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띄운 SMR주식 43조원 증발...오클로·뉴스케일 급락이 던진 경고는? [뉴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족을 해결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았던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SMR을 평가하는 기준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지난해까지는 AI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빅테크가 원전을 찾는다→SMR 기업의 가치가 오른다 는 논리가 시장을 지배했다. 이제 투자자들이 묻는 질문이 달라졌다. 원자로의 허가 시점, 어떤 연료를 사용해 언제부터 전기를 팔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각) S3파트너스 데이터를 인용해, 뉴스케일파워(NYSE: SMR), 나노뉴클리어에너지(NASDAQ: NNE),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투자한 오클로(NYSE: OKLO) 등에 공매도한 투자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약 21억달러(약 3조원)를 벌었다고 보도했다. 3곳 회사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0월 고점 이후 모두 303억달러(약 43조원) 줄었다.
SMR전문 기업 뉴스케일의 홈페이지에 있는 SMR 상상도/홈페이지
‘AI 전력 부족’과 ‘SMR 상용화’ 사이 벌어진 시간
왜 AI 전력 부족이라는 거대한 투자 논리가 살아 있는데도 SMR 기업의 주가는 무너지고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SMR은 공장에서 주요 모듈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기존 대형 원전보다 건설기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원자로다. 통상 출력 300MW 이하로 분류된다. 그러나 FT에 따르면, 현재 실제 상업 운전 중인 SMR은 러시아와 중국의 2개 프로젝트에 그치며 세계적으로 80개가 넘는 설계가 서로 다른 개발 단계에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원하는 것은 ‘지금 쓸 수 있는 전력’이다. 반면 다수 SMR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시점은 2020년대 후반에서 2030년대로 예상된다.
이 시차가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뉴스케일파워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보면, 2026년 상반기 매출은 64만달러(약 9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9675만달러(약 1374억원)에 달했다. 회사는 현금과 투자자산 등 약 19억달러(약 2조7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결국 대규모 상용 프로젝트가 언제 매출로 전환되는지가 핵심이다.
오클로도 비슷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오클로는 액체금속 냉각 방식의 오로라(Aurora) 원자로를 2028년쯤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자료를 보면 현재 오클로와 NRC의 절차는 신규 인허가를 준비하는 ‘사전 신청(pre-application)’ 단계에 있다. 2020년 제출한 과거 통합허가 신청은 2022년 NRC가 기각한 바 있다.
SMR 투자 기준, ‘누가 먼저 전기를 파나’로
미국 정부의 지원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6월 원자력 공급망 확대와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최대 175억달러(약 24조원)의 조건부 금융지원을 발표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의 핵심 대상은 웨스팅하우스 AP1000 대형 원자로와 원전 공급망이다.
지난 4월 나스닥에 상장한 엑스에너지(NASDAQ: XE)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엑스에너지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11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조달했고, 2026년 1분기 매출 및 정부지원금 수입은 4300만달러(약 611억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FT에 따르면 상장 직후 주가 급등 이후 시가총액에서 약 58억달러(약 8조2000억원)가 감소했다. 결국 ‘원전 기업’이라는 간판만으로 프리미엄을 받던 단계가 끝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변화는 국내 기업에도 의미가 작지 않다.
최근 SK이노베이션(KRX: 096770)은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와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협력을 강화했다. 국내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KRX: 034020) 등 제조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SMR 공급망 참여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시장은 설계보다 인허가, 연료 조달, 공급망, 고객 계약,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실제 가동 시점을 더 엄격하게 구분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