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킬체인 버려라?…빅터 차, 자기 보고서 뒤집는 이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석좌교수. CSIS 홈페이지 갈무리
2023년 1월 19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반도 위원회 보고서를 발표했다. 존 함레 CSIS 소장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 교수가 공동 의장을 맡았고, 빅터 차 석좌교수가 프로젝트 디렉터였다. 보고서 제목은 「북한 정책과 확장 억제」였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군사력 개선을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그 첫 번째 항목으로 킬체인을 명시했다. 북한의 임박한 공격을 탐지해서 미사일 발사 능력을 사전에 파괴하는 선제타격 계획. 아이언돔 조기 배치, 지향성 에너지 무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추가 배치와 함께, 한국 억제력의 핵심으로 권고된 것이다. 빅터 차가 프로젝트 디렉터로서 직접 만든 보고서에 들어간 내용이다.
2026년 4월 28일, 같은 CSIS 건물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빅터 차는 이렇게 말했다. 추천하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이 더 이상 킬체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킬체인은 선제적 전략이고 북한의 핵무기 발사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따라서 한국은 킬체인에서 벗어나야 한다.
3년 사이에 무엇이 바뀌었을까. 빅터 차가 갑자기 무능해진 걸까. 아니다. 사실 그는 아주 유능한 학자다. 다만 그가 유능하게 대변하는 이익이 한국의 이익이 아닐 뿐이다. 그가 왜 바뀌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그의 논거를 복기해보자. 빅터 차가 4월 21일 《포린 어페어스》에 발표한 논문 「있는 그대로의 북한: 차가운 평화(cold peace)를 위한 논거」가 제시한 것은 세 가지 논거였다.
첫째, 비핵화는 실패했다. 30년간 7개 행정부가 같은 프레임워크를 들고 북한과 협상했는데 북한의 핵은 줄기는커녕 50기 이상의 탄두와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8, 화성-19, 화성-20)과 극초음속 활공체로 늘어났다.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삼는 접근법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건 사실이다. 필자도 동의한다.
둘째, 미국의 전략적 과부하가 심각하다. 2025년 6월 이란 핵시설을 벙커버스터로 공습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에 이어 2026년 2월 28일 본격적인 대이란 전쟁(장엄한 분노 작전)이 터졌다. 항모전단 3개가 중동에 묶여 있고, 한국에 배치됐던 패트리엇과 고고도 요격체계가 중동으로 빠지고 있다. 빅터 차는 이 상황에서 전 국방부 차관보 엘리 래트너의 말을 빌린다. 적을 판에서 빼야 한다. 북한을 그 판에서 빼자는 것이다. 이것도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다.
셋째, 그러니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삼지 말고 군축 협정, 핵실험 금지, 미사일 생산 제한, 위기관리 핫라인, 핵이전 금지 같은 것부터 대화하자. 이른바 차가운 평화 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공존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논거 자체는 설득력이 있다. 비핵화 프레임워크가 30년째 실패했다는 진단에 반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이란전쟁으로 전략적 여유가 줄었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문제는 결론이다. 빅터 차는 이 논거 위에 한국은 킬체인을 폐기하라 는 결론을 올려놓았다. 논거는 맞는데 결론이 논거를 배신한다. 왜 그런지 다섯 가지를 따져 보겠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발표된 포린어페어즈 5, 6월 합병호에 실린 빅터 차의 기고문 제목과 이미지
하나. 김정은이 학습한 교훈
핵을 포기한 자들의 목록이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2003년 핵을 포기했다. 서방은 제재 해제와 국제사회 편입을 약속했다. 8년 뒤인 2011년,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가 지원한 반군이 그를 배수로에서 끌어내 살해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핵 프로그램이 해체된 뒤 2003년 미국에 침공당해 교수형에 처해졌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세계 3위 핵전력을 러시아에 반납했다. 미국, 영국, 러시아가 영토 보전을 보장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2022년부터 전면 전쟁이 진행 중이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의 보증인인 러시아가 직접 침공한 것이다.
