회라는 사실을 오해한 것이었다. 더구나 직업에 따른 월급(생활비) 차이가 남쪽 사회만큼 크지 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오해였다. 본인이 평양시 거주를 원하고 평양시에 있는 직장에서 그 청년을 원한다면 주거 이전은 가능하다는 게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의 내용이다. 상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었다. 다만 주택은 개인이 사고파는 게 아니라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주거 이전 문제는 바로 해결되기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글쓴이가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긍정적인 느낌이다. 특히 남쪽 사회에서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경력 단절 여성(줄임말 ‘경단녀’) 문제와 여성 차별 현상이 북쪽 사회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2018년 려명소학교 입학식날 핸드폰으로 아이들 모습을 촬영하는 모습(출처: 100문 100답 345쪽을 갈무리) 이 책에 따르면 북쪽은 남쪽만큼 경력 단절 여성 문제나 남녀 차별이 심하지 않다.
출산과 육아를 감당한 뒤에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는 게 북쪽 사회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더구나 탁아소에 어린아이를 맡긴 부모와 어린 자녀가 세 명 이상인 경우, 직장에서 6시간만 일하도록 배려하는 게 제도화된 사회라는 사실에 남북이 함께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음에 뿌듯했다.
글쓴이가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을 읽으면서 느낀 솔직한 마음은 북쪽 사회가 멋지게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쪽 사회에선 청년들 개개인이 똑같이 겪는 비싼 대학 등록금과 졸업 후 일자리 문제, 그리고 주거 문제를 북쪽에선 국가가 모두 해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남쪽 사회에선 그 모든 문제를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힘들게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백수인 청년들이 부지기수인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남쪽 사회 청년 자살률이 무척 높다.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일 정도이다.
출산 휴가 또한 남쪽 사회보다 길게 주어진다. 출산 전 60일, 그리고 출산 후 180일(6개월)을 보장받는다. 남쪽 출산 휴가 4개월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글을 읽다 보면 북쪽 사회가 ‘낙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러운 느낌이 들 정도다. 아마도 그런 점이 이 책을 이적 표현물로 재단한 배경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글쓴이는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이 널리 읽히길 바란다. 오해와 편견을 넘어 북쪽 사회를 너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글쓴이 또한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을 통해서 내가 알고 있던 북쪽과 내가 몰랐던 북쪽을 대비시켜 봄으로써 자신을, 나아가 분단 현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남과 북이 같은 동포로서 언젠가 함께할 한민족이라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 밝은 점과 어두운 점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과 북이 교류하면서 함께 어두운 부분을 없애고 밝은 부분은 서로 취하고 살려야 한다. 그렇게 한반도 평화를 뿌리내리고 남북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 길이 민족의 비극이자 고통인 80년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 통일을 맞이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북쪽의 제도와 문화, 그리고 북쪽 동포들을 존중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첫걸음이 ‘북쪽을 제대로 아는 길’이라 생각한다. 결국 ‘북쪽을 제대로 아는 길’이 곧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아는 길’이기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비극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첫걸음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억압하는 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일이다. 국가보안법은 해방 직후 이종형 등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이 만든 악법임이 이미 충분히 논구되었다. 최근 오마이뉴스, 시민언론 민들레, 한겨레온 등 언론 기사로도 상세하게 기사화되었다.
북쪽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료와 서적들을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20세기 냉전 시대 낡은 이념을 앞세워 표현의 자유와 언론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남북이 가야 할 길이 절대로 아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정의로운 복지 선진국이자 문화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분단 질서를 종식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 오늘의 시대, 우리가 북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함께한 모습(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냉전 시대가 종막을 고한 지 40년이 돼간다. 신냉전을 운위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해와 편견으로 상대의 어두운 면을 크게 부각하는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남과 북의 교류가 더없이 중요하다. 가장 쉬운 스포츠 교류와 학문 교류로 물꼬를 터야 한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도보다리 회담을 생각해 보자. 통역사가 없는데도 단둘이 만나서 한참 동안 대화를 지속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쪽은 주시경의 수제자 김두봉을 비롯해 조선 최고의 국어운동가 이극로의 한글 전용 정책이 실현된 탓이다. 남쪽 역시 주시경의 애제자 최현배의 한글 전용 정책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과 북은 언어 사용에서 차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80년을 분단된 상태로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남쪽에서 미혼모를 북쪽에선 해방처녀라고 한다. 남과 북이 같은 현상을 두고 서로 다른 용어를 쓰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을 전제로 남과 북의 국어학자들이 만나서 통일된 언어를 만들고 이를 통일 이전이라도 교과서에 실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그 길이 통일 비용을 줄이고 결국 미래 세대를 위하는 길이다.
마찬가지로 역사학자들 교류도 절실하다.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에도 소개돼 있듯이 평양시에서 발견된 단군릉이나 대동강 문화가 정말로 세계 5대 문화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학문 교류를 통해 접근해 나가야 한다. 그 길이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심어 놓은 식민사관을 극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달달 외었던 낙랑군 위치가 평양이 아니었음을 남북 역사학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 고증해 내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이미 일제가 부정한 한반도 구석기 시대 존재가 남과 북에서 발견된 유물로 입증된 만큼 고조선 영토가 한반도가 아니라 중국 하북성과 요령성, 그리고 만주 일대에 걸쳐 있었음을 학문 교류로 밝혀내야 한다.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우리 고대사를 비롯해 한민족의 역사를 왜곡하는 마당에 남과 북이 서로 교류하며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는가!
2009년 10월경 개성공단(출처: 100문 100답 303쪽을 갈무리함)
더구나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에도 나오는데 개성공단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남과 북 경제 교류는 북쪽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당면한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필수 전략이기도 하다. 국내 임금 상승에 따른 생산비 절감을 위해 해외에 공장을 지을 게 아니다. 오히려 동남아시아 임금보다 서너 배로 낮은 북쪽의 성실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남쪽 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남쪽 청년들 일자리를 창출하고 북쪽 경제를 살리는 길을 먼 데서 찾을 게 아니다. 남북 경제 교류는 대한민국 사회가 당면한 경제 난관을 뚫고 활로를 개척하는 최고의 경제 전략이다. 2016년 박근혜 정권 시절 폐쇄한 개성공단을 되살리고 남포공단, 나진 선봉 지구로 늘려 나가야 한다. 앞으로 통일을 위해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선점하도록 방관하면 안 된다. 독일 통일을 설계한 에곤 바르(Egon Bahr)의 표현처럼 ‘개성공단은 한국형 통일 모델’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포스터(출처: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박미자 선생님 제공) 통일뉴스 8월 20일 자 보도에 따르면 2026년 8월 3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진보당과 전국농민회 회원이 연루된 일명 (제주 간첩단) 사건 심판에서 찬양, 고무 관련 국가보안법 제7조 1항과 3항을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 심판을 제청했다.
요컨대 이 모든 걸 뒷받침하기 위해선 한반도에 평화로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리고 평화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우리 세대가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냉전 시절 독재자들이 만든 국가보안법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 유엔에서도 2015년과 2023년 두 차례나 국가보안법 독소조항 폐지를 권고했다.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도 2004년과 2020년, 그리고 2024년 세 차례나 국가보안법 7조 폐지를 반복해서 권고했다.
이젠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20세기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한민족 공동체 전체를 위한 길이자 공동선을 실현하는 길이라 확신한다. 그런 의미에서 13명의 북쪽 전문가가 함께 쓴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을 일독하기를 적극 권유한다.하성환 시민기자 ethics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