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화무십일홍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동훈의 화무십일홍
정치의 꽃이 화려할수록 그 시듦은 빠르고 더 처참하다. 권력의 비늘을 빌려 아름다움을 만든 꽃은 제 힘으로 피어난 꽃이 아니다. 그 꽃은 누군가의 손을 떠나면 곧 시들고 만다. 한동훈의 정치란 그런 종류의 꽃이었다. 향은 강했으나 뿌리는 얕았고, 말은 많았으나 비전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바람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하기로 의결했다. 윤리위는 한 전 대표 가족의 게시글 연루 정황을 문제 삼아 도덕성과 윤리적 문제로 판단했고, 한 전 대표는 이를 ‘제2의 비상계엄’이라 규정하며 반발했지만 이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정부 초입에 한동훈이 있었다. 특수부의 법률가였고, 공방의 현장에서 칼을 드는 빼어난 전사였다. 장관의 직함은 그에게 권력을 주었고, 방송은 거울이 되어 만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그렇게 한동훈은 짧은 시간에 정치판의 조명을 독차지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그 빛은 윤석열이 만들어준 것이었고, 그는 그저 그 빛을 반사하는 거울에 불과했다. 정치적 철학도, 정책도, 비전도 없었으며 오로지 ‘법치’와 ‘진보와의 대립’이 그를 떠받친 전부였다. 그는 매일 싸웠고, 그 싸움은 목적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었다.
정치는 저격이 아니라 설계이며, 지난한 설득의 연속이다. 정치는 피를 흘려 쟁취하는 전장일 때도 있지만, 때가 되면 그 칼날을 수습해 길을 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한동훈은 이것을 할 줄 몰랐다. 윤석열이라는 빛이 사라지자 반사체는 그 뒤 길을 잃었다. 이번 장동혁 대표의 제명 조치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였고,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한동훈은 이제 조직도, 세력도, 철학도 없는 정치 낭인 신세가 되었다.
정치는 비전을 요구하고, 그 비전은 말과 행동을 통해 전파된다. 이런 정치 철학이 없었던 한동훈은 정치인이 아니라 법정의 전사에 가까웠다. 법정에서는 말로 상대를 겨냥하지만, 정치에서는 말로 국가를 설계한다.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전사는 시대가 바뀔 때 가장 먼저 퇴출 당한다.
지금 한동훈은 그렇게 퇴장 중이다. 꽃이 시드는 일은 자연스럽다. 꽃은 스스로 살아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햇빛과 물이 결정한다. 그와 그의 일가족이 당원게시판에 쏟아부은 저주는 윤석열이라는 빛을 스스로 차단한 일격이었고, 그 빛이 사라지면서 한동훈이라는 꽃도 이제 흙으로 떨어졌다. 빛을 훔친 꽃의 처절한 말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