그리고 이란.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로 핵 프로그램을 동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2025년 6월 미국이 핵시설을 폭격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면서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사살되었다. 협상으로 핵을 동결한 국가가, 협상 파트너에 의해 공격당한 것이다. 채텀하우스의 2026년 3월 분석을 보자.
이라크와 리비아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고, 역시 군사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반면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은 지금까지 군사 공격을 피해 왔다. 관찰자들은 이란이 이미 핵 억제력을 보유했다면 공격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김정은은 이 목록을 전부 보고 있다.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렇게 연설하지 않았는가. 오늘의 현실은 적들의 감언이설을 거부하고 핵전력을 영구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우리 국가의 전략적 선택과 결단의 정당성을 명백히 실증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비핀 나랑 전 국방부 우주정책 차관보 대행과 프라나이 바디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군축 선임국장은 2025년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이 상황을 카테고리 5 허리케인 이라고 불렀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포린 폴리시》에 더 직설적으로 썼다.
북한은 이제 서방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추구하는 불량국가의 모델이 되었다. 비용과 결과에 관계없이 핵무기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전략이 반복적으로 입증되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나오는데, 빅터 차도 이걸 인정한 것이다. 《포린 어페어스》 논문에 그는 이렇게 썼다. 북한은 이란이 아니다. 입증된 핵보유국이며 미국과 동맹국에 보복할 수 있다.
또 이렇게도 썼다. 군사 행동을 대신 위협할 수 있다. 미국은 이란에 했던 것처럼 비핵화하지 않으면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고 압박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란이 아니다.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본인이 세워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 전제 위에 올린 결론이 한국은 킬체인을 버려라 다. 여기서 논리가 무너진다.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상대 앞에서, 그 핵에 대응하는 억제 수단을 먼저 내려놓으라는 것. 이걸 억제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일방적 양보라고 불러야 한다.
카다피가 핵을 포기하고 죽었다는 교훈을 김정은이 학습했다면, 한국이 킬체인을 포기했다는 사실에서 김정은이 학습할 교훈은 뭘까. 답은 뻔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국방성중앙군악단 창립 80주년 기념 연주회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2026.4.29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둘. 빅터 차가 빅터 차를 반박한다
국제정치학에 동맹 안보 딜레마 라는 개념이 있다. 1984년 글렌 스나이더가 《세계정치》에 발표한 이론이다. 핵심은 이렇다. 동맹 안에서 약소국은 두 가지 공포를 동시에 안고 산다. 하나는 방기이다. 강대국 동맹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 다른 하나는 연루인데, 강대국의 전쟁이나 전략적 선택에 원치 않게 끌려들어갈 것이라는 공포다. 스나이더는 연루는 통상 강대국보다 약소 동맹국에게 더 심각한 문제 라고 명시했다.
이 이론을 한미동맹에 적용한 유명한 학자가 누구였을까? 바로 빅터 차 자신이다.
빅터 차는 2000년 《국제연구 계간》에 발표한 논문 「아시아에서의 방기, 연루, 그리고 신고전적 현실주의」에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역학을 스나이더 프레임으로 분석했다. 이 논문은 그의 핵심 저작 중 하나다.
바로 그 프레임으로 2026년 현재 상황을 분석하면 어떻게 되는가. 미국은 이란전쟁으로 전략자산을 중동에 집중하면서 한반도에서 빠지고 있다. 이것은 방기의 신호다. 동시에 미국은 한국에게 킬체인을 폐기하라 고 요구한다. 미국 본토를 향한 ICBM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국의 억제 수단을 제한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연루인데, 미국의 리스크 계산에 한국이 끌려들어가는 것이다. 방기와 연루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미국은 떠나면서(방기) 한국의 창을 뺏는다(연루). 빅터 차가 2000년에 정립한 이론적 틀이 2026년 자신의 정책 제안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2024년 로런 수킨과 서우혁의 연구(《평화와 핵군축 저널》)는 한국인 다수가 방기와 연루를 동시에 우려한다는 실증 결과를 보여주었다. 2025년 이도영의 연구(《국제관계》, Sage)는 미국의 확장억제에서 모호성이 커질수록 동맹국의 안심 이 체계적으로 약화된다는 점을 실증했다. 킬체인을 폐기하고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에만 의존하게 되면, 그 모호성은 극대화된다.
