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마친 유권자, 지방의원 평가·감시하는 역할 해야 [뉴스] 무능한 지방의회가 초래하는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는 용인 경전철. 용인 경전철 에버라인 제공
지방선거는 끝났다. 유권자들은 이제 후보를 선택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당선된 지방의원들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지방의원의 무지와 역량 부족은 단순한 개인의 결함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지역사회를 빚더미에 앉히고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소리 없는 재앙 이 될 수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여 년, 우리는 이미 그 대가를 여러차례 치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인 경전철 사업이다. 의회는 실제 수요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사업을 승인했고, 결과적으로 예측 수요에 크게 못 미치는 이용객 수와 막대한 재정 부담만 남겼다. 결국 수천억 원의 손실은 시민의 몫이 되었다.
역시 1700억 원 넘는 빚더미를 남긴 태백 O2리조트 전경 중 일부. 이렇게 막대한 빚은 주민 복지 축소와 재정 악화를 불렀다. 네이버 블로그 리얼리뷰 갈무리
태백 오투리조트 역시 비슷하다. 경제성과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추진된 사업은 1700억 원 넘는 부채를 남겼고, 그 부담은 주민 복지 축소와 재정 악화로 이어졌다.
전남 영암 F1 경기장도 마찬가지다. 장밋빛 전망 속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추가적인 유지·관리 비용이 발생하며 지역 재정에 부담을 안겼다.
충남 천안 야구장 사업은 더욱 상징적이다. 수백억 원이 투입됐지만 상당액이 토지보상비로 사용되었고, 정작 시민들이 기대했던 시설은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다. 시민들에게 남은 것은 허허벌판과 재정 부담이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사업 실패 자체가 아니다. 그 사업을 견제하고 검증해야 할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지방의회는 지역사회의 안전망이 아니라 재정을 새나가게 만드는 구멍 난 곳간 이 된다. 의회가 집행부의 사업성을 검증하지 못하고, 예산의 적정성을 따져 묻지 못하며, 장밋빛 전망에 휩쓸려 승인 버튼만 누른다면 결국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전남 영암 F1 경기장의 썰렁한 관중석. 다음 카페 포시즌스 라이더 클럽 갈무리
그래서 지방의원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지방의회는 학습의 장 이 아니라 증명의 장 이어야 한다. 당선된 뒤 예산을 배우고 행정을 공부하겠다는 태도로는 부족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에 이른다. 그 거대한 숫자 속에 숨은 낭비와 위험 요소를 읽어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문성 없는 의원은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하기 쉽다. 복잡한 예산 구조와 사업 계획을 이해하지 못하면 집행부가 내놓는 보고서의 화려한 수치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 견제해야 할 의원이 오히려 사업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방의원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행사에 참석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악수했는지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예산서를 읽을 줄 아는가,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가, 주민의 세금을 지킬 능력이 있는가이다.
정치는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열정만으로도 부족하다. 법령을 해석하는 능력, 예산을 분석하는 재정 감각, 정책을 평가하는 전문성, 지역 갈등을 조정하는 행정 역량이 함께 요구된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졌더라도 실력이 부족하다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이 떠안게 된다.
특히 지방분권이 확대되는 시대일수록 지방의원의 책임은 더욱 커진다. 중앙정부의 권한과 예산이 지방으로 이양될수록 지방의회가 다루는 사업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권한은 커졌는데 전문성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지방자치는 발전이 아니라 또 다른 낭비와 비효율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이제 선거는 끝났지만 유권자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 4년 동안 지방의원들을 더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정치적 수사보다 정책적 성과를, 보여주기식 활동보다 예산 감시 능력을, 인맥보다 전문성을 살펴야 한다.
지방의원은 명예직이 아니다. 시민의 세금과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지식 없는 승인 한 번이 수천억 원의 빚이 되어 다음 세대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수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
지방자치 30여 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무지는 비용이 된다. 때로는 수천억 원의 부채가 되고, 때로는 지역의 성장 기회를 잃게 만든다. 반대로 전문성과 책임감은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된다.
이제 지방의회는 더 이상 정치 입문의 연습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 역시 당선 여부가 아니라 실력과 성과로 지방의원을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무지가 남긴 빚더미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며, 건강한 지방자치를 만드는 첫걸음이다.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