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화석연료 성장단계 건너뛴다…아프리카 태양광 설치 45% 증가 [뉴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조성된 25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아프리카에서는 전력 수요 증가와 화석연료 가격 불안 속에 태양광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 출처=세계은행
신흥국의 청정에너지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시각) 앨 고어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회장과 회사의 ‘2026 지속가능성 트렌드 보고서’를 인용해 인도와 파키스탄, 아프리카 등에서 태양광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전쟁으로 화석연료 가격과 공급 불안이 커진 가운데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설비까지 확산되면서 신흥국이 화석연료 중심 성장단계를 건너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앨 고어와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출신 데이비드 블러드가 2004년 설립한 지속가능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다. 지난 3월 말 기준 운용자산은 약 247억달러(약 33조8390억원)다.
아프리카 태양광 설치 45% 증가…인도도 연 40% 이상 성장
아프리카의 태양광 설치량은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와 아프리카테크퓨처스랩은 올해 아프리카에 17GW의 태양광이 설치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45% 늘어난 규모다.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36개국에서 역대 최대 설치량이 예상됐다.
인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제너레이션은 2026 지속가능성 트렌드 보고서에서 인도의 태양광 보급이 연간 4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전체 전력의 약 10%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이미 태양광 발전 비중이 전체 전력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석탄과 가스발전으로 채우던 기존 성장경로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화석연료 수입국 6개월간 3300억달러 추가 부담
이란 전쟁은 이런 흐름을 더 앞당겼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와 석유제품 운송이 급감하면서 세계 석유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화석연료 수입국의 비용 부담도 크게 늘었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전쟁 이후 6개월 동안 원유와 석유제품,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이 전쟁 이전 시장 전망보다 3300억달러(약 452조1000억원)를 더 지출한 것으로 추산했다. 저·중소득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추가 부담은 고소득국의 약 두 배였다.
반면 2020년 이후 추가된 청정발전은 위기 첫 5개월 동안 화석연료 수입비를 약 360억달러(약 49조3200억원) 줄였다. 이 가운데 106억달러(약 14조5220억원)는 전쟁 이후 오른 에너지 가격을 피하면서 발생한 절감분이었다.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청정에너지 확대의 경제적 효과가 커진 셈이다.
중국산 설비가 전환 뒷받침…화석연료 성장단계 건너뛴다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설비도 신흥국의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아프리카에 설치되는 태양광 패널의 94%가 중국산으로 추산됐다. 중국의 대규모 생산과 가격 하락이 신흥국의 태양광 도입 문턱을 낮추고 있다.
다만 지난 3월 케냐와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등에서 나타난 중국산 태양광 기술 수입 급증에는 중국의 수출 세제 변경을 앞둔 선출하도 영향을 미쳤다. 단기적인 수입 급증보다 실제 설치량 증가와 화석연료 수입비 절감이 전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인 이유다.
제너레이션은 신흥국이 과거 선진국처럼 경제 성장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크게 늘린 뒤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대신 처음부터 청정전력을 기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앨 고어 회장은 최근 4년 사이 화석연료 가격과 공급이 다시 불안해졌다며 이것은 전환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