셋. 트럼프 행정부는 영원하지 않다
빅터 차의 논거를 뒷받침하는 조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전부 일시적이다. 이란전쟁은 끝나거나 축소된다. 지금도 위태위태하지만 휴전이 진행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영구적이지 않다. 한반도 배치 전략자산의 중동 이전은 행정부가 바뀌면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이다. 트럼프가 3월 17일 한국·일본·호주를 이란전 참전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공개 비난한 것? 이건 대통령 개인의 스타일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2기 임기는 2029년 1월 20일에 끝난다. 다음 대통령은 민주당일 수도 있고, 다른 노선의 공화당 후보일 수도 있다. 지금의 전략적 과부하, 지금의 동맹 압박, 지금의 중동 전쟁까지 전부 현 행정부의 선택에서 비롯된 일시적 조건이다.
반면 킬체인은 한번 해체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탐지-결심-타격을 잇는 통합 시스템이라, 정보자산 배치, 지휘체계, 타격 플랫폼의 연동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한다. 복원에 몇 년이 걸린다. 한국 국방부가 연간 5조 2700억 원(2024년 기준)의 예산을 투입해 57개 3축 체계 프로젝트를 동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 체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루아침에 복원할 수도 없다.
토머스 셸링은 《무기와 영향력》에 이렇게 썼다. 상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능력이 협상력이다.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외교다. 셸링이 1960~70년대에 정립한 군축 협상 이론의 핵심은 간단하다. 협상 전에 자신의 역량을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협상 기반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역사적 선례도 명확하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와의 리셋 을 추진하면서 동유럽 미사일 방어 계획을 일방적으로 철회했다. 푸틴이 선의의 양보로 화답했을까? 결과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이었다. 레이건은 1986년 레이캬비크에서 전략방위구상(SDI)를 양보하라는 고르바초프의 요구를 거절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소련은 결국 더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돌아왔다.
군축 협상의 기본 원칙이 있다. 되돌릴 수 있는 조건에 근거해 되돌릴 수 없는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이다. 빅터 차는 4년짜리 문제에 10년짜리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넷. 방패만 들고 싸울 수 있는가?
비용교환비의 냉정한 산수를 해보자. 빅터 차의 대안은 이렇다. 킬체인(선제타격)을 폐기하고, KAMD와 미국 전략자산의 정기적 전개로 대체하라. 이것이 실현 가능한지 숫자로 따져 보면 어떨까?
군사 경제학에 비용교환비 라는 개념이 있다. 공격 미사일 1기를 추가하는 비용 대비, 그것을 요격하기 위해 방어 측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1보다 크면 공격 측이 유리하고, 방어 측은 군비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모리츠와 카디셰프가 2024년 《국방평화경제학》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요격 확률 50%, 디코이(기만체) 미식별 조건에서 비용교환비는 70:1에서 85:1에 달한다. 방어 측이 1달러 상당의 위협을 막으려면 70~85달러를 써야 한다는 뜻이다.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2025년 6월 분석은 대규모 미사일 방어 체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려면 약 3000기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며, 단가를 4000만 달러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추산했다.
