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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중국, 지원금 축소…대학들 허리띠 졸라맨다
[뉴스]
중국 칭화대 제 2교문. 연합뉴스 2002년 중국공산당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9명이 모두 공대 출신이었다. 당시 후진타오 주석 겸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는 칭화대 공대를 나온 수력발전 분야 전문가였다. 나머지 8명의 상무위원들도 베이징 과기대 등 공대를 나온 전문 기술자들이었다. 지금의 시진핑 주석 역시 칭화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이다. 공학도의 나라 중국, 법률가의 나라 미국 중국이 공학도 중심의 나라라면, 미국은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들이 실세인 법률가 중심의 나라다. 이는 오늘날 ‘세계의 공장’이 된 제조업 강국 중국을 얘기할 때 흔히 경구처럼 인용되는 말이다. 이는 미국에서 왜 제조업이 망가졌는지, 최근의 미국 제조업 부활 시도가 왜 성공하기 어려운지를 설명할 때도 곧잘 인용되는 경구다. 법률가의 나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권 들어 하버드와 컬럼비아대 등 진보적 학풍의 인문학 연구 분야마저 ‘반트럼프 좌파(빨갱이)’로 몰아 연방정부의 지원을 대폭 삭감하는 정치적 결정으로 유수의 대학들에 큰 타격을 가했다. 하버드대의 한 연구자는 이런 미국 실정과 대비되는 중국의 대학지원 정책을 두고 중국이 은쟁반에 담긴 미래”(future on a silver platter)를 순조롭게 물려받는데 비해 거꾸로 가는 미국의 대학 현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전했다. 경제 부진과 재정난 속 중국도 대학 지원 축소 하지만 그런 중국조차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줄여가고 있으며, 국가 자금 지원을 받을 대상의 선정 기준을 점점 더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경제 붕괴 뒤 어려워진 중국의 경제사정과 재정난이 자리잡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지난 20일 기사에 따르면, 지난 4월에 중국 교육부는 최근 몇 년간 1만 2200개의 학위 과정을 폐지했다고 밝혔다. 주로 ‘경영학’과 같은 인문·사회 계열 학과들이 폐지됐고, 그 자리는 중국공산당이 우선순위로 삼는 AI(인공지능) 및 기타 과학분야 전공들로 대체됐다. 하지만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분야의 학과들 또한 재정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과학 기술 관련 지출은 2010년대 후반에 연간 10%씩 증가했으나, 지난 10년 동안은 연간 3.5%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둔화됐다. 정부 지출 대상에는 박물관에서부터 사회과학 분야까지 다양한 영역이 포함되는데, 자연과학 학과들에 대한 정부 지원 역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예산이 삭감되기도 했다. 지난 9월 베이징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들은 절약을 실천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새로운 지침을 내렸다. 일부 기관에서는 연구자들의 급여와 특권적 혜택들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  나무위키 세계 100대 대학에 칭화대, 베이징대 등 8개대 포함 1990년대 이후 중국 대학들은 급격히 팽창했고, 교직원들의 생활 여건은 훨씬 더 안락해졌다. 중국 대학들의 국제적 위상 또한 크게 높아졌다. 영국 잡지 ‘타임스 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에 따르면, 2017년에는 중국 대학 중 단 두 곳만이 세계의 대학 서열 100위권에 포함되었으나, 올해는 칭화대와 베이징대를 포함해 8곳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칭화대와 베이징대는 각각 세계 11위와 13위를 기록하며 아시아 대학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대학들 예산 삭감, 부동산 침체 따른 경제 부진 탓 오랫동안 풍족한 환경을 누려온 중국 학계 구성원들에게 최근의 긴축 기조는 고통스러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75개 명문 대학들조차 재정적 압박을 겪고 있다. 올해 이들 대학의 예산 중간값(median budget)은 6.8% 증가했지만, 5곳 중 1곳은 오히려 예산이 삭감됐다. 일부 대학은 대학원 과정 장학금의 수와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이기도 했다. 중국 경제의 부진이 이러한 상황의 원인 중 하나다.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많은 대학은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로 인해 지방정부의 예산이 쪼그라들면서 대학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내 2900개 대학 중에서 95%는 지방정부의 관할 아래에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검토한 문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이 지원하는 기술 산업의 거점 도시인 선전과 항저우에 있는 대학들조차 올해 예산이 5% 이상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2배로 는 박사과정생, 비인간적” 지원 따내기 경쟁 중국 경제는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4.