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이중 인증 부담 눈앞에 … 타 인증인 활용 기준 마련 시급” [환경] 지속가능성 정보 인증 의무화를 앞두고, 이미 법정 검증을 끝낸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용으로 또다시 검증받아야 하는 ‘이중 인증’ 리스크가 수면 위로 올랐다. 정부는 지난 8일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 제3자 인증도 의무화하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정광화 강원대학교 교수는 15일 열린 ‘제25회 지속가능성인증포럼’에서 국내 온실가스 검증기관의 업무를 지속가능성 인증 과정에서 어떻게 인정하고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주최했으며, 공시 로드맵 확정에 따른 인증 인프라 구축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정광화 강원대학교 교수/한국공인회계사회
정 교수는 지속가능성 정보는 재무정보와 달리 온실가스와 생물다양성, 인권,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해 한 인증기관이 모든 정보를 직접 검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분야별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이미 다른 기관이 검증한 결과를 활용하는 타 인증인 활용 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글로벌 표준이 국제지속가능성인증기준 5000(ISSA 5000)이다. ISSA 5000은 다른 전문가나 인증기관의 업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ISSA 5000은 활용 주체를 타 인증인, 부문 인증인, 경영진 측 전문가, 인증인 측 전문가 등으로 나누고 역할과 책임을 달리 규정한다.
온실가스 검증은 이미 끝났는데…기업, 중복 검증 우려
정 교수는 지속가능성 인증제도를 미리 정비하지 않으면 기업이 이미 검증받은 정보를 다시 검증받는 중복 부담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 대상 기업은 법령에 따라 온실가스 검증을 받고 있지만, 이 결과를 지속가능성 인증에서 활용할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그는 국내 온실가스 검증기관의 역할이 국제 인증기준상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관련 글로벌 표준인 국제지속가능성인증기준 5000(ISSA 5000)은 외부 업무 활용 주체를 타 인증인, 부문 인증인, 경영진 측 전문가, 인증인 측 전문가 등으로 나누지만, 국내 온실가스 검증기관은 어느 유형에도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온실가스 검증기관은 법령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 인증팀 내부의 부문 인증인이나 인증인 측 전문가로 보기 어렵고, 기업의 정보 작성을 돕는 경영진 측 전문가와도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타 인증인과 가장 가깝지만 별도 법령과 검증기준을 적용한다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기존 온실가스 검증 결과를 지속가능성 인증에서 활용하지 못해 기업이 같은 정보를 다시 검증받을 수 있다”며 온실가스 검증기관을 타 인증인으로 인정할 요건과 주 인증인이 기존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를 국내 인증기준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타 인증인 활용하려면, 책임·보수 체계부터 바꿔야
정 교수는 타 인증인 활용이 제도에 안착하려면 책임 구조부터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 인증인의 인증 결과를 활용하더라도 최종 인증 책임은 주 인증인에게 있다 며 결과에 오류가 있을 경우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구상권은 어떻게 행사할지 등을 제도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 고 말했다.
품질 높은 인증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보수 체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국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인증 보수는 700만원에서 1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비용으로는 다양한 전문가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며 보고서 작성과 인증을 하나의 계약으로 묶어 저가 수주로 진행하는 관행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해외에서는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하는 체계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등에서는 회계법인이 전문가를 직접 채용하기보다 외부 전문가 풀을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 이라며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전문가와 협업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고 말했다. 정 교수는 반대로 국내는 회계법인이 일부 전문가를 직접 채용하거나 인증기관이 개별적으로 전문가를 위촉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며 해외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국내 실정에 맞는 협업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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