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우크라 참전설 입증할 북 병사 2명 생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25.1.12. 젤렌스키 엑스 캡처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8월부터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주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 2명을 생포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X(예전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12일 이 소식을 전한 외신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올린 글에는 부상당한 이들 두 병사와 관련된 사진들도 담겨 있다. 이제까지 북한군 1만~1만 2천 명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됐고, 그들 중 다수가 죽거나 다쳤다는 우크라이나 쪽 발표와 함께 중상을 입은 북한군 포로가 사망했다는 보도들은 있었으나 생포된 북한군 병사와 그들의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2025.1.12. 젤렌스키 엑스 캡처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2025.1.12. 연합뉴스
처음으로 우크라 참전 북한군 병사 2명 생포?
우크라이나 쪽이 발표하거나 흘리고 서방 언론과 한국 정보기관 및 정부 쪽이 이를 받아 보도하거나 전달해 온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번 보도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보도 내용이 전폭적으로 신뢰할 만큼의 팩트(사실)들로 뒷받침되고 있는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부상당한 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이송된 이들 북한군 병사들은 전쟁포로수용소 411호실 방에 수용돼 있고, 작은 창을 통해 모포를 쓰고 누워 있거나 스트로로 패트병 음료수를 빨아먹고 있는 모습이 관찰됐다. 정보국이 공개한 영상에 나온 의사는 이들 모두 “육제척으로는 완전히 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얼굴(턱)에, 또 한 명은 다리 또는 손을 다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25.1.12. 젤렌스키 엑스 캡처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2025.1.12. 젤렌스키 엑스 캡처 연합뉴스
한국 국정원 협력 아래 한국어 통역사 통해 소통
한 명은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또 한 명은 공수부대가 생포했으며,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소통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에 따르면, 또 이들은 모두 러시아어나 우크라이나어, 영어를 할 줄 몰라 한국 국가정보원의 협력 아래 한국어 통역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보국(SBU)이 공개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확인된 바로는, 한 명은 러시아군 병사 신분증명서를 갖고 있고, 또 한 명은 몽골과의 접경지역인 러시아 남부 투바공화국 출신 군인 신분증명서를 갖고 있다. 투바공화국 군인 신분증명서를 갖고 있는 병사는 2005년에 태어나 2021년부터 북한군 소총병으로 복무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북한인인 그는 투바공화국의 위조된 증명서로 자신의 신분을 투바공화국 군인으로 위장해 온 셈이다. 다리 골절상을 입은(또는 손을 다친) 그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아니라 훈련하러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2024년 가을에 이 신분증명서를 받았을 무렵 북한군 부대는 “러시아군과 1주일간 합동 군사연습을 하고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생포 당시 북한군 병사가 지니고 있던 신분증. 2025.1.12. 젤렌스키 엑스 캡처 연합뉴스
한 명은 투바공화국 신분증, 또 한 명은 러군 소속
또 한 명은 1999년생으로, 2016년부터 북한군에서 저격병으로 복무했다고 했고, 포로가 됐을 때에는 신분증명서를 갖고 있지 않았다. 역시 군사훈련을 위해 러시아로 갔다는 그는 턱을 다쳐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필기로 우크라이나 정보국과 소통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 국정원이 지난해 10월 국회 정보위가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차출 부대 소속 병사를 대상으로 입단속"을 하고 있다고 보고할 때, 가족뿐만 아니라 파병 당사자도 영문도 모른 채 러시아로 이동했다고 주장한 내용이 생포 병사들의 증언으로 사실로 확인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이들 포로가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하고 있는 것을 보여 주는 명백한 증거”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보국에 언론매체 기자들이 북한군 포로병들을 접촉해 취재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하면서 “세계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들의 조선말 사용 여부 등 여전히 몰라
하지만 투바공화국 신분증명서의 주인공이 북한인이라고 확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들도 있다. 그들이 한국어 통역사를 통해 한국어로 소통한다면 북한인일 가능성이 높지만, 우크라이나 정보국이 공개한 동영상 등에서 생포된 두 병사 중 투바공화국 신분증명서를 지닌 병사가 조선말(한국어)을 사용하는 장면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투바공화국 인종구성이 몽골계통으로 북한사람과 큰 외관상의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점도 섣불리 북한인으로 단정할 수 없게 하는 요소라는 지적들이 있다.
러시아군 소속으로 돼 있는 또 한 명의 병사는 신분증명서를 소지 하지 않았다고 하고, 턱을 다쳐 아예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역시 그가 조선말(한국어)을 쓰는 북한인인지 단정할만한 요소들이 아직은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젤렌스키의 지시대로 그들에 대한 내외신 기자들의 접촉 취재가 제대로 이뤄져 더 많은 구체적인 사실들이 확인되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나친 관여로 '외환'설 의심까지 받아 온 한국의 국정원이 이들 포로 심문과 발표 과정에 깊숙이 개입돼 있는 점도 섣부른 판단을 유보해야 할 요소일 수 있다.
사실이라면 트럼프2.0 출범 앞둔 우크라에 호재
보도 내용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들 북한군 포로 2명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입증하는 “살아 있는 증인”으로, 오는 20일 취임하게 될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과 함께 크게 출렁일 수 있는 정세변동 중에 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끌어들이는데 유효한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달 들어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에서 새로운 공세를 시작해 한때 잃었던 실지를 회복하면서 원래 점령지역의 절반 정도를 다시 확보했으며, 북한군의 참전을 입증하기 위해 북한군을 생포하라는 특별한 지시가 내려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용병이 아닌 북한 정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참전 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것은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전쟁 참전과 지원 강화를 호소해 온 젤렌스키 정부에겐 호재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용병이 아니라 북한 정규군이 유럽 나라에 대한 침략전쟁에 참전했다”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보장은 직접 연관돼 있다”며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9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서방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북한군 1만 2천 명이 러시아에 파병돼 4천 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미국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파병된 북한군이 그때까지 3800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북한군이 많은 사망자를 낸 것은 “러시아군이나 북한군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보통 부상자들을 ‘처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