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구조적 불평등 완화 위한 정책 조언 [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기근 국무조정실장, 한성숙 총리, 이재명 대통령, 김용범 정책실장. 2026.7.16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출범 1년, 사라진 비판과 성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하고도 1개월이 지났다. 며칠 전 국무회의에서는 요란한 개혁이 아닌 실용성과 설득에 바탕을 둔 성과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아마도 이런 발언은 현 정부의 개혁 성과 유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필자의 과문 탓일 수도 있겠으나 최근 현 정부의 정책과 노선에 대한 평가와 비판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개 집권 1년 정도가 경과하면 여러 시민 단체가 국정 전반에 대해 중간 점검의 성격을 띤 다양한 분야의 토론회를 열곤 했다. 그런데 그런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특히 지방선거 결과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성찰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에 최고 권력자의 복심은 나이고,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을 내가 더 잘 지원할 수 있다며 당권 확보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집권 여당의 당권 투쟁에 노선과 정책 대결은 찾아볼 수가 없고, 상대를 악마화하며 진영 결집에만 몰두한다. 대표 선거 이후 당이 온전하게 하나로 통합될지도 의문이다. 시민들은 그마저도 관심이 없지만.
이재명 으뜸머슴은 취임사에서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의 조건이 보장되는 나라, 두터운 사회안전 매트로 위험한 도전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과연 그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신산업을 명분으로 전 국토에 수천조 원의 돈다발이 뿌려지는 그림과 천국과 지옥을 반복하는 널뛰기 주가지수를 보며, 그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재명 정부 1년을 거치며 전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와 농민, 청년, 여성, 노인, 소외계층의 삶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 현 정부의 치적과 성과에 대한 홍보는 차고 넘치므로 각 부문별 한계와 전환을 위해 필요한 과제를 살펴보자.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빛의 위원회 출범기념 시민초청행사에서 참석자들과 LED 응원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설치된 대통령 직속 빛의 위원회 는 지난 정부의 불법 비상계엄에 맞선 시민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들을 추진한다. 2026.7.17. 연합뉴스
구조개혁 회피하는 노동정책
먼저 노동정책의 경우 정부가 개정한 노동조합법 2·3조 ‘노란봉투법만’으로 원·하청 착취 구조가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노란봉투법은 교섭권을 넓히지만, 원청 기업이 납품단가와 인건비를 결정하면서도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자체를 없애지는 않는다.
예컨대 자동차·조선·건설·물류·플랫폼 산업에서는 원청이 작업 방식, 단가, 납기, 평가 체계를 사실상 결정하지만 노동자는 여러 하청 업체와 개인사업자 형태로 분절돼 있다. 교섭권 확대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원청의 공동 사용자 책임, 상시·지속 업무 직접고용 원칙, 다단계 하도급 제한, 원·하청 공동교섭 의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강행 규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정부 정책은 이 가운데 일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기업의 생산조직과 이윤배분 구조를 바꾸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민주노총이 정부 1년을 입법 진전, 실행 지체, 구조개혁 회피”로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 취약 노동자에게는 임금 삭감이 될 수 있다. 주 4.5일제는 바람직하지만, 시범사업과 기업 지원 중심으로 추진될 경우 대기업·정규직에게 우선 적용되고 중소기업·비정규직·시간제 노동자는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월급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중소기업에 대한 공적 임금 보전이 결합되지 않으면 노동시간 정책이 오히려 새로운 격차를 만들 수 있다.
