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그인   회원가입   초대장  
페이지투미   페이지투미 플러스
페이지투미 홈   서비스 소개   아카이브   이야기   이용 안내
페이지투미는 사회혁신 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모아 일주일에 3번, 메일로 발송해드립니다.

link 세부 정보

정보 바로가기 : 연애편지 대신 투표용지를 쥔 여인들

연애편지 대신 투표용지를 쥔 여인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배우이자 감독인 파올라 코르텔레시가 만든 영화 (이탈리아 원제 ‘내일은 여전히 있다’)는 위대하면서도 발칙한 영화이다. 특정 시기의 시대상을 한 여인의 일상을 통해 극명하면서도 적나라하게 표현해낸 감독의 서사 능력은 가히 과거 이탈리아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포스트 네오리얼리즘’을 닮아 있다. ‘네오리얼리즘’이 전후의 비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 했던 경향이라면 (비토리오 데 시카의 1948년 영화 ) ‘포스트 네오리얼리즘’은 그 비참한 현실의 내면까지 집중했던 작품들의 경향을 말한다. 에서 주인공 델리아(파올라 코르텔레시)가 살아가는 동네의 미장센은 펠리니의 (1960)의 거리 장면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가 펠리니의 것처럼 극 전편이 흑백인 것도 그에 대한 오마주로 보인다.   소소한 일상으로 시대의 주제를 풀어낸 위대하고 발칙한 영화 가 ‘위대하다’라고까지 한 이유는 1946년, 전후 이탈리아의 정치사회체제를 흔든 국민투표 상황, 여성 참정권의 승리, 그 역사적 과정을 영화의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될 만큼 촘촘한 생활 드라마로 엮어 냈기 때문이다. 이때의 투표 결과로 이탈리아는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이 됐으며 최초로 투표에 참여한 이탈리아 여성들(전체 투표자 수 2500만 명 중, 1300만 명이 여성이었다)은 이후 정치적 연대의 발판을 마련해 이른바 가부장 법안들이라 불리는 간통법, 이혼법, 가족법 등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거나 개정해 나갔다. 그럼에도 영화는 매 맞는 여자 주인공 델리아의 이야기를 앞으로 보내고, 여성 최초 투표라는 시대에 대한 주제를 뒤로 가게 배치했다. 1시간 58분의 러닝타임 동안 국민투표니 여성 참정권이니 하는 얘기는 후반부 10여 분에 불과하다. 보통 못 만드는 영화는 시대의 주제를 앞으로 보내느라 이야기는 뒤로 가면서 두서없이 헤매기 마련이다. 는 1946년의 시대상을 드라마로 꾸며 내는 응집력이 상당하고 걸출하다. 배우 출신 감독의 데뷔작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숙련된 연출력을 선보인다.   를 두고 ‘발칙하다’는 표현을 쓴 것은 영화 전편 내내 깜박 속게 만드는 맥거핀을 곳곳에 숨겨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위해 감독은 두 명의 캐릭터를 배치하는데, 이게 상당히 은근하고 영리한 것이었다. 한 명은 미국 흑인 병사 윌리엄(욘 조셉)이고 다른 한 명은 니노(비니치오 마르치오니)이다. 델리아와 윌리엄은 영화 속에서 세 번을 만난다. 둘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지만 가장 따뜻한 연대를 보여 준다. 윌리엄은 자신의 가족사진을 찾아 준 델리아에게 미군 초콜릿을 준다. 이 초콜릿 때문에 델리아는 여지없이 남편인 이바노(발레리오 마스탄드레아)에게 심하게 얻어터진다. 미군에게 이런 걸 받는 여자는 창녀라는 것이다. 델리아의 몸에서 매 맞은 자국을 본 윌리엄은 그녀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얘기하라고 한다. 윌리엄은 흑인이고 델리아는 여성이다. 소외 계층인 둘의 연대는 영화 속 델리아가 결심을 이뤄 나가는 과정에서 뜻밖의 ‘음모’로 결합한다. 또 한 명의 남자인 니노는 델리아가 지금의 남편 전에 만난 전 남친이다. 그는 자동차 수리공이지만 전쟁 직후여서인지 밥벌이가 쉽지 않다. 그건 델리아의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남편은 전쟁에 나갔던 탓을 하지만 적어도 니노는 그런 남자가 아니다. 니노는 착한 사람이다. 그는 델리아에게 자신과 같이 북부로 가자고 한다. 북부는 공업도시들이 있다. 델리아는 니노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라고 한다. 델리아는 어느 날 자신 앞으로 온 편지(같은 것)를 받는다. 이 편지가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속임수 장치이다. 사람들은 델리아의 모든 이상한 행동이 니노와의 ‘줄행랑’을 위한 것이다,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아침에 뺨 맞고, 하루종일 일하고, 저녁 때 또 매 맞는 여자 모든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영화 전편에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들을 안 그런 척, 나열식으로 보여 주며 작품의 방향을 암시한다. 의 오프닝은 아침에 잠에서 깬 델리아가 남편에게 뺨을 맞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자기보다 늦게 깼다는 것 때문으로 보인다. 주거 건물 지하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델리아는 (여자는 매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시 이탈리아 남자들 대다수처럼) 폭력이 일상인 남편과 함께 이제는 약혼을 앞둔 큰딸 마르첼라(로마나 마조라 베르가노), 말썽만 부리는 아들 둘을 키우며 살아간다. 