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룰라, 세계 민주주의 두 지도자 뜨거운 포옹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말이 필요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23일 정상회담에 앞서 오전 10시 30분쯤 청와대 대정원에서 차에서 내리는 룰라 대통령을 향해 웃으며 양팔을 활짝 벌려 잠시 뜨겁게 포옹하면서 재회의 정을 나눴다. 두 정상의 만남은 작년 6월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세 번째다.
작년 6월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이 수많은 다자 정상회의와 양자 정상회담을 소화했지만, 외국 정상과 포옹 한 건 처음이다. 두 정상이 각각 61세와 80세이지만 20년 가까운 나이 차는 잊은 듯했다. 도시빈민이 된 빈농의 아들, 소년공의 절망적 삶, 노동문제 천착, 물리적‧정치적 테러 위협, 친위 쿠데타 저지, 민주 헌정질서 회복 등 공통점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룰라 대통령 환영식은 취타대와 전통의장대, 어린이 환영단이 참여해 성대하게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국빈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포옹하며 맞이하고 있다. 2026.2.23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브라질 룰라, 21만 국빈 방한…최고 예우
이재명 나의 영원한 동지, 브라질 부활
그러잖아도 이 대통령은 이날 본인의 X 에 포르투갈어와 한국어로 환영의 글을 올리면서 룰라 대통령을 나의 영원한 동지 라고 부른 뒤 소년 노동자 출신으로, 민주주의가 사회 경제 발전에 가장 유용한 도구임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파괴와 함께 형극의 길을 잠시 걸었으나, 위대한 브라질 국민들과 함께 강건하게 부활하여 이제는 브라질을 부활시키고 있다. 삶과 정치에서 한발 앞서가신 대통령님의 길이 나의 인생역정과 너무도 닮았다 고 짙은 공감을 표시했다. 민주주의 파괴 와 함께 형극의 길 은 룰라가 극우 세력의 표적이 되어 조작 기소와 유죄판결로 감옥에 갇히고 브라질 민주주의 체제도 독재로 퇴행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브라질의 트럼프 로 불리는 극우 포퓰리스트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71)는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당선자인 룰라의 집권을 저지하고자 그와 그의 측근들을 살해하려는 친위 쿠데타를 모의했다가 실패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작년 11월 25일 내란 모의(쿠데타 음모), 무장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27년 3개월 징역형을 선고한 보우소나루에 대한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하고, 그를 브라질리아의 연방경찰 교도소에 넣었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국빈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2026.2.23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3일째 룰라 방한
룰라 쿠데타 도전에 회복력 분명 입증
공교롭게도 룰라가 국빈 방한한 22일은 군을 불법 동원해 민주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친위 쿠데타를 저지른 전 대통령 윤석열이 1심에서 내란 우두머리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날로부터 사흘째다. 양국 상황이 너무 흡사하고, 그 과정에서 두 정상의 역할도 많이 닮았다는 점에서 서로 감회가 깊었던 듯하다. 한국과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사선을 넘은 두 지도자는 대통령이 됐고, 이들을 물리적, 정치적으로 제거하려고 했던 두 내란 우두머리는 감옥에 갇힌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그 올바름과 치열함, 불굴의 도전과 용기로 브라질이 크게 융성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길이 남을 룰라 대통령님의 삶과 투쟁, 성취를 응원한다 고 룰라에 찬사를 보냈다.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은 브라질은 과거의 어려움을 딛고 세계적 국가가 됐고, 이는 대한민국 정치 역정과 유사점이 많다. 룰라 대통령의 개인 인생사와 저의 인생사도 닮은 점이 많다 며 양국이 더 나은 관계가 되길 기원한다 고 말했다.
이에 오브리가도(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한 룰라 대통령은 양국의 기나긴 민주화 투쟁 역사를 소환했다. 룰라는 1980년대 오랜 투쟁과 저항의 과정을 거쳐 우리는 민주화를 이뤄냈고, 4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쿠데타 시대 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며 그러나 시험대 위에서 굳건함과 회복력을 분명히 입증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민주주의 수호 회의 에 이 대통령을 초청했고, 이를 계기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 이라면서 가까운 시일에 이 대통령을 브라질로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룰라 대통령이 노동운동가 출신임 점을 고려해 전태일 열사 평전과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호작도와 한국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 남성용 화장품도 선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 방한 공식환영식을 마친 뒤 본관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2026.2.23 연합뉴스
67년만 전략적 동반자관계 로 격상
한국-브라질, 4개년 행동계획 채택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결과를 공개했다. 회담이 길어지면서 1시간가량 발표가 늦춰졌다.
우선, 1959년 수교 이후 꾸준한 협력을 토대로 67년 만에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 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한-브라질 4개년 행동계획 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핵심 광물, 환경, 우주산업, 문화,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으로 양자 협력을 넓혀갈 것 이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 마련을 위해 전략적 동반자관계 4개년 행동계획 을 채택했다 고 전했다. 룰라 역시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니켈도 상당히 많이 매장돼 있다 며 핵심 광물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를 바라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 광물을 필두로 반도체·우주산업·방위산업 등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또한 통상·생산, 경제·금융, 과학‧기술, 농업, 보건, 중소기업, 치안 분야에서 모두 1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일례로 통상·생산 통합 협약 은 산업·기술, 농업, 위생 검역, 핵심 광물, AI 등 디지털경제, 그린·바이오 경제, 무역·투자 등에서 협력을 증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양국은 외교부와 산업통상부가 공동 주재하는 고위급 경제·무역관계위원회 를 설치해 외교, 산업통상, 농업 분야 등에서의 고위급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브라질 확대정상회담에서 룰라 브라질 대통령 요청으로 책에 사인한 뒤 전달하고 있다. 2026.2.23 연합뉴스
통상, 경제·금융, 과학‧기술 10개 MOU
브라질, 메르코수르‧브릭스 접근 교두보
남미 최대의 경제 공동체인 메르코수르와 한국 간 무역협정이 필요하다는 데도 두 정상은 인식을 같이했다. 현재 상품시장 개방 등 핵심 쟁점이 남아 있지만,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만큼 두 정상 간 신뢰를 토대로 협상을 조속히 재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또한 두 정상은 국제와 지역 정세를 논의하고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 평화를 넘어 전 세계 평화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 에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 협력을 재개하고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미래를 열어내겠다는 의지를 룰라 대통령에게 설명했다며 양국이 한반도 평화를 넘어 세계적인 평화의 가치를 함께 수호할 것 이라고 말했다.
브라질과 전략적 동반자관계 를 맺는다는 건 남미 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뿐 아니라, 거대 시장과 자원 부국 모임인 브릭스에 더 가까이 접근할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날로 그 경제적, 지정학적 위상이 커지는 브릭스는 원년 멤버인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를 포함해 11개국이다. 브릭스는 구매력 평가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서방 선진국 클럽인 G7을 앞질렀다. 2025년 기준으로 세계 GDP 점유율은 브릭스 10개 회원국(UAE 제외)이 약 84조 달러와 전체의 40~46%, G7이 약 59조 달러로 약 30%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 GDP 성장률의 경우 브릭스는 약 3.4%, G7 약 1.1%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6일 리우데자네이루의 현대미술관(MAM)에서 개막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07. 06 [로이터=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브릭스 원년 멤버 5개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룰라 브라질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등 4명은 모두 만났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 아직 못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