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경고에도 시리아 공격, 네타냐후 외환 획책 [뉴스] 22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근처 베이트 진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에 파괴된 미니버스 모습. 2026.8.22 SANA 통신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22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남쪽의 한 마을을 드론으로 공습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 포연이 멈추지 않는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분쟁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연이어 타격한 배경에는 튀르키예의 영향력 확산을 저지하겠다는 의도에다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불리해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세 결집을 위한 외환 획책의 냄새가 짙다.
영국 BBC 방송과 시리아 국영 SANA통신,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군이 이날 드론으로 다마스쿠스의 서쪽 베이트 진 마을의 차량 한 대를 공격해 최소 1명이 다쳤다. 시리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노골적 침해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 이라며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를 반복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고 규탄했다.
이스라엘군도 이날 시리아 남서부에 공습을 가한 사실을 확인하며 테러 공격의 최종 단계를 준비하던 테러 조직원을 겨냥한 것 이라면서 해당 테러리스트의 활동이 우리 군에 즉각적 위협을 가했다 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8일 시리아 북서부의 튀르키예 접경에 위치한 아부 알주후르 공군 기지를 공습했다. 이 기지는 2013년부터 군용 비행장으로서 활용이 중단됐고, 시리아 반군이 2024년 12월 이 기지를 장악했다. 시리아가 튀르키예군 배치를 허용하며 역내 합의된 현상 유지 를 깨뜨리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물론 튀르키예는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이스라엘이 무모한 공격 으로 시리아의 안정을 저해하고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이슬람국이지만, 미국의 혈맹인 이스라엘과 비교적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오다 2023년 가자지구 전쟁을 계기로 서로 날 선 비난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키워왔다. 2024년 12월 시리아 대통령이었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축출된 뒤로는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인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자국의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 조직과 연계된 시리아 내 쿠르드 세력을 억제해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이 이끄는 친서방 실용주의 성향의 시리아 새 정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알샤라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시리아 지도자로는 처음 백악관을 공식 예방하는 등 밀착 행보를 보여왔다.
과거 골란고원을 놓고 시리아와 여러 차례 전쟁을 벌인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군사력 재건, 튀르키예와 새 시리아 정권이 밀착해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을 경계한다.
2024년 12월 7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이 장악했을 때 아부 알주후르 공군기지에 정부군이 퇴각하며 망가뜨린 전투기들이 나동그라져 있다. 2026.8.19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네타냐후, 10월 총선 앞서 외환 부채질
그런데 미국 정부 특사가 이스라엘의 시리아 타격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비판해 주목된다. 톰 배럭 튀르키예 주재 미국 대사 겸 시리아 특사는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군기지 공격과 관련해 미국과 튀르키예 모두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이스라엘이 튀르키예의 시리아 군사자산 이동 첩보를 입수해 미국과 공유했지만 미국 정보당국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며, 이스라엘의 군·모사드(정보기관)·총리실 사이 의사소통 오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배럭 대사 겸 특사는 10월 27일 총선을 앞두고 열세에 놓인 네타냐후 총리가 튀르키예를 끌어들여 대외적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지지세 결집을 노렸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X에 글을 올려 튀르키예가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하려 한다는 명확한 첩보를 입수했다 며 배럭 대사 겸 특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시리아 작전을 정치적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무지와 이스라엘의 안보 이익에 대한 이해 부족, 정부를 공격하려는 끊임없는 욕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라며 강력히 규탄한다 고 말했다.
배럭 대사 겸 특사가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점령 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입장과도 상반된다 고 주장했다. 현재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대부분 장악한 상태지만 유엔은 이를 불법 점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아사드 축출 이후 역내 혼란 방지를 이유로 시리아 영토 쪽 골란고원 완충지대에도 병력을 진입시켰다.
오는 10월 17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부인 사라와 함께 지난 17일 집권 리쿠드당 예비선거가 열린 예루살렘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6.8.17 풀기자단 AP 연합뉴스
튀르키예 법원, 네타냐후 집단학살 혐의로 체포영장 발부
튀르키예 사법당국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집단학살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21일 밝혔다. 아큰 귈레크 튀르키예 법무장관은 X에 올린 성명을 통해 지난달 14일 네타냐후 총리와 아페크 모스코비치 등 2명에 대해 이스탄불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근거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려던 글로벌 수무드 함대(GSF) 활동가들의 선단이 나포된 것과 관련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언론에 따르면 모스코비치는 이스라엘 당국자로 알려졌다. 두 사람에게는 인도적 범죄, 집단학살, 고의적 상해, 고문, 약탈, 납치 등 혐의가 적용됐다고 귈레크 장관은 덧붙였다.
지난 5월 해상 봉쇄를 뚫고 가자지구로 향하려던 GSF 선박들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돼 활동가 430여명이 체포됐다가 모두 추방된 바 있다. 이들 중 김아현씨, 김동현씨 등 한국인 2명은 별도로 조기 석방돼 귀국했다.
당시 붙잡힌 활동가들이 손을 허리 뒤로 묶여 무릎 꿇은 영상이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에 의해 공개되며 국제적으로 비난이 쇄도했다.
지난달 이미 법원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음에도 이날 굳이 튀르키예 법무부 차원의 공개 언급이 나온 배경에는 지난 18일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으로 이스라엘과 튀르키예 사이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이날 귈레크 장관은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범죄가 은폐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며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단호히 활용하겠다 고 강조했다.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알아사드는 궐석 재판에서 사형 선고 받아
한편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은 지난 11일 다마스쿠스 법원으로부터 궐석 재판 끝에 사형을 선고받았다. 2024년 시리아 반군에 의해 축출된 뒤 그에게 내려진 첫 유죄 판결이다. 혐의는 계획적 살인과 고문 및 아동 살해, 반인도적 범죄 등이었다. 재판부는 알아사드 전 대통령이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인권 유린에 연루된 국가기관들을 지휘했다고 강조했다.
알아사드의 형제이자 군사령관이던 마헤르 아사드를 포함해 전직 군·안보 당국자 6명에 대해서도 궐석으로 사형이 선고됐다.
중동전문매체 알자지라는 시리아인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순간 이라며 알아사드 정권 밑에서 범죄를 저지른 세력에 대해 강력한 법적 선례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1971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의 뒤를 이어 2000년부터 시리아를 통치했다. 그는 2011년 시리아에서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가 확산하자 무자비한 진압에 나섰고 이를 계기로 시리아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이 발발했다.
알아사드는 내전 초기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반군을 진압했지만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시리아 정부군이 지쳐 떨어진 틈을 타 힘을 키운 반군연합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2024년부터 주요 격전지를 잇달아 장악했다.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반군이 같은 해 12월 다마스쿠스를 포위하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망명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국가 재건과 경제 회복, 국제관계 정상화를 내걸고 친서방 실용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를 47년 만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기 위한 절차에 공식 착수했다.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