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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혁 시민 대토론회 지금이 최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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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두 번이나 광장에서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촛불이 그랬고 응원봉이 그랬다. 그런데 광장이 두 번이나 정권을 바꿔놓은 뒤에도, 그 권력을 낳는 규칙 자체는 그대로다. 소선거구제는 건재하고,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은 여전하며, 국민발안과 시민의회는 여의도 문턱을 넘지 못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칼럼 개헌논의, 껍데기는 가라 에서 답의 실마리를 던졌다. 그는 지금의 개헌 논의가 대통령 연임이나 총리 추천권 같은 대리인들 사이의 자리다툼에 머물 뿐, 정작 권력의 뿌리인 선거제도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짚는다. 소선거구제가 양당제를 낳고, 양당제가 의회 권력을 정하고, 의회 권력이 정부 권력을 정한다는 연쇄를 그는 지적한다. 그리고 이 뿌리를 그대로 둔 채 지붕만 손보는 개헌은 개혁의 시늉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왜 아무도 이 뿌리를 건드리지 못하는가에 대한 그의 진단도 명료하다. 소선거구제의 최대 수혜자는 언제나 제1당이고, 두 거대정당 모두 번갈아 그 자리를 노리는 한 스스로 발판을 걷어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광장은 사람을 바꿀 수 있어도 규칙을 바꾸지 못한다. 규칙을 쥔 자들에게 규칙 개정의 전권을 맡겨두는 한, 혁명은 늘 정권교체로 끝나고 구조교체로 이어지지 못한다. 두 번의 광장이 증명한 것은 시민의 힘이 아니라, 오히려 그 힘이 구조 앞에서 매번 멈춰선다는 사실이다.   제22대 총선 개표 결과를 보도한 4월11일자 주요 신문들의 1면 모음. 이전투구 민주당대표선거, 한국정치의 못난 자화상 이 구조의 민낯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최근의 민주당 대표선거다. 정책 노선을 다투기보다 계파의 이해와 세 대결이 앞서고, 상호 비방과 진영 다지기가 토론을 대신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의 당권 경쟁이 이 정도로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양상을 띤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한국정치의 못난 자화상이다. 원인은 단순하다. 우리 정당은 정책으로 유권자를 설득해 지지를 넓히는 정책정당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를 쟁취하고 유지하는 데 존재 이유를 두는 정권정당이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 아래서는 정책의 정교함보다 계파의 머릿수와 조직 동원력이 공천과 당권을 좌우한다. 정책 경쟁으로 지지를 넓히지 않아도 상대 진영보다 한 표만 앞서면 의석을 독식하는 구조에서, 정당 내부의 권력투쟁은 정책 노선투쟁이 아니라 순수한 자리싸움으로 퇴화한다. 곽노현이 지적한 소선거구제의 논리가 국회의 담합만이 아니라 정당 내부의 문화까지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양당 담합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이기도 한 이 정권정당 체질을 그대로 둔 채 선거제 개혁을 말한다면, 그것은 뿌리를 놔두고 가지만 손질하는 일이 된다. 선관위 사태와 청년들의 참정권 투쟁이 말해주는 것 이 담합 구조의 대가는 정당 내부에서만 치러지지 않는다.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뒤이은 통계 조작 의혹은, 선거관리라는 가장 기초적인 국가 기능마저 신뢰를 잃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선관위가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사원의 감찰조차 헌재가 가로막고, 위원장 인사가 사실상 대법원장의 지명 관행에 좌우되며, 위원 구성 자체를 여야가 나눠 갖는 구조—이 불투명함을 열어젖힐 개혁을 두 정당 모두 서두르지 않았다. 이해당사자에게 규칙 개정을 맡기면 규칙은 바뀌지 않는다는 앞선 논리가, 선거제도만이 아니라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 자체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이 부실이 터졌을 때 광장을 채운 것은 뜻밖에도 기성 정당이 아니라 2030세대였다. 이들은 처음부터 특정 정당의 깃발도, 익숙한 진영 구호도 거부하며 참정권 침해라는 사안 자체에 집중하려 했다. 두 거대정당 중 어느 쪽도 자신들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감각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태도다. 그러나 시위가 길어지면서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적 구호가 그 순수한 문제의식을 잠식해 들어갔다. 정당 정치에 대한 정당한 불신이 제도적 출구를 찾지 못하면, 그 공백은 결국 극우의 동원 서사가 먼저 차지한다는 뼈아픈 교훈이다.   국회에서 열린 4월 임시국회 제6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의원들이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2026.4.18. 연합뉴스 검찰개혁이 한 단계 진행된 지금이 적기 그렇다면 언제 이 뿌리에 손을 대야 하는가. 지금이다. 공소청·중수청법 통과와 수사권 분리로 검찰개혁이 한 단계를 마무리 지은 지금, 시민사회와 개혁 진영의 에너지가 다음 의제로 옮겨갈 여력이 비로소 생겼다. 검찰개혁이라는 오래된 급선무에 발이 묶여 있던 동안 뒤로 밀려나 있던 의제, 곧 선거제도 개혁이 이제 그 자리를 차지할 차례다. 때마침 제헌절을 계기로 개헌 논의도 다시 열렸다. 그러나 곽노현의 지적처럼 지금 거론되는 개헌 항목들은 대통령 임기와 감사원 소속 같은 대리인들의 권력배분 문제에 머물러 있다. 이 국면에서 선거제 개혁을 개헌 논의의 곁가지가 아니라 중심 의제로 밀어 올리지 않으면, 이번에도 지붕 색만 바꾸는 개헌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검찰개혁의 매듭과 개헌 국면의 재점화가 겹친 이 시점이야말로, 선거제도라는 뿌리에 손을 댈 수 있는 좁고도 귀한 창이다. 양당담합을 넘어서는 길, 시민대토론회 문제는 방법이다. 선거법 개정을 여야 합의라는 이름의 여야 담합에 맡겨두는 관행을 그대로 따른다면 결론은 뻔하다. 소선거구제의 수혜자인 거대 양당이 스스로 그 특권을 내려놓을 리 없다. 그렇다면 답은 이 문제를 여야 대리인들의 손에서 시민의 손으로 옮기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문제를 공론화할 선거개혁 시민대토론회다. 여야 정치인과 전문가만이 아니라 이해관계 없는 시민들이 직접 마주 앉아, 소선거구제가 어떻게 표의 등가성을 무너뜨리고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낳는지, 비례성을 높이는 연동형과 STV 같은 대안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그리고 선관위의 구성과 감독 체계를 어떻게 여야의 손 밖으로 꺼내 외부 감사가 가능한 구조로 바꿀지를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이런 공론의 장이 쌓여야 추첨 시민의회나 국민발안 같은 더 근본적인 처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비로소 힘을 얻는다. 정권정당 체질이 낳은 이전투구의 정치, 그리고 그 정치 어디에도 대변되지 못한다고 느낀 2030세대의 분노를 국민이 함께 목격한 지금, 그 피로감이야말로 시민대토론회를 시작할 최적의 연료다. 논은 갈아엎지 않으면 잡초만 무성해진다. 두 번의 광장이 사람을 바꾸는 데는 성공했으니, 이제는 논 자체를 갈아엎을 차례다. 검찰개혁의 매듭과 개헌 국면의 재점화가 겹친 이 좁은 창을 놓치면, 우리는 또 한 번의 광장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leewys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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