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 부족해도 규제는 유지…EU, 수입 늘리고 의무 고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중동 공급 차질 속에서도 EU가 항공유 수입 다변화를 추진하면서도 탄소 규제는 유지하는 이중 압박 구조가 드러났다. / 출처 = Unsplash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항공유 공급에 차질 우려가 커지자 유럽연합(EU)이 수입처 다변화에 나섰다. 공급 위기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가 요구한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완화와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 유예는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는 EU가 회원국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권고안을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U 국내 증산 한계”…수입처 다변화·SAF 전환 권고
EU는 회원국에 중동산 항공유 의존을 줄이고 미국산 수입 확대와 지속가능항공유(SAF) 활용 강화를 권고할 방침이다.
유럽은 전체 항공유의 30~40%를 수입하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동에서 들어온다. EU 집행위원회는 자체 정제 능력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대신 역내 정유 시설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기존 설비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항공유 공급망 다변화 방향을 EU 차원에서 제시하는 조치다. EU 집행위는 공급 가용성이 최우선 과제”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비축분을 공동으로 방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산·나이지리아산 수입 급증…연료 규격·물류가 변수
수입처를 늘려도 기술적 제약은 남아 있다. 4월 들어 미국과 나이지리아산 항공유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미국 표준 연료인 ‘Jet A’는 유럽에서 사용하는 ‘Jet A-1’보다 어는점이 높아 장거리·고고도 운항에 제약이 있다. 저온 환경에서 연료가 굳을 수 있어 장거리 노선에 그대로 쓰기 어렵다.
유럽 주요 허브인 벨기에·네덜란드·스위스·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운영하는 중앙유럽연료수송체계(CEPS)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 규격 항공유를 공급받고 있다. 이 때문에 대체 연료를 확대하려면 기존 물류 체계 조정이 불가피하다. EU는 미국산 연료 사용 확대를 전제로 공급망 운영 방식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란은 17일(현지시각) 레바논 휴전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 개방했지만, 발표 직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타결 전까지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공급 불확실성은 이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이 중동 공급의 절반만 대체할 경우 6월 항공유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TS·SAF 의무 유지…결항 보상 면제 기준만 검토
공급 위기 속에서도 EU는 기후 규제 완화에는 선을 그었다. EU 집행위는 항공사들이 요구한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적용 중단과 SAF 혼합 의무 유예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연료 부족을 이유로 기후 규제를 후퇴시키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연료 부족으로 항공편이 취소될 경우, 항공사가 승객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도로 검토한다. 현재 EU 규정상 항공편 결항 시 항공사는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저가 공항에서 연료를 과다 탑재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반탱커링(anti-tankering) 규정’ 적용 방식도 공급 부족 상황에 맞춰 안내할 예정이다. 이는 연료 가격이 싼 지역에서 미리 주유해 이동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유 부족에 대비해 공급선 확보와 함께 연료 배분 계획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통되더라도 항공유 공급이 당분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