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쌓이는 자영업자…금리 오르면 어떡하나 [뉴스] 자영업자들이 대출 부담에 짓눌리고 폐업속출에 죽을 지경이다. 지난 1분기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 잔액이 1100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도 20조원을 훌쩍 넘어 사상 최대였고, 연체율 역시 2%대로 올라 10년여 만에 최고였다. 폐업 사업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반도체는 메가 사이클을 구가 중이고 증시는 호황이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매일이 잿빛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 3억 9000만원
30일 한국은행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95조 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235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더해 분석한 결과다.
자영업자 대출은 작년 말(1092조 9000억원)과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2조 6000억원 더 불어나며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대출을 종류별로 나눠보면, 사업자 대출이 745조 5000억원, 가계대출이 350조원을 차지했다. 이 중 사업자 대출 잔액도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다.
최근 5년간 분기별 자영업자 대출규모 및 증가율, 자료 : 한국은행 시산(가계부채DB)
자영업자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645조원으로, 작년 말(647조 7000억원)보다 2조 7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작년 말에 이어 올해 1분기 말에도 3억 9000만원으로 유지됐다. 대출자 수가 164만 4000명에서 163만 6000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로, 사실상 더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한계 상태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분기별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대출현황, 자료 : 한국은행 시산(가계부채DB)
영세 저소득 자영업자 연체율 10년 3개월 만에 최고
전체 자영업자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1분기 말 22조 3000억원으로, 작년 말(20조 3000억원)보다 2조원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체율도 작년 말 1.86%에서 올해 1분기 말 2.04%로 상승해 2015년 2분기 말(2.08%) 이후 10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소득 수준별로 나눠 보면, 소득이 적은 영세 자영업자와 고소득 자영업자의 대출과 연체가 나란히 늘어나는 추세다.
저소득(하위 30%) 자영업자의 1분기 말 기준 대출 잔액은 153조 2000억원으로, 작년 말(149조 5000억원)보다 3조 7000억원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고소득(상위 30%) 자영업자 대출 잔액 역시 744조 7000억원에서 744조 9000억원으로 2000억원 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중소득(30∼70%) 자영업자 대출은 198조 7000억원에서 197조 4000억원으로 1조 3000억원 감소했다. 역대 최대였던 2023년 3분기 말(208조원)보다 10조원 가까이 줄었다.
연체율의 경우 저소득 자영업자는 작년 말 2.00%에서 올해 1분기 말 2.13%로 0.13%포인트(p) 올라 2015년 말(3.88%)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고소득 자영업자도 1.41%에서 1.60%로 0.19%p 뛰어 2015년 2분기 말(1.61%) 이후 10년 9개월 만에 최고였다.
중소득 자영업자는 3.45%에서 3.64%로 상승해 다른 소득 수준의 자영업자보다 높은 연체율을 보였으나, 작년 1분기 말(3.92%)보다는 수치가 낮아졌다.
서울 시내 식당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취약차주 비중 높은 2금융권 연체율 급상승… 금리 오른 영향”
한편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금융권 중심으로 크게 높아졌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 또는 1개월 이상 이자 연체)은 12.79%에 달해, 작년 말(11.95%)보다 0.84%p 상승했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 여파가 지속되던 2015년 1분기 말(14.01%)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코로나19 이후 금리 인하기에 저점을 찍었던 2022년 2분기 말(1.78%)과 비교하면 7배 넘게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2년 3분기 말(2.52%)부터 작년 1분기 말(12.29%)까지 11분기 연속으로 올라 12%대로 뛰었다. 이어 작년 말 11.95%까지 소폭 내렸다가 올해 들어 다시 반등했다.
카드, 캐피털 등 여신전문사 연체율도 올해 1분기 말 3.98%로, 작년 말(3.51%)보다 0.47%p 상승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4년 1분기 말(3.94%) 이래 12년 만에 최고였다.
2금융권 전체 연체율은 5.38%로, 작년 말(4.57%)보다 0.81%p 뛰었지만, 작년 1분기 말(5.46%)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은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동 전쟁 충격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고조로 시장금리가 미리 뛰면서 금융기관 대출 금리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시점이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자영업자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커지면서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대출 금리가 0.25%p 오를 경우 자영업자 이자 부담이 1조 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56만원 증가한다.
대출 금리가 0.50%p 오르면 이자 부담이 3조 6000억원(1인당 112만원) 늘고, 0.75%p 오르면 5조 4000억원(1인당 168만원) 늘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한은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약 65.5%)을 적용해 가늠한 수치다.
특히 취약 자영업자는 금리 인상에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출 금리가 0.25%p 오를 경우 자영업 다중채무자 이자 부담은 1조 1000억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연간 이자 부담은 1인당 65만원 증가한다.
