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종전협상 재개되면 2700억 달러 배상 요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의 반미 광고판 앞에서 한 남성이 이란 국기를 들고 승리의 V자 손짓을 하고 있다.. AP 알자지라 4월 15일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육군 참모총장인 아심 무니르 원수가 이란과 미국 간의 고위급 회담 재개를 위한 중재 대표단의 일원으로 이란에 입국했다고 카타르에 본사를 둔 알자지라 방송이 15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양국간 2주 간의 휴전협정이 만료되는 오는 22일 전, 이르면 16일까지는 회담이 재개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전쟁이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1-12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협상을 벌였으나 종전 조건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미군 발진기지 역할 걸프 연안 5개국에도 배상 요구
알자지라는 협상이 재개될 경우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 및 미군기지가 있는 산유국 등 5개국을 상대로 270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또 이란이 미국 등 서방에 의해 동결된 자국 해외자산 1000억 달러에 대한 자산동결 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 1차 협상에 이어 2차 협상에서도 이들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지난 14일, 미국과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란에 대한 공격 발진기지로 걸프지역 5개 국가 영토가 이용됐다며 이들 국가도 피해 보상금(compensation)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또 호르무즈 해협 의정서(protocol) 체결을 통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의정서에는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세금(tax) 부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란정부 대변인 러시아 매체에 2700억 달러 발설
이란 정부 대변인인 파테메 모하지라니는 14일 러시아 RIA 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급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이란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약 270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는 추산 결과를 밝혔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모하지라니는 피해규모에 대한 세부 내역 등 추가정보를 제공하진 않았으나 지난 11-12일 1차 협상 때 배상문제가 논의됐으며, 앞으로도 미국 및 중재국들과의 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석유·가스 시설, 석유화학 회사, 제철소, 알루미늄 공장, 군사시설 등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피해규모를 여전히 평가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시설들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뿐만 아니라 다리와 항만, 철도망, 대학 및 연구센터, 발전소들 및 해수 담수화 시설 또한 직접적인 공격을 받았으며 수많은 병원과 학교, 민가도 파손되거나 완전히 파괴됐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왼쪽)가 4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걸프지역 전쟁 중재자들은 4월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의 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후에도 휴전 연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터키 순방에 나섰다.2026.4.15. EPA 연합뉴스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동결자산 해제돼야 협상”
알자지라는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동결당한 자국 해외자산의 동결 해제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는 1979년 이란 혁명(호메이니 혁명) 이후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사건을 계기로 시작됐으며, 이후 이란의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이유로 더욱 강화돼왔다. 이런 제재로 이란은 해외은행에 유치돼 있는 자국 자산에 접근해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당했다.
지난 10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제1차 종전협상이 시작되기 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X에 올린 글에서 해외 은행에 유치돼 있다 동결당한 석유 판매대금 등 이란의 동결자산이 해제돼야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 1차 협상에서 미국이 이란의 해외자산 동결 해제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미국정부는 해당 자산이 여전히 동결상태라며 보도를 일축했다.
이란의 해외자산 동결 규모 1000억 달러
알자지라에 따르면, 동결된 이란의 해와자산 규모는 정확하게 밝혀져 있진 않으나, 이란정부 공식 보고서와 전문가들은 그 총액이 1000억 달러(현재의 환율로 약 147조 200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이란 국내총생산(GDP, 2023~2024년에 약 2300억~4500억 달러)의 4분의 1에 가까운 돈이다.
중동 국제문제협의회 비상근 선임연구원 프레더릭 슈나이더는 이란의 자산 규모가 이란이 연간 탄화수소(화석연료)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약 4배에 달한다며 특히 수십년간 미국이 주도해 온 제재로 고통받아 온 사회에서 이는 엄청난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게 그 돈은 매우 절실하지만 혼란스러운 제재 역사와 미국 쪽의 관련 전문가 부족 등을 고려할 때 이란이 그 돈을 모두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과 핵협정에 합의했던 버락 오바마 정권 때 재무장관을 지낸 제이콥 루는 2016년에 협정 체결로 모든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전부를 돌려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란은 종전협상에서 신뢰구축 조치로 적어도 60억 달러 규모의 동결자산을 해제해 줄 것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이란 자산 동결은 서방의 이중잣대 차별조치
서방의 자산동결 조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서방의 적대국 또는 경쟁국들을 표적으로 삼아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이중기준에 의한 차별조치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예컨대 이스라엘은 인권 유린, 불법 전쟁, 인종차별 등의 혐의를 반복적으로 받아 왔으나 이제까지 이스라엘 해외 자산이 동결당한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반면에 이란과 러시아, 북한, 리비아, 베네수엘라, 쿠바 등 미국과 서방의 자산 동결 대상이 된 나라들은 모두 그들의 눈밖에 난 나라들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패권에 따르지 않거나 반대하는 나라들이다.
