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7% ‘넷제로’보다 ‘장기 에너지 해법’…기후목표 후퇴엔 71% 부정적 [환경] 미국 유권자 2000명을 조사한 결과 77%가 ‘넷제로 전환 가속’보다 ‘책임 있는 장기 에너지 해법 추진’이라는 표현을 선호했다. 공급망에서도 ‘스코프3 감축’보다 운송·원료 협력사의 오염 감축이라는 표현을 택한 비율이 76%였다. / 출처=C2ES
글로벌 기업들이 기후목표를 넷제로보다 재무성과와 사업논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국 비영리 기후정책 연구기관 기후·에너지솔루션센터(C2ES)는 9일(현지시각) 미국 등록 유권자 2000명을 조사한 결과, 넷제로 전환보다 장기 에너지 해법이라는 표현을 선호한 응답자가 77%에 달했다고 밝혔다.
장기 에너지 해법 77%…기후목표 후퇴엔 71% 부정적
같은 기후행동도 어떤 언어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크게 갈렸다.
응답자의 77%는 기업이 책임 있는 장기 에너지 해법을 추진한다는 표현을 선호했다. 넷제로 전환을 가속한다는 표현을 택한 비율은 23%였다. 공급망에서도 스코프3 배출량 감축보다 운송·원료 협력사의 오염을 줄인다는 표현을 선택한 응답자가 76%였다.
사업논리는 기후정책에 회의적인 집단에서도 통했다. 기후 관련 용어를 진보 의제와 연결하는 기후 회의적 공화당 지지층의 71%는 기후영향 감축이 기업의 장기계획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평가했다. 전체 응답자에서는 70%였다.
미국 유권자의 71%는 연방정부의 기후정책 변화에 대응해 기업이 기후약속에서 후퇴하는 행동을 ‘기회주의적’이거나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 출처=C2ES
반면 기업이 기후목표에서 후퇴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 반응이 우세했다. 전체 유권자의 71%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따라 기업이 기후 관련 약속에서 물러나는 행동을 기회주의적이거나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65%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C2ES는 도덕적 당위보다 위험관리와 운영 효율, 장기 비용절감 등 사업논리를 앞세울 것을 기업에 권고했다.
토탈에너지스·엑손모빌, 감축을 성장·수익과 함께 제시
글로벌 에너지기업의 최근 기후보고서에서도 배출감축을 사업성과와 함께 설명하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토탈에너지스는 지난 3월 기후보고서 제목을 더 많은 에너지, 더 적은 배출로 정했다. 에너지 공급 확대와 경쟁력, 배출감축을 함께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2030년까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과 구매에너지 배출량을 2015년 대비 40% 이상 줄인다는 목표도 유지했다.
엑손모빌은 지난 5월 기후보고서에서 에너지와 필수 제품을 공급하면서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2025~2030년 저배출 사업에 200억달러(약26조7620억원)를 투자하고, 시장 형성과 정책 지원, 투자수익 등을 기준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출감축을 장기 수익사업과 함께 제시한 셈이다.
제조기업도 기후목표와 사업성과를 연결하고 있다. 바스프는 2030년까지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25% 줄이고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유지하면서 지속가능 제품 매출 확대를 성장전략에 포함하고 있다.
기업의 기후목표 자체가 대규모로 사라진 것도 아니다. PwC는 기업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사 기업의 82%가 기존 기후목표 달성 시점을 유지하거나 앞당겼다고 밝혔다.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방식은 바꿨지만 실제 행동은 바꾸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BP는 전환투자 축소…메시지 넘어 자본배분도 바꿔
모든 기업이 표현만 바꾼 것은 아니다. BP는 기후 관련 사업의 투자 규모까지 줄였다.
BP는 전략을 재설정하면서 전환사업 투자를 2027년까지 연간 15억~20억달러(약 2조72억~2조6762억원)로 낮췄다. 기존 계획보다 연간 50억달러(약 6조6905억원) 이상 줄어든 규모다. 재생에너지는 자본 부담이 적은 협력 방식에 집중하고 석유·가스 투자는 확대하기로 했다.
한편 C2ES 조사에서 기업의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정치적 입장 표명으로 본 비율은 2024년 37%에서 2025년 56%로 상승했다. 넷제로 달성 선언을 정치적 행동으로 본 비율도 같은 기간 43%에서 51%로 높아졌다.
미국 지속가능성 전문매체 트렐리스는 이번 조사 결과가 기업의 기후 커뮤니케이션 전략에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조사한 모든 기후행동이 최근 몇 년 사이 이전보다 정치적인 행동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