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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삼전 노조의 투쟁이 비추는 자본주의의 심층적 모순

삼전 노조의 투쟁이 비추는 자본주의의 심층적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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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2026.5.20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연일 경제 지면을 장식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주가 폭등 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재벌 체제의 주주자본주의 전환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정부의 정책, 이를 뒷받침하는 집권 여당의 입법 지원, 그리고 전례 없는 글로벌 반도체 호황이 맞물린 결과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겠으나, 폭발적인 주가 상승의 중심에는 반도체 산업의 팽창이 자리 잡고 있다. 2026년 5월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년 대비 5~6배가량 뛰었고 SK하이닉스 역시 무려 9배 가까이 폭등했다. 산업의 파이가 비약적으로 커지자, 해당 산업의 노동자들은 그 성장의 과실을 나눌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사회적 쟁점이 된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명확하다. 폭발적 성장으로 창출된 초과 이윤을 주주와 노동자가 공유하자는 것, 이른바 이익공유제 의 실현이다. 이에 대해 보수 언론과 정치권은 즉각 노란봉투법 과 엮어 현 정부를 향한 색깔론과 이념 공세를 펴며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특정 산업의 성장이 노동자의 임금 인상 및 권리 쟁취 투쟁으로 이어진 것은 지극히 보편적인 현상이다. 나아가 이 투쟁은 자본주의를 진보시키는 핵심 동력이었다. 1938년 스웨덴 노총(LO)과 경영자 연합(SAF)의 샬트셰바덴 협약이 40년 안정을 누린 스웨덴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했고, 19세기 말 독일 사회주의 세력의 투쟁이 비스마르크 체제로부터 (비록 투쟁 무력화가 목적이었을지언정) 노동권 보장을 끌어낸 것이 그 방증이다. 즉, 삼성전자 노조의 쟁의는 체제를 전복하려는 반(反)자본주의적 행위가 아니라, 철저히 자본주의적 진보의 일환이다. 역설적이게도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통상 자본의 대립항 이자 부정자 로 인식되는 노동 이라는 개념이, 실은 자본의 논리와 철저히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작금의 노동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그 모순을 은폐하고 심화시키며 모순에 대한 근본적 인식을 방해하고 있다. 지난 8일,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내 하청 및 협력사 노동자들의 임금 처우에 대해 사측의 문제 라며 선을 그었다. 표면적으로는 타당한 권한 분리처럼 보이나, 그 논리대로라면 노조가 요구하는 초과 이윤에 대한 성과급 역시 전적으로 사측의 권한이다. 자본의 논리에 맞서 싸운다는 이들이, 정작 자신들보다 취약한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에게는 자본의 논리를 그대로 들이미는 모순을 보인 것이다. 이는 노조의 투쟁이 억압과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기보다 도리어 연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며, 노동 이라는 개념 자체가 품고 있는 본질적 한계다. 그렇다면 진정한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에서 상품을 우상처럼 숭배하는 물신성(Fetishism) 을 지적했다. 상품 사회는 모든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교환 가치 로 종속시키고, 그것이 세계의 전부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사유는 독일의 비판이론가이자 가치비판(Wertkritik) 그룹을 이끌었던 로베르트 쿠르츠(Robert Kurz)에 의해 더욱 날카롭게 구체화되었다. 쿠르츠의 관점에서 상품 사회 내 노동계급의 투쟁은, 결국 임금 인상과 노동권 보장이라는 체제 내의 요구에 국한될 뿐이다. 다시 말해, 노동운동 역시 철저히 상품이 창조해낸 교환 가치 와 노동 이라는 형식 위에서 작동한다. 자본의 이해관계와 궤를 같이하는, 노동 개념에 갇힌 투쟁으로는 결코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 진정한 문제는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표면적 계급 대립이 아니라 상품 이라는 형식 그 자체에 있으며, 체제 내에서의 계급투쟁은 본질을 가리는 허상에 가깝다. 이 가치비판 의 사유가 작금의 시대에 던지는 함의는 대단히 폭넓고 묵직하다. 서구 유럽에서 노동 계급이 극우 세력 약진의 든든한 지지 기반으로 전락한 현상, 한국 대기업 노동조합이 고질적으로 보여준 귀족적 이기주의는 결코 일탈이나 예외가 아니다. 이는 노동 이라는 개념 자체가 내포한 필연적 귀결이다.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고, 전쟁이 촉발되며,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현대 자본주의의 파국 앞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체제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 요구된다. 가치비판이 오늘날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쟁의는 자본주의의 보편적 전개 과정일 뿐이며, 그 속에서 드러난 조합 이기주의적 행태 역시 노동 개념 자체의 민낯이다. 자본주의가 잉태한 치명적 모순을 극복하고 진일보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임금과 노동이라는 비좁은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 모든 것을 교환 가치로 환원해버리는 상품 이라는 본질에 대한 심층적 비판과 성찰.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현대 사회가 지금 당장 쥐어야 할 진정한 시대정신은 바로 여기에 있다.이승규 시민기자 seungkyu01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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