최저임금이 생활임금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급 1만 320원이고, 2027년 시급은 이보다 380원 인상된 1만 700원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수도권 주거비, 식비, 교통비, 교육비와 불안정 노동기간을 감안하면 최저임금만으로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기업 부담 문제로만 접근하고 임대료·가맹수수료·납품단가·플랫폼 수수료를 함께 통제하지 않으면, 저임금과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이 대립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산업전환과 AI 대응에서 노동자의 결정권이 거의 없다. 기후위기 대응, 자동차 산업 전환, 석탄발전 폐쇄, AI 자동화 과정에서 정부 정책은 주로 재교육과 전직 지원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핵심은 노동자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아니라 산업전환의 공동 결정자가 되는 것이다. 노동조합·지역주민·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산업전환위원회’와 ‘고용보장 협약’이 없다면, ‘녹색전환’과 ‘AI 혁신’은 기업의 비용 절감과 고용감축을 정당화할 수 있다.
강성남 백기완노나메기재단 상임자문위원이 6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택시노동자 고영기 고공농성 100일 이재명 정부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6. 연합뉴스
농업은 산업이 아닌 국가 안보의 문제
농민과 농촌에 대한 정책도 살펴보자. 우선 현 정부의 농업정책이 농민소득보다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과 수출이 우선된다는 점이다. 정부 농정은 공익직불제와 가격 안정을 강조하면서도 스마트팜, K-푸드 수출, 규모화, 첨단화를 동시에 핵심 성장전략으로 추진한다. 문제는 이 방식이 농민 전체의 삶을 개선하기보다 자본·토지·기술 접근성이 높은 대농과 농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스마트팜 자금 확대도 자부담 능력, 담보, 기술과 인력을 갖춘 농가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공개한 2025년 농가의 평균소득은 5466만 7천 원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 평균 가계지출은 4090만 6천 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2025년 말 기준 농가의 평균 자산은 6억 6285만 2천 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 평균 부채는 4771만 3천 원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평균 농가소득에는 농외소득과 이전소득이 포함된다. 따라서 평균소득 수치만으로 농업 생산을 통해 생계가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소농·고령농·임차농은 농산물 가격 변동, 농자재비 상승, 기후 재난과 부채 부담에 훨씬 취약하다.
직불금이 토지 소유 규모와 결합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면적 기준 직불금은 농지 규모가 큰 농가에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간다. 소농 직불금이 존재하지만 농지 임대차가 비공식적인 경우도 많고, 실제 경작자가 아닌 명의상 소유자에게 혜택이 귀속되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직불제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경작자 중심 등록, 임차농 권리보호, 소농 가산, 여성 농민의 공동 경영주 인정 등이 병행돼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목격했지만 농촌 정책이 주민의 보편적 생활권 보장보다 개발사업에 치우쳐 있다. 대부분의 농촌 소멸 대응 정책이 관광개발, 산업단지 조성, 귀농·귀촌 유치,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되면서 기존 주민의 교통·의료·돌봄·교육·주거 문제는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농민정책은 농업 생산지원에 국한하지 않고, 농촌에서 계속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농촌이 소멸하고, 농민이 사라지면 대한민국 공동체의 먹거리 안보도 무너진다.
7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농자재값 폭등! 농산물 가격 폭락! 근본대책 촉구! 7.7 전국농민대회 에서 참가자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2026.7.7. 연합뉴스
소외된 청년에 더 주목해야 할 청년정책
청년정책도 살펴보자. 주된 청년정책이 일자리와 주거에 대한 구조개혁이 아니라 인센티브 정책에 머물고 있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단기적인 유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낮은 임금, 장시간 노동, 취약한 복지, 불투명한 승진 구조가 그대로라면 지원이 끝난 뒤 이직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20·30대 ‘쉬었음’ 청년이 약 7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를 개인의 취업 의지 부족이나 직무 불일치로만 볼 수 없다. 양질의 일자리가 대기업·공공부문·수도권에 집중되고, 다수 청년이 저임금·단기계약·플랫폼 노동으로 밀려나는 노동시장 구조가 핵심 원인이다.
