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정부, ‘화석연료 금융 금지’ 국민 발의안 거부 [환경] 스위스 정부가 은행·보험사·연기금 등 금융기관의 신규 화석연료 프로젝트 자금 지원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스위스에서는 국민발안 제도를 통해 헌법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국민발안이 성립하려면 10만 명의 서명을 확보해야 하며, 이후 정부와 의회의 절차를 거쳐 국민투표에 부쳐질 수 있다.
금지 규제, 해외 금융사만 이득…실효성 떨어져
스위스 연방정부는 12일(현지시간) ‘지속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스위스 금융 중심지를 위한 국민 발의안’에 대해 대안 없이 의회에 부결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의안은 스위스 금융회사가 국내외에서 신규 화석연료 매장지를 개발·생산하거나 기존 광산을 확대하는 사업에 금융·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적용 대상에는 일반 은행과 보험사뿐만 아니라 연기금 및 사회보험기관까지 포함됐다.
연방정부는 이 같은 전면 금지 조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금융사가 자금 조달을 막더라도 해외 금융사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미비한 반면, 자국 연기금의 투자 재량권과 수익성만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국민발안은 화석연료 금융 금지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 사업 전반에 생물다양성 보존 기준까지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스위스 정부는 탄소 배출과 달리 생물다양성은 아직 통용되는 국제 검증 표준이 없어, 이를 법으로 강제할 경우 불확실성과 규제 비용만 늘어난다고 반박했다.
2050 넷제로·기후공시 기존 제도로 리스크 관리
스위스 정부는 추가적인 징벌적 규제 없이도 현행 법체계 내에서 기후목표 관리 수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스위스는 이미 ‘기후혁신법’을 통해 2050년 넷제로 목표를 법제화 했으며, 2024년부터 시행된 ‘기후 정보 공시 조례’에 따라 대형 금융기관과 기업에 기후 위험 요인 및 전환계획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금융기관에는 추가 기준도 마련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금융 흐름을 기후목표에 맞추기 위한 금융기관 전환계획의 최소요건을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 앞서 2022년 12월에는 ‘지속가능금융’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금융시장 구축을 위한 정책도 제시했다.
스위스 연방재무부(EFD)는 정부의 반대 입장을 담은 공식 보고서를 정리해 2027년 4월 16일까지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 국민투표에 부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