구체적인 숫자를 대보자. 패트리엇 PAC-3 MSE 요격미사일 1발의 가격은 약 400만 달러(2024~2025년 미 국방예산 기준)다. THAAD 요격미사일은 1발에 1200만~1500만 달러다. 반면 이란의 파테-110 계열 탄도미사일 가격은 수십만 달러 수준이고, 샤히드-136 자폭드론은 2~5만 달러다. 북한의 화성-11 라(KN-23, 이스칸데르 파생형) 같은 단거리 전술미사일은 러시아 원형 대비 저렴하게 대량 생산되고 있다. 2023년 대성기계공장 위성사진에서 화성-12 미사일 28기가 동시에 포착됐다는 미 북한위원회(NCNK)의 분석이 말해주듯, 북한은 이미 산업적 규모의 미사일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론만이 아니라 실전 데이터도 있다. 2025년 6월 미-이란 12일 전쟁에서 미군은 11일 만에 THAAD 요격미사일 재고의 25% 이상을 소진했다. 5일 만에 24억 달러 이상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소모했다. 패트리엇 재고가 국방부 요구 수준의 약 25%까지 떨어졌다. 이란이라는 단일 상대와의 제한 전쟁에서 이 정도다.
방사포나 미사일, 자폭 드론 등 다수의 발사체를 동시에 또는 아주 짧은 간격으로 집중 사격하여 목표물을 타격하는 전술을 살보(Salvo) 공격이라고 한다. 만약 북한이 화성-11 라, 화성-12, 화성-15, 화성-18의 살보 공격을 감행한다면? KAMD만으로 막는다는 것은 어렵다.
바로 이것이 3축 체계가 존재하는 이유다. 킬체인(위협 원점 타격), KAMD(요격 방어), 대량응징보복(KMPR, 보복 타격), 이 세 축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을 한다. 킬체인이 발사 전 위협을 제거하면 KAMD의 부담이 줄어든다. KAMD를 뚫은 미사일이 있어도 KMPR이 보복 억제력을 제공한다. 세 축이 함께 돌아가야 억제가 작동한다. 한 축을 빼면 나머지 두 축의 부담이 급증하고, 체계 전체의 신뢰성이 무너진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빅터 차의 제안에 대해 코리아 헤럴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반박했다. 킬체인이 정말 문제의 본질인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 문제는 양측의 깊은 적대감과 상호 불신에 있다. 억제 체계의 존재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 군비 통제의 핵심 개념은 억제 체계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판을 최소화하고 위협과 공격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한국의 킬체인을 제거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비핵화를 달성하지는 않는다.
방패만 들고 수백 발의 미사일 소나기를 막으라는 이야기가 왜 안 되는지, 이보다 더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2일 구축함 최현호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기와 반함선미사일 3기의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같은 달 14일 보도했다. 2026.4.14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다섯. 제국의 과부하는 누가 만들었나?
2026년 1월 23일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국방전략서(NDS) 「미국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위한 힘을 통한 평화 회복」을 보자. 이 문서에 주목할 만한 문장이 있다. 강력한 군대, 높은 국방비, 튼튼한 방위산업, 징병제를 갖춘 한국은 핵심적이지만 보다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 하에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그리고 이런 문장도 있다. 동맹국은 자국 방위의 일차적 주체로 나서야 하며, 미국은 핵심적이지만 보다 제한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2025년 4월 8일 상원 인준)의 발언도 같은 기조다.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한국은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충분하다.
필자도 이 말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한국은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 주권 국가라면 당연하다. 그런데 빅터 차가 하는 말은 바로 이 NDS의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NDS는 한국에게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 을 지라고 한다. 그런데 빅터 차는 그 책임을 이행하는 데 핵심적인 도구인 선제타격 능력을 포기하라고 한다. 스스로 방어하되, 방어에 필수적인 가장 날카로운 창은 포기하라. 이건 자체 방위를 맡기면서 정작 방위의 핵심 도구를 뺏는 것이다. 겉은 책임 분담 이지만 속은 위험 전가 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전략적 과부하는 누가 만들었을까? 2025년 6월 이란 핵시설 공습은 미국의 결정이었다. 2026년 2월 대이란 전면전 개시도 미국의 결정이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전방위 군사 지원도 미국의 선택이었다. 동맹국이 부탁한 적은 없다. NDS 자체가 이란·중동 관련 기술을 2018년 NDS 대비 오히려 확대했다는 CSIS의 분석이 말해주듯, 중동 개입은 전략적 축소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다.
