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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제3당은 제3의 길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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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성향의 국민당과 친미로 분류되는 민진당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대만 정치에서 제3세력은 크게 환영받지 못한 채 창당되고 소멸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19년 창당하여 두 번의 총통 선거 및 입법의원 선거 그리고 한 차례의 지방선거를 치르며 의미 있는 결과를 꾸준히 보여주는 정당이 있다. 대만민중당이다. 2026년 11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 달아오르는 선거 열풍 속, 제3의 정당은 과연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대만 정당 로고들. 왼쪽부터 국민당 민중당 민진당. 1. 대규모 국방 예산을 둘러싼 갈등과 미국의 불만 지난 1월 30일 중화민국(대만) 입법원은 제3정당인 대만민중당(민중당)이 제출한 「국가 안보 조달 및 비대칭전 능력 강화 특별법안」의 심의위원회 회부 안건을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항의 속에 통과시켰다. 지난해 11월 행정원이 입법원에 제출한 「국방력 복원 및 비대칭전 능력 강화를 위한 특별 조달 계획 법안」이 아홉 차례나 상임위 회부에 실패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향후 8년간 총 1조 2500억 대만 달러(한화 약 57조 4000억 원)를 국방력 증강에 투자하는 내용의 행정원 법안에는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방공 요격 시스템과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 무인기 등을 다량 구매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이날 안건으로 회부된 민중당의 법안에는 방공망 시스템과 장거리 미사일 등을 제외한 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 등을 구매하는 계획이 담겨 있고, 예산 또한 최대 4000억 대만 달러(한화 약 18조 4000억 원)로 제한하고 있다.   대만 입법원 회의장에서 특별군수 조달법안 심의를 촉구하며 항의하는 민진당 의원들(2026. 1. 30). 이러한 사실이 미국 정가에 알려지자 대만 야당들이 라이칭더 총통의 방위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실망했다”(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 공화당), 중국 공산당에 굴복하기 위해 대만의 국방력을 약화하는 것은 불장난과 같다”(대니얼 설리번 상원 의원, 공화당)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방 조달 계획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러한 갈등은 입법원에서 과반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집권 민진당(51석)과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 52석)의 첨예한 대립 속 제3정당인 민중당(8석)이 어떠한 선택적 결정권을 가졌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2. 대만판 사법 리스크 속의 제3정당 지도자 활동 재개 어? 저 사람이 다시 나오네?” 2026년 들어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하는 대만인들 사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반응이다. 바로 커원저, 전 민중당 주석의 모습이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대만 내 유명한 외과 의사였던 그는 2000년대 들어 사경에 빠진 정치인들을 치료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결국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소속된 정당 없이 처음으로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시장으로 재선까지 이루었고, 대만 내 국민당과 민진당의 오래된 양강 구조를 비집고 들어가 제3정당을 탄생시켰다. 비록 지난 2024년 1월에 치러진 제16대 총통 선거에 출마, 3위에 그치고 말았지만, 26.5%라는 적잖은 득표율은 곧바로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에서 8석 확보라는 귀중한 결실로 이어졌고, ‘커원저의 민중당’에 대한 관심은 드높았다. 대만 정치판에서 혜성과도 같았던 그가 홀연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는데, 부패 혐의로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커원저 전 민중당 주석. 커원저는 타이베이 시장이던 2022년에 도심 재개발 사업의 용적률 상향 대가로 해당 기업의 소유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총통 선거가 치러진 지 8개월 만인 2024년 9월 구속되었다. ‘부패한 정치인 처벌’과 ‘정치검찰의 야당 인사 탄압’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사건의 심리 또한 지난한 공방을 거듭했고, 커원저의 구금 기간 또한 여러 차례 연장되었다. 지난해 9월, 구속 363일 만에야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전자발찌를 착용하는 조건의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검찰은 지난 연말 그에게 28년 6개월 징역형을 내릴 것을 구형했고, 오는 3월 26일 1심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커원저는 지난 1월 28일 민중당 연수기구인 국가통치학원 원장직을 맡으며 정치판으로 돌아왔고, 오는 11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대만의 뉴스 화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비록 주석 직책은 내려놓았지만, 민중당에 대한 그의 공로가 워낙 큰 까닭에 현 황궈창 민중당 주석과 함께 ‘두 개의 태양’에 비유되기도 한다. 3. 민진당을 향한 유화 제스처 중에 불거진 양안 관계의 법적 논란 국민당은 자신의 힘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새로이 민중당의 전면에 등장한 커원저는 국민당과의 선 긋기에 나서면서 이전의 커원저와 다소 다른 노선을 보여줬다. 작금의 국민당과 민중당의 연합에 대해 현 라이칭더 총통의 정책에 원인이 있다는 발언으로 민진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민중당 노선도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의 커원저(왼편)와 황궈창 민중당 주석(2026. 2. 5). 지난 1월 2일 그는 민진당 원내대표인 커젠밍 의원을 공개 방문해 민중당이 애써 추진하고 있는 「인공생식법」통과에 협조를 당부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손을 잡을 태세는 아니다. 어느 정당과도 거리를 유지하는 애매모호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9일에는 국민당과 민중당은 나뉘어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국민당 측을 다시 자극하기도 했다. 대만의 한 정치평론가는 커원저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국민당과의 연합 붕괴 가능성을 통해 국민당을 굴복시키고, 민진당에는 민중당과의 정치적 화해를 이루지 않을 때 초래될 파괴적 결과를 암시하여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양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자신의 부패 혐의에 대한 사법부 1심 판결이 3월로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커원저로서는 집권 여당과의 정치적 화해가 절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민진당의 반응은 그다지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양안 관계를 중심으로 한 진영의 대립이 워낙 분명한 까닭도 있지만, 라이칭더 총통의 비타협적 성향 또한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민중당과 집권 여당의 사이를 더욱 갈라놓을 불거진 사건이 발생했다. 민중당 소속 비례대표 입법의원의 이중국적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대만 여권을 들고서 국적 논란을 해명하는 리전슈 의원(2016. 2. 3). 1973년 중화인민공화국 후난성에서 태어나 1993년 결혼과 함께 중화민국으로 이주한 리전슈 의원은 ‘대만 입국이 허가된 중국 본토 거주자는 10년 이상 호적을 등록하는 경우 공직 후보 등록이 가능하다’는「양안관계법」 규정에 따라 지난 2024년 입법의원 선거 당시 비례대표로 출마했고, 올 2월 3일 비례대표 승계 절차를 마무리, 선관위로부터 입법의원 등록증까지 교부받았다. 그러나 내무부에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리 의원이 중화인민공화국 국적을 해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적법」 규정에 따라 이중국적자는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두 법률의 해석이 충돌하는 것이다. 이후 갖은 의견이 분분했는데, 일각에서는 혐중 갈등이 재연되었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양안 관계에 대한 법리적 분석까지 진행되었다. 현행 중화민국 헌법 추가조항 11조에 따라 ‘자유지역과 본토 지역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국가’라는 규정에 따르면 「국적법」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을 다른 국가로 간주할 수 있느냐에 관한 문제 제기다. 민중당과 국민당이 주도하는 입법원과 그에 대항하는 라이칭더 정부와 민진당이라는 단순 셈법만으로서는 결코 쉽게 풀 수 없는 고차원의 난제가 발생한 셈이다. 그런 가운데 ‘친중도 친미도 아닌 친대만’을 역설했던 커원저의 민중당은 어떤 선택을 해 나갈까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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