지방정부까지도 나서고 있는 월세 지원은 주거비 상승분을 임대인에게 이전할 위험이 있다. 월 20만 원 지원은 당장의 부담을 줄이지만 임대료 자체를 규제하지 않으면 재정지원 일부가 임대소득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청년 주거 문제의 핵심은 월세 지원보다 공공임대주택의 절대량 부족, 대학가·역세권의 높은 임대료, 보증금 사기와 부실주택,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차별, 토지·주택의 자산화 등에 기인한다. 따라서 월세 보조만으로는 자산 보유 청년과 무자산 청년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
청년정책이 세대 내부의 계층·성별 격차를 가린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청년’은 하나의 동질적 집단이 아니다. 부모의 주택·금융자산을 이전받을 수 있는 청년과 부채를 안고 출발하는 청년의 조건은 전혀 다르다. 여성청년, 장애청년, 시설퇴소청년, 이주배경청년, 고립·은둔청년, 지방청년은 노동·주거·안전에서 중첩된 불이익을 겪는다. 청년 전체에 동일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은 이러한 내부 불평등을 완화하기 어렵다.
한국여성의전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2025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맞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27. 연합뉴스
여성정책, 임금격차 강제 시정과 돌봄의 사회화 우선해야
여성정책도 살펴보자. 임금 공시는 필요하지만 강제적 시정수단이 약하다. 한국의 남성 중위임금은 2023년 여성보다 약 29% 많았으며,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수준이었다. 2024년 공시 대상 기업 조사에서도 성별 임금격차가 30.7%로 나타났다. 여성 저임금 근로자도 23.8%로 남성(11.1%)의 2배 이상이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양성평등주간 기획보도자료1,” 2025년 8월 29일). 2025년 통계는 아직 발표된 바가 없지만, 추세가 바뀌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공시·진단·컨설팅 중심 제도는 기업이 개선하지 않았을 때 적용할 제재가 약하다.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도 2027년 본격 시행을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 임금 격차를 줄이려면 단순 공개를 넘어 기업별·성별 임금 시정계획 의무화, 정당한 사유 없는 격차에 대한 시정명령, 공공 조달·정부 지원과 성평등 고용 연계, 직급·고용형태·근속기간별 격차 공개, 노동조합과 여성 노동자의 자료 접근권 보장 등이 필요하다.
여성정책이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에 집중돼 있다. 여성의 경력 단절은 개인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돌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사회구조의 결과물이다. 재취업 훈련만 확대하면 여성은 다시 돌봄·서비스·시간제·저임금 업종으로 진입하기 쉽다. OECD도 여성이 남성보다 무급 돌봄노동을 더 많이 수행하고, 이것이 임금·경력·연금 격차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이는 돌봄의 공공성 확대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와도 밀접하게 결부돼 있다. 보육·요양·장애인 활동 지원·가사 노동이 민간기관과 저임금 여성 노동에 의존하는 한 여성의 이중 부담은 해소되지 않는다. 여성정책은 취업 지원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의 직접 돌봄 제공, 돌봄 노동자의 공공부문 고용, 남성의 유급 돌봄 휴가 의무화, 노동시간 단축, 한부모·비혼·다양한 가족에 대한 동등한 권리 보장 등을 중심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초복을 이틀 앞둔 13일 부산진구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열린 제11회 초복 맞이 1만그릇 삼계탕 나눔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배식하고 있다. 2026.7.13. 연합뉴스
노인정책, 노동·성평등·연금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노인에 대한 정책은 어떠한가? 우선 노인빈곤의 문제를 단기 일자리로만 대응한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전체 인구 빈곤율보다 약 25%포인트 높아 OECD에서 격차가 가장 크다. 그런데 노인정책은 기초연금과 단시간 공공 일자리 확대에 주로 의존한다. 월 수십만 원 수준의 단기 일자리는 소득 보완에는 도움이 되지만 빈곤을 해소하지 못하며, 노인이 생계를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현실을 정당화할 수 있다.
