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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국가폭력 트라우마 잘 드러낸 닥터X 5·18 묘사

국가폭력 트라우마 잘 드러낸 닥터X 5·18 묘사
[뉴스]
연합뉴스TV 갈무리 지난 24일 방영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12부작)의 6회가 의학 드라마에 어울리지 않게 광주 5·18을 끌어 들였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이 드라마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 위해 5·18을 끼워 넣었다 며 드라마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등장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여야의 시각차 등 일부 부분에서 정치적 논쟁이 이뤄지고 있고 좌우의 견해도 일정 부분 다른 엄연한 정치적 사안 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사법부의 판단과 법률 개정, 국가적·역사적 평가가 완료된 사안인 5·18을 두고 견해가 다른 정치적 사안 이라고 말한다면, 우리 현대사에서 논란이 아닌 사안이 있을까. 5·18이 여전히 논쟁이나 갈등의 중심에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정치적 쟁점으로 삼거나 선거 전략으로 다루려는 극우 진영이 더한 과욕을 부리는 것일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드라마도 제대로 보지 않은 이들이 생트집을 잡는 것이며, 언론도 드라마의 맥락을 간과한 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편승하고 있더란 것이다. 한마디로 영화 ‘암살자(들)’에 이어 또다시 한없이 가벼운 우리 세태의 한 단면을 드러낸 사례가 아닌가 싶다. 기자는 그날 문제의 6회를 시작한 지 25분쯤 전개된 시점부터 시청했다. 광주의 신발가게 에피소드가 그려지고 있었다. 도청 앞에서 구두 닦는 승범이가 너네 성(‘형’의 전라도 사투리)이냐”고 묻는 가게 주인에게 꼬마 오상범이 피아니스트가 될 형에게 구두를 선물하겠다고 찾아왔다. 주인은 상범이 건넨 동전 몇 푼이 어림없는데도 당돌한 상범이 귀엽다며 멋진 구두를 기꺼이 내준다. 기쁜 마음에 귀가하던 상범은 갑작스럽게 도청 쪽에서 달려오는 시민들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고 이내 금남로 거리는 청년들을 향해 총기를 휘두르는 계엄군의 난동으로 어지럽혀진다. 6회 초반을 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기자 역시 ‘왜 난데 없이 광주가 이 의학 드라마에 등장하지’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내 불편했다. 역사적 비극을 드라마 소재로 값싸게 활용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내가 고교 2학년 때 직접 본 금남로 모습과 동떨어지게 재현한 금남로 장면도 뭔가 억지스러웠고 극 전개도 매끄럽지 못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떤 병원에도, 어떤 의국(醫局, 병원 등에서 의사들이 있는 방)에도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용역) 닥터 계수정(김지원)은 오로지 자신의 술기(術技,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거나 진찰할 때 실제로 행하는 의학적 기술과 손기술)만 믿고 수술에 미친, 속된 말로 또라이 의사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공부하지 않고 술기를 닦는 데 소홀하며 기득권과 위계만 믿고 함부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 군상들이다. 여러 병원을 거느리며 의대 증원 등의 이슈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도록 낮은 연조의 의사들을 앞세우는 막후 조직 ‘목련회’에 맞서는 존재다. 예를 들어 계수정은 이런 대사를 날린다. 야, 너네(의사들) 진짜 후져. 나 너네 싫어. 돈 잘 벌고 출세하려고 공부만 한 인간들. 윤리고 신념이고 생각 없이 그저 멍청하게 똑똑한 인간들. 교수들 앞에선 엎드리고, 환자들 앞에선 고개 쳐들고. 교수 앞에선 아첨하고, 간호사 앞에선 지랄하고… 그냥 의사이기만 한 인간들.” 입버릇처럼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원작의 저, 실패하지 않으니까요 보다 더 단호해졌다)고 내뱉는 도발적인 캐릭터 계수정이 어떤 병원도, 어떤 의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범의 뇌수술을 하겠다고 자청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구서대학 서남병원의 부승권 원장(손현주)은 계수정 못지 않게 목련회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엄청 돈을 밝히는 장희숙 용역의사소개소 소장(이정은)의 비위를 맞춰가며 계수정을 이용해 목련회 카르텔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꼬마 상범은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서 형과 함께 있다가 헬리콥터 총격을 받았는데 파편이 정수리에 박힌 채 의식을 잃었고, 자신을 등에 업고 병원에 달려온 형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형은 그 과정에 총상을 입어 결국 숨졌다. 