그런데 이제 그 과부하의 비용을 한국의 억제력 축소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빅터 차의 또 다른 제안인 핵탑재 가능 미군 전략자산의 정기적 한반도 전개 로 킬체인을 대체하겠다는 것의 내적 모순도 드러난다. NDS가 보다 제한적인 미군 지원을 명시하고, 한반도 주한미군 전력 배치의 재편 을 시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전략자산을 정기적으로 전개하겠다는 약속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 줄이겠다는 나라의 전력에 더 기대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모순은 하나 더 있다. 빅터 차는 《포린 어페어스》 논문에서 미국의 당면 과제 중 하나로 베이징, 모스크바, 평양 사이의 유대를 약화시키는 것 을 제시했다. 중·러·북 삼각관계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쐐기를 박으려면 망치가 있어야 한다. 제재는 러시아와 중국의 비협조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빅터 차 본인이 인정했다. 킬체인까지 포기하면 남는 도구가 뭔가.
한국의 독자적 억제력이 줄어들면 미국의 한반도 관여 필요성도 줄어든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양보하고 있다는 신호를 읽게 된다. 더구나 북·러 관계의 현실을 보자. 빅터 차 자신이 인정했듯 북한은 러시아에 1000개 이상의 컨테이너, 350만 발의 탄약, 탄도미사일을 제공하면서 양국 관계가 북·중 관계보다 더 강해졌다. 이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선의 탄약 수요가 만든 구조적 결합이다. 한국이 킬체인을 포기한다고 해서 러시아가 북한 탄약을 덜 필요로 하게 되지는 않는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러 군사 협력은 별개의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빅터 차의 입장 전환이 그의 변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미국의 국익 관점에서는 철저히 합리적으로 말하고 있다. 미국 본토에 날아올 수 있는 ICBM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그의 최우선 과제이고, 한국 국민 수천만 명이 매일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할 북한의 단거리 전술핵은 그에게 부차적인 문제다.
이건 우리가 비난할 일이 아니라 곱씹어 볼 점이다.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이 이 지점에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이것은 중견국이 강대국 동맹에 의존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문제의 가장 첨예한 현실적 사례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가 2023년 저서 《한국의 대전략》에서 분석한 것처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대전략의 핵심은 자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성 이다. 킬체인은 바로 그 자율성의 군사적 발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빨치산) 창건 94주년을 맞아 인민군 서부지구 기계화보병사단관하 연합부대를 축하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여단 전체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부대 군인들과 함께 체육 경기도 관람했다. 2026,4,26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킬체인의 주인은 누구인가
파머스턴이 1848년 3월 1일 영국 하원에서 한 말이 있다. 우리에게 영원한 동맹은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영원한 것은 우리의 이익뿐이며, 그 이익을 따르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키신저의 말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파머스턴이 원조다. 2026년 현재 한국 안보에 가장 잘 맞는 격언이다.
킬체인을 유지할지 조정할지는 한국이 결정할 문제다. 이건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김정은이 2023년 9월 헌법에 핵 지위를 비가역적 으로 명문화한 현실에서, 방패만 남기고 창을 꺾으라는 조언은 전략적 가치가 없다.
킬체인은 펜대 하나로 긋고 지울 수 있는 군사 교리도 아닐 뿐더러, 워싱턴 CSIS 건물의 간담회장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듯이 말할 성질의 문제도 아니다. 1970년대 한미 미사일 지침의 사거리 통제 속에서, 군사 정보의 독립과 정밀 타격 능력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 년을 들여 구축해 온 안보 주권의 결정체다.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에 필요한 독자적 작전능력의 핵심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킬체인의 심장을 멈출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 북한 핵무기의 실질적이고 검증 가능한 제거라는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뿐이다. 워싱턴이 자초한 전략적 과부하는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게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