기초연금이 최저소득 보장제도로 충분하지 않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 급여가 분절돼 있고 부양의무·재산·소득 환산 기준이 복잡하다. 집은 있지만 현금 소득이 없는 노인, 가족과 연락이 끊긴 노인, 신청 절차를 모르는 노인이 제도에서 배제될 수 있다.
여성노인의 빈곤은 특히 심각하다. 여성은 생애 동안 낮은 임금, 경력 단절, 무급 돌봄을 경험하므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고, 급여가 적다. 앞에서도 봤지만 한국의 성별 시간당 임금격차는 OECD 최고 수준이고, 생애 소득 격차는 약 50%로 추정된다. 따라서 노인빈곤 문제는 고령자 정책만이 아니라 노동·성평등·연금정책 등이 누적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은 권리이자, 사회적 의무
장애인·빈곤층·이주민·한부모 등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도 살펴보자. 우선 신청주의가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한국의 복지는 당사자가 정보를 알고, 서류를 준비하고, 자신의 빈곤과 장애를 증명해야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에 크게 의존한다. 전문가들은 중위소득 50% 이하 빈곤층 가운데 누가 어떤 급여를 받고 누가 배제됐는지 충분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저소득층 복지제도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급여 신청주의 개선 및 극복 방안,” 보건복지포럼 2026년 3월호). 이러한 체계 하에서는 주소가 불안정한 노숙인·주거취약계층, 가족관계가 단절된 사람, 문해력·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노인, 정신적 위기나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이주민, 행정기관 방문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등이 특히 배제되기 쉽다.
장애인 정책이 소득 보전과 시설 보호를 벗어나지 못한다. 장애인의 핵심 요구는 단순 현금 급여가 아니라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주거권과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다. 그러나 장애인 활동 지원 시간, 공공 교통 접근성, 탈시설 주거, 공공 일자리 등이 지역과 장애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장애를 개인의 결함으로 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장벽을 제거하는 권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주노동자가 노동력으로만 취급된다. 농어촌·제조업·건설·돌봄 분야가 이주노동에 의존하지만, 사업장 변경 제한, 열악한 숙소, 임금 체불, 산업재해, 의료·가족 결합 제약 등이 계속된다. 이주노동자를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는 수단으로만 보는 정책은 인권과 평화의 관점에서도 어긋난다.
왜 이재명 정부는 구조적 불평등 완화에 이르지 못하는가?
무엇보다 재분배보다 경제성장을 우선하는 정책 기조 때문이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노골화되고 있다. 정부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반도체·AI·방산·수출 대기업 투자가 우선되고, 노동·복지는 성장의 성과를 사후 배분하는 영역으로 배치된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증명하듯이 이 방식은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점이윤, 노동 배제, 지역 격차, 환경 파괴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한다.
소득 불평등보다 자산 불평등에 대한 개입이 아주 약하다. 청년·노인·농민·저소득층의 어려움은 임금과 복지급여뿐 아니라 주택·토지·금융자산의 편중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보유세, 토지이익 환수, 상속·증여 과세, 임대료 규제, 공공토지 확대가 취약하면 복지 지출을 늘려도 자산 가격과 임대료 상승을 통해 혜택이 자산 소유자에게 이전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보편적 사회권보다 대상별 지원사업이 중심이다. 청년 월세 지원, 농민 직불금, 여성 재취업, 노인 일자리, 취약계층 바우처가 각각 분리돼 있다. 이러한 사업은 필요하지만 복잡한 자격 기준과 신청 절차를 만들고, 집단 간 형평성 논쟁을 유발한다. 시민 모두의 주거·의료·돌봄·교통·교육을 권리로 보장하는 보편적 공공서비스 체계가 절실한 이유이다.