그 뒤 오상범(하성광)은 형이 자신 때문에 목숨을 내놓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경련과 발작, 망상에 시달리지만 치료도 받지 않고 그 흔한 검진도 받지 않고 무엇보다 말을 잃어 버렸다. 목걸이에 매단 수첩에 자신의 의사를 적어 최소한만 소통하는 방식으로 46년의 세월을 견뎌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머리에 박힌 파편 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사코 거부하고 이대로 죽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드라마 6회는 병원 옥상에서 5·18 학살에 책임이 있는 전직 대통령 지두석을 보며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옥상 난간 위에 올라선 상범이 늘 ‘환상’으로 대하는 형 승범을 마주 보며 마지막 선택을 망설이는 순간, 응급 헬리콥터에 실려온 지두석이 들것에 실려 입원실로 향하는 모습을 돌아보는 장면으로 다음 회를 기약한다. OTT 넷플릭스를 통해 6회 앞부분을 시청했다. 계수정이 가상의 공화국 라코타에서 겪은 일로 드라마가 시작됐다. 군인의 공격을 받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빠진 그녀를 꼬마 바라카가 구해냈는데 그런 용기를 낸 이유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여동생 니마 수술을 집도해 살려내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부터 이 시리즈는 회상 신을 통해 바라카가 화재에 목숨을 잃고, 계수정이 오열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복선을 깔아놓았다. 6회까지도 완벽하게 계수정과 바라카 오누이의 사연은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아 나중에 ‘떡밥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야전병원, 난민촌 등을 전전하며 의술을 단련해 온 계수정이 바라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총알, 뇌, 수술’이란 장 소장의 문자메시지만 보고도 모든 의사들이 모여 있는 회의장으로 뛰어가 손을 번쩍 들어 제가 수술하겠습니다”고 외치는 장면으로 연결됐다. 그러면 누가 상범 수술을 가장 원했는가? 목련회 사람들이었다. 병원 적자 운영을 빌미로 사사건건 부 원장에 딴죽을 걸던 이들은 병원과 의사 이미지를 개선해 의대 증원 이슈 등에 대한 의사들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상범 수술을 맡으라고 부 원장을 압박한다. 부 원장은 뻔한 그들의 속셈을 알면서도 결국 수술이 실패하면 병원 식구가 아닌 장 소장과 계수정에게 책임을 지워 관계를 끊고, 수술이 성공하면 목련회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심산으로 목련회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이렇게 해서 계수정과 장 소장 등은 광주까지 내려가 상범을 어찌어찌 설득해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런데 갖은 설득 끝에 마음을 돌렸나 싶었던 상범은 여전히 수술을 못 받겠다고 버티는 상황에 갑자기 지두석이 응급 환자로 실려오는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병원 측은 전직 대통령 경호를 내세워 2층 병실 전체를 비워달라고 요구했고, 상범도 3층으로 병실을 옮긴다.  그런 곡절 끝에 옥상 신으로 6회는 막을 내렸다.   계수정과 바라카 소년의 트라우마를 재현한 장면들 적지 않은 언론이 청원에 동조하는 이들의 주장을 옮기는 데 바빴다. 병원 부조리와 관행에 한방 먹이는 사이다맛 의학 드라마에 누가 봐도 전두환을 연상시키는 지두석을 등장시켜 광주 문제를 끄집어내는 게 역겹거나 억지스럽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5·18 피해자 가운데 허벅지에 박힌 총알을 꺼내지 않은 채 평생을 산 이가 있어 이런 설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계수정의 라코타 체험과 광주의 비극은 국가폭력 희생자의 상처를 드러내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계수정은 병원으로 향하던 자동차가 체증에 막히자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헬리콥터가 병원 옥상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을 본다. 상범의 상처를 알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계수정은 직감적으로 헬리콥터가 상범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직감하고 뛰어가며 제발 을 연거푸 외쳐댄다. 상범과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있는 의사, 혈관에 붉은 피가 흐르는 사람 냄새 나는 의사 계수정이다. 실제로 전일빌딩 기총 사격은 전두환의 뻔뻔한 부인과 달리 헬기 사격은 2018년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다. 지금도 그 빌딩에는 탄흔 자국이 분명하게 남아 있다.   국회 본회의 상정과 표결을 앞두고 지난 7일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245에 헌법 전문 개정안 전문이 펼침막으로 펼쳐져 있다. 2026.5.7 연합뉴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서 극적으로 조우하는 장면은 조금 억지스럽긴 해도 그렇다고 드라마로 그려내는 일을 두려워 할 일도 아니다 (이옥규 CP가 억지 주장에 대꾸한 표현) 병원 옥상에서 극단을 고민하던 상범이 지두석의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다 오히려 달려가 해꼬지를 하려는 것처럼 연출한 것도 복선을 깐 것으로 보였다.  