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기록적인 수의 대학 졸업생을 모두 수용할 만큼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19%나 된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졸업생들이 대학에 남아 있다. 박사 과정 신입생 수는 2019년 이후 거의 두 배로 늘어 20만 명에 이르렀다. 학계에 남은 이들은 점점 줄어드는 정부 지원금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사후 연구원(포닥) 생활은 고용이 불안정해졌다. 한 연구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승진 요건이 비인간적”인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C)에 집수된 지원 신청 건수(빨간색)와 실제로 지급된 지원 건수(분홍색). 2023년 이후 신청 건수는 급등했으나 실제 지원은 2021년의 100을 기준으로 3% 느는 데 그쳤다.  이코노미스트 10월 20일 학자들이 경력 사다리를 올라가려면 연구 지원금(그랜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중국 과학분야의 주요 중앙정부 자금줄인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C)의 핵심 지원 프로그램에 접수된 신청 건수는 2021년 이후 80% 증가해 20만 건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지급된 지원금 총액은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원 성공률은 2013년 22%에서 지난해 12%로 떨어졌다. 올해 해당 위원회는 젊은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금을 50% 증액했는데, 이는 아마도 그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짐작했다. 요크대의 자창 교수에 따르면, 대학들은 점점 더 서구식 고용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학자들은 정규직을 얻기 전까지 수년간 고된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 의사 없이 연구 역량 보강만을 목적으로 신진 연구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자리를 얻거나 승진하는 과정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이들이 결국 학계를 떠나고 있다. 선전 중학교는 박사 학위 소지자 100명 이상을 교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단기 수익 목적의 기업 지원금 비중 커져 그렇다고 해서 중국 대학들의 자금이 바닥난 것은 아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대학 연구에 투입되는 비용은 작년에 11% 증가한 3410억 위안(약 68조 2000억 원)에 달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자금 중 기업(민간 기업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대학 연구에 새로 유입된 자금의 절반은 기업에서 나왔다. 문제는 기업들이 상업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인재나 기술을 길러낼 가능성이 낮은 학문 분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기업들은 이미 재정이 탄탄한 유명 대학들을 선호한다. 당장 돈이 될 만한 분야 중심으로 지원하는데, 그것마저 이른바 소수 명문대 쪽에 쏠린다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재정 운용이 깐깐해진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프린스턴대 교수로 베이징대에서도 연구센터를 운영하는 위시에는 중국 대학들이 급격히 팽창하던 시기에는 학문적 ‘질’보다는 논문 발표 ‘양’이 승진의 주요 기준이 되곤 했지만, 이제 예산을 더 신중하게 집행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에서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혁신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논문 발표에 대한 압박이 커진 이런 상황은 연구 부정행위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타오바오와 같은 유명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는 ‘논문 공장’(paper mills)이 버젓이 서비스 광고를 하고 있다. 실제로 논문을 싣기 위해 뇌물을 건네다 적발당한 연구자들도 있다. 온라인상의 ‘학계 추적자들’(박사 과정 중도 포기자들 포함)은 교수들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학계의 부정행위를 파헤치고 있다. 일부 지방 정부는 학자들이 승진에 필요한 연구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기업에 돈을 건네고 연구 자금을 지원받는 관행을 조사하고 있다. 정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분의 1이 이러한 관행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했다.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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