정책 당사자의 결정권이 약하다.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청년이 정책 자문에는 참여하지만 예산과 제도를 공동 결정하는 권한은 제한적이다. 민주주의가 선거와 공청회에 그치고, 경제조직과 복지행정 내부로 확장되지 않으면 불평등 구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7일 중구 민주노총에서 ‘홈플러스 회생방안 마련 위한 이재명 대통령 면담 요구 및 정부의 긴급 개입 촉구’ 사회원로 및 각계 대표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6.7.7. 연합뉴스
정책 기조를 생명·평화·민주주의 확대로 전환해야
생명의 관점에서 생존을 시장 구매력에 맡기지 않는 보편적 사회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 최저선 보장이 권리화돼야 한다. 주거·의료·돌봄·교육·교통·에너지는 상품이 아니라 기본권이다. 중위소득 일정 비율 이상의 최저 소득 보장, 기초연금의 단계적 인상,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 무상 또는 저비용 대중교통 확충, 공공병원과 방문 의료 확충, 에너지 기본 사용량 보장, 복지급여 자동 지급 원칙 도입 등이 이뤄져야 한다. 현금 급여만 늘릴 것이 아니라 가계가 시장에서 지출해야 하는 필수 비용 자체를 낮추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돌봄은 기본권으로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돌봄을 가족과 여성에게 떠넘기지 않고 공공의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회서비스원 전국 확대, 요양·보육·장애인 활동 지원의 공공 직영 확대, 돌봄 노동자 생활임금과 고용안정 보장, 가족돌봄 휴가의 유급화, 남성 육아휴직의 일정 기간 의무 사용 보장, 지역별 통합돌봄센터 설치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평화의 관점에서 경쟁과 배제를 줄이고 군사비를 사회적 안전망 확충 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생명평화 관점에서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생존을 둘러싼 일상적 경쟁과 폭력이 감소한 상태다. 국방비와 대규모 무기 획득비의 일부를 청년 공공주택, 농촌 의료·교통, 장애인 이동권, 노인 빈곤 해소, 기후재난 대응, 정의로운 산업전환 기금, 접경지역 생명평화 일자리 확충용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방비의 사회적 전환은 복지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돌봄·생태·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지금 당장 국방비 동결에서 출발하고, 단계별 감축을 제도화해야 한다.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민주주의 관점에서 경제와 복지 영역으로 민주주의를 확대해야 한다. 노동자의 기업 의사결정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성과급 독점 논란과는 별개로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삼성전자 노조의 참여 요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원·하청 공동교섭 의무화, 일정 규모 이상 기업 노동이사제 도입, 구조조정·AI 도입·해외 이전 시 노동자 동의제, 산업전환위원회에 노동자와 지역 주민 동수 참여 보장, 초기업·산업별 단체교섭 확대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농민·주민의 먹거리 민주주의도 보장되어야 한다. 농민 기본소득 또는 농촌 주민수당 도입, 국가·지방정부의 적정가격 보장 제도화, 학교·공공기관 지역 농산물 공공 조달 의무화, 농지은행의 공공성 강화, 실제 경작자 중심 농지제도 운용, 여성농민 공동 경영주 자동등록, 농민·소비자·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지역먹거리위원회’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복지 당사자의 공동 결정권도 보장해야 한다. 장애인·노인·청년·여성·빈곤계층 당사자가 복지사업의 수혜자가 아니라 공동 설계자가 돼야 한다. ‘사회보장위원회’ 당사자 대표 비율 보장, 주민참여예산의 복지·돌봄 분야 확대, 장애인 권리예산 사전협의제, 청년정책 결정기구의 독립적 예산권 부여, 성인지예산에 대한 시민평가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정범진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반동세력의 재등장 우려, 개혁으로 해소해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은 공론장에서 얻어터질 각오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비판 세력을 반개혁·이념 편향 세력으로 갈라치기 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집권 1년 만에 듣기 싫은 소리에 귀 막고,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집권 여당을 보면서 역사적 반동세력의 재등장이라는 불안이 엄습해 오는 느낌을 갖는 것이 필자만은 아니리라. 이재명 정부 갈 길이 멀다.정범진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bjj08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