더욱이 진짜 중요한 문제는 작가나 제작진이 오상범 사례를 통해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병원 옥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지두석과 오상범 두 환자 가운데 어느 쪽을 먼저, 더 중점적으로 할지를 놓고 병원 및 목련회와 마찰을 빚고 이런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를 7회는 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오는 31일 방영될 7회까지 보고 정말 역사적 비극을 끌어다 그저 소재로만 활용하고 버리거나 정치적 목적을 갖고 활용하려 했는지 총체적 맥락으로 이해해야 했는데 도입부만 보고 성급하게 이런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부박(浮薄, 천박하고 경솔)하다는 것이다.   일본 원작 드라마 닥더X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 포스터 일부에서는 이 시리즈의 원작이 일본 아사히TV에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시즌 일곱 편, 스페셜 한 편이 방영됐고, 2024년 12월 극장판으로 마무리된 ‘닥터-X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 (요네쿠라 료코 주연)인 점을 들어 광주 5·18을 묘사한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만약 일본의 국가폭력 희생자 사례를 그대로 옮겼다면 그것대로 또 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5·18을 느닷없이 끌어왔다고 주장하는 이들 중에는 원작이 훼손됐으니 원작자가 고소해야 한다는 신소리를 늘어놓는 이도 있다. 그런데 드라마 리메이크 관행은 각본을 뜯어 고치는 것에 대해 원작자의 승인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해외 리메이크는 이런 요소에 굉장히 예민해 리메이크 대본을 통째로 보내 승인받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리메이크 제작진이 이렇게 했는지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일본의 원작 각본은 김혜수 주연 만능사원 오오마에 의 원작인 ‘파견의 품격’을 쓴 나카조노 미호다. ‘닥터 X’나 ‘파견의 품격’처럼 일본 관료사회를 풍자하는 작품들을 써왔던 작가다. 그는 평소 인터뷰를 통해 한국드라마들이 사회적 메시지를 잘 녹여낸다”고 칭찬했던 친한파이기도 하다. 그런 나카조나 미호가 갑자기 원작이 훼손됐다고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결론을 다시 얘기하자면 7회까지 제대로 본 뒤에 역사적 비극을 끌어다 그저 소재로만 활용하고 버리거나 정치적 목적을 갖고 활용하려 했는지 총체적 맥락으로 이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정 소재를 다뤘으니 기분 상했다며 창작 의욕을 꺾는 일은 지성인들이 할 일이 아니다. 권혁은 한국체대 교양교직과정부 조교수는 28일 경향신문 오피니언면 칼럼을 통해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주장과 왜곡 화법이 알고리즘을 물들인다 면서 의도가 무엇이든 그것은 결국 역사부정주의의 ‘하나의 의견으로 취급해달라’는 교묘한 전략에 충실히 복무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 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왜곡 알고리즘의 문법이 레거시 미디어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다니. 5·18과 헬기 사격이 정치적 사안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다루다니.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역사부정주의의 공간이 한 발자국 넓어진 것일까. 비례성의 감각을 잃어버린 언론이 만들어낸 공론장에 다음에는 무엇이 등장할지 솔직히 두렵다 면서 제발 ‘논란’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을, 진실의 무게를 다뤄주시라. 사실과 부정을 일대일로 다룬다고 해서 공정한 보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은가 라고 되물었다. 같은 신문의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29일 칼럼을 통해 뼈아픈 사실을 지적해 되새겨 볼 만하다. 이처럼 연성화된 극우 담론 앞에서 를 옹호하기 위해 방영 중단 청원의 극단성을 문제 삼거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 건 대체로 옳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앞서 보았듯 현재 유통되는 극우 담론은 드라마 방영 중단이라는 과격한 주장이나 직접적인 5·18 폄하 없이도 얼마든지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고 왜곡한다. 반면 표현의 자유로 드라마의 재현을 옹호하는 것이야말로 동시대 극우가 원하는 바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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