일어나자마자 따귀부터 맞은 델리아의 하루는 급히 아침을 차리고, 노환 때문인지 다른 병이 있는 건지 침대에서 사는 시아버지를 챙겨준 후 (늙은 남자는 그 와중에도 며느리의 엉덩이를 만지려 한다) 부리나케 외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파트타임 일을 위해서이다. (전쟁 통에 배운 것인지) 거동이 어려운 부유층 노인들을 찾아가 주사를 놔주고 옷 수선이나 우산 수리, 호텔 린넨 세탁 (여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게 해 계단으로 다닌다) 등 쉴 틈 없이 일한다. 그리고 야시장에 들러 저녁 찬거리를 사고 열심히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여지없이 남편에게 매를 맞는다.   젊은층 관객들에게 이런 델리아의 일상은 마치 판타지나 SF의 가공된 이야기처럼 보일 만큼 ‘과장의 억양’으로 찍혀졌다. 가짜가 아님에도 너무나 비참한 만큼, 마치 가짜일 수도 있다는 식의, 그럼으로 더욱더 사실성을 강조하는 연출 전략이 엿보인다. 특히 이바노가 델리아를 폭행하는 장면은 페트라 마고니와 페루치오 스피네티의 ‘네수노(Nessuno, Nobody)를 배경음악으로 둘이서 경쾌하게 춤추는 듯한 모습으로 이어지게 해 폭력의 기괴성을 희화함으로써 그간 남자가 여자에게 행했던 폭력의 잔혹성을 더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런 장면 역시 포스트 네오리얼리즘의 선대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1963)을 닮아 있다. 때리는 남편과 갈 데 없는 아내의 뒤바뀐 위치 는 뛰어난 서사의 여성영화이다. 여성의 정치적 성향이 어떻게 싹트고 어떻게 발현되는지, 그 의식화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정치적 자각과 연대는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등을 한 치의 빈틈이나 오탈자의 문장 없이 빡빡한 이야기 구조로 이어 나간다. 여성들이 투표에 앞서 립스틱을 지우는 장면은 뜻하지 않는 울림을 준다. 극 결말에서 델리아와 남편 이바노가 서 있는 위치는 계단의 위와 아래이다. 둘은 그렇게 위치를 바꾼다. 세상의 모든 딸처럼 마르첼라도 엄마 델리아에게 말한다. 엄마처럼 사느니 자살하겠다.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묻는다. 델리아는 한참을 망설인 후에 말한다. (근데) 어디로?” 둘의 대화는 이후 점층된다. 델리아는 마르첼라에게 애인인 줄리오(프란체스코 첸토라메)가 맞는 사람이냐, 너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냐, 너는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 그때 마르첼라는 이렇게 답한다. 엄마도 (늦지 않았어)” 둘은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한다.   영화를 결말로 모아 가며 몇 가지 에피소드를 중첩하는 과정이 놀랍도록 정교하다. 델리아는 미사를 가는 일요일에 시아버지가 누워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녀는 오늘은 안 돼요”라고 중얼거린다. 그녀는 이날 유난히 서두른다. 아버지가 죽은 걸 나중에 듣게 된 남편 이바노에게, 델리아는 그럼에도 주사 놓는 일을 하러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걸 위해 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친구 마리사(에마누엘라 파넬리)와 미리 입을 맞춰 놓은 상태다. 마리사는 ‘드디어’ 델리아에게 애인이 생긴 줄 알고 좋아한다. 어떻게든 남편을 속이고 설득한 델리아는 이른 아침 황급히 집을 나서려고 한다. 그 순간 그녀의 주머니에서 오래 간직하고 있었던 편지가 떨어진다. 나중에 그 편지를 발견한 이바노는 분노하며 편지를 구겨 던지고 아내의 뒤를 쫓는다. 한 장소로 뛰어가는 매맞는 아내, 남편, 딸… 무엇이 있을까? 잠에서 깬 딸 마르첼라는 구겨진 편지를 펴서 읽고는 (그 전에 침대맡에 델리아가 놓고 간 8천 리라와 편지를 읽는다. 거기에는 맞춤법이 틀린 채로 이렇게 쓰여 있다. 이 도느로 하꾜 다녀. 엄마”) 그녀 역시 엄마를 찾아 문밖으로 나선다. 등장인물 모두가 한 장소로 뛰어가기까지의 서스펜스는 거의 이런 장르의 거장으로 불리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을 닮았다. 이 영화가 이전의 뛰어난 영화들의 레퍼런스(인용)를 얼마나 영리하게 담아내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탈리아 영화 특유의 만연체, 그럼에도 그 리듬감이 영화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코미디 전문 배우였던 감독 파올라 코르텔레시는 영화 곳곳에 자기의 인장을 박아 넣었다. 재미와 의미를 주는 영화란 이런 것이다. 지난 3월 4일 전국 개봉했다. 상영 한 달 동안 그리 많은 관객을 모으지는 못했다. VOD와 IPTV, OTT를 통해 소개될 것이다. 기억해놓고 있을 만한 영화이다.


최근 3주간 링크를 확인한 사용자 수

검색 키워드


주소 : (12096) 경기도 남양주시 순화궁로 418 현대그리너리캠퍼스 B-02-19호
전화: +82-70-8692-0392
Email: help@treeple.net

© 2016~2026. TreepleN Co.,Ltd. All Right Reserved. / System Updated

회사소개 / 서비스소개 / 문의하기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