금리가 0.50%p 오르면 이자 부담이 2조 1000억원(1인당 130만원) 늘고, 0.75%p 오르면 3조 2000억원(1인당 195만원) 느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 예고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내 2회 인상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서울시내 상가 건물, 연합뉴스=자료사진
폐업 쓰나미에 직면한 자영업자들
중소벤처기업부는 30일 ‘폐업자 통계분석 및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의 폐업자 현황을 분석해 관련 규모를 측정한 ‘정량통계’와 폐업 소상공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이들의 ‘속사정’을 분석한 ‘정성통계’로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97만 6000개로 전년 대비 3만 2000개 줄었고, 폐업률은 8.64%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과 도매업, 소매업, 음식업, 숙박업, 서비스업 등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은 75만 1000개이며,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폐업한 사업자의 77%를 소상공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폐업률도 훨씬 높았던 셈이다.
이는 폐업의 충격이 소상공인이 종사하는 업종에 집중됐다는 의미라고 중기부는 분석했다.
기업 형태별로 보면 개인사업자 폐업률(9.06%)이 법인(5.79%)보다 높았다.
개인사업자 중에서는 간이사업자(12.15%), 일반사업자(8.34%), 면세사업자(6.46%) 순으로,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폐업률이 높았다.
업종별 폐업률에서는 소매업(15.40%)이 가장 높았고, 음식업(15.14%), 서비스업(9.15%), 숙박업(8.18%), 도매업(7.25%) 등의 순이었다.
폐업한 이유의 과반은 사업부진 이었다.
사업부진으로 폐업했다고 밝힌 비율은 2023년 48.9%, 2024년 50.2%, 2025년 50.4%로 꾸준히 늘며, 버티지 못해서 가게 문을 닫는 비자발적인 폐업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소상공인 6대 업종은 55.7%까지 올랐다.
연령대 별로는 40∼60세(47.2%), 40세 미만(28.7%), 60세 이상(24.4%) 순이었다.
60세 이상 소상공인 폐업 비율은 불어나는 추세이며, 소상공인 주요 업종일수록 청년 소상공인 폐업 비중이 상승했다.
3년 미만 단기 폐업은 2023년 56.1%에서 2025년 50.9%로 줄었지만, 3∼10년 차 폐업 비중은 31.9%에서 35.5%로 올랐다. 10년 이상 도 12.0%에서 13.7%로 증가했다.
이를 근거로 일정 기반을 갖춘 사업체도 경영난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중기부는 해석했다.
수도권 폐업률은 8.87%로 비수도권 8.35%보다 높았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선 인천(9.73%)이 가장 높았고, 전남(7.31%)이 가장 낮았다.
소상공인 폐업률 현황, 자료 : 중소벤처기업부
폐업 후 빚만 남은 경우가 허다해
폐업을 결심한 이유로는 70.9%가 ‘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을 꼽았고, ‘가족 등 개인 사정’(13.7%), ‘건강·노령에 따른 은퇴’(12.1%)가 뒤를 이었다.
‘매출 부진’의 이유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62.5%)와 ‘원재료비’(29.4%)·‘인건비’(28.8%)·‘고정비’(24.9%) 상승을 들었다.
폐업자의 64.4%는 정상 매출의 40% 이상 감소할 때 폐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폐업 결심을 했을 때 68.5%가 부채를 갖고 있었고, 평균 부채 금액은 8531만원이었다. 구체적으로 제1금융권에서 3483만원, 지역신보 보증부 대출에서 2585만원, 제2금융권에서 1293만원을 빌렸다.
연령대별 부채 금액은 20대 이하(3567만원), 30대(7295만원), 40대(7673만원), 50대(8424만원), 60대 이상(9897만원)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빚도 많았다.
폐업 결심 후 사업자등록 말소 등으로 실제 폐업까지는 평균 7.7개월이 걸렸다.
평균 폐업 비용은 1286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점포정리엔 559만원, 원재료비엔 221만원, 종업원 퇴직금엔 205만원 등을 썼다.
폐업 후 애로사항으로는 ‘가계 생계비 부족’(40.5%),‘채무로 인한 경제활동 곤란’(22.1%), ‘향후 경제활동 대안 부재’(19.4%), ‘사업 실패에 대한 정신적 고통’(7.8%)을 들었다.
폐업 후엔 ‘보유 재산으로 생계를 충당한다’(33.8%)고 응답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수출대기업들은 호황을 구가하고, 수출대기업에 다니는 종업원들은 수억원의 성과급을 노래하며, 증시가 대폭발하고,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는 가운데 수백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은 출구 없는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보내고 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0일 폐업자 통계분석 및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지난해 음식업과 서비스업 등을 운영하다 폐업한 사업자가 97만개를 넘었고, 폐업률은 9%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68.5%는 폐업할 때 부채를 갖고 있었고, 평균 부채 금액은 8천531만원이었다. 폐업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고객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 을 가장 많이 꼽았다. 사진은 30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의 매장. 2026.6.30, 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