미국은 ‘호메이니 혁명’ 뒤인 1979년 11월에 처음으로 이란의 해외자산을 동결했다.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의 국가 안보, 외교 정책 및 경제에 이례적이고 비상한 위협을 가한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때 이란은 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해 미국인 60명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
당시 미 재무장관 윌리엄 밀러는 이란의 유동자산이 60억 달러 미만이었으며,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13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였다고 밝혔다. 1981년에 알제리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 간에 알제협정이 체결돼, 미국은 이란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인질 52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동결된 이란 유동자산의 상당 부분을 해제했다. 그러나 그 뒤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함께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악화되면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이란에 여러차례 제재를 가했다.
2024년 1월 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방부에서 주간 내각회의를 소집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자료사진. 2024.1.7. 로이터 연합뉴스
핵무기 개발·보유 의혹 이스라엘은 제재서 제외
하지만 비밀 핵 프로그램을 통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그런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
2015년에 이란은 미국 오바마 정권의 중재로 주요국들과 핵 개발에 관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축소하기로 합의했고, 그 결과 당시 해외에 보유하고 있던 자산 대부분에 대한 접근권을 되찾았다.
하지만 트럼프 1기 정권 때인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그 협정이 이란에 유리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부활시키고 이란의 해외자산을 다시 동결했다.
조 바이든 정권 시절인 2023년에 미국과 이란은 포로교환 협정을 체결해 이란이 구금 중이던 미국-이란 이중국적자 5명을 석방하는 대신 미국은 자국에 수감돼 있던 이란인들을 석방하고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수십억 달러를 인출할 수 있게 했다.
4월 15일,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속에서 이란 테헤란의 엥겔랍 광장에서 사람들이 반미·반이스라엘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2026.4.15.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이 돌려준 60억$ 이란 석유대금 여전히 동결
그 중에 미국의 제재로 동결돼 있던 이란의 한국 예치 석유 판매대금 60억 달러(당시)도 포함돼 있었다. 그 2023년 협정에 따라 한국 내 예치 이란 자산은 그해 9월 카타르로 이관돼 관리됐다. 그러나 그 다음해에 바이든 정권은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가했고, 이란은 도하로 넘어간 자산에 대한 접근권을 다시 차단당했다. 말하자면 한국에 예치돼 있던 이란의 동결자산은 아직도 카타르에서 동결돼 이란이 여전히 쓸 수 없는 돈으로 남아 있다.
미국 외에 유럽연합(EU)도 이란의 인권 침해, 핵 관련 규정 미준수, 테러행위,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드론 프로그램 운영 등을 이유로 이란 중앙은행 자산의 일부를 동결했다.
동결된 이란의 해외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 이란의 주요 석유 구매국인 일본이 약 15억 달러, 이라크가 약 60억 달러, 중국이 적어도 200억 달러, 인도가 7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 또한 약 20억 달러 상당의 이란 자산을 직접 동결하고 있으며, 룩셈부르크 등 EU 국가들은 약 16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카타르도 약 6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이 예치하고 있다가 카타르 도하를 통해 이란으로 송금되도록 조치했으나 미국에 의해 카타르에 여전히 묶여 있는 이란의 석유 판매대금이다.
동결된 1000억 달러, 이란 GDP의 4분의 1
이란 GDP의 4분의 1에 상당하는 1000억 달러 해외 동결자산의 이란 국내 유입은 이란의 종전 이후 재건에 절실하게 필요한 돈이다. 케임브리지대 이란 전문연구자 록산 파르만파르마이안 교수(국제정치학)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해외자산 동결 해제는 석유 판매로 얻은 경화 자금을 자국 경제로 다시 유입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환율 변동을 통제할 수 있게 돼 환율 변동으로 인한 취약성을 피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이란의 유전, 상수도 시스템, 전력망 등 주요 산업의 기반 시설이 노후화되고 있다며, 해외자산 동결이 해제되면 그런 시설들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재건 과정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요크대 정치학자 크리스 페더스톤은 국제적으로 자산 동결 해제는 이란 경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완화되었음을 시사할 수 있다”며 이는 다른 국제 사회 및 주변국과의 관계 증진, 무역 발전 및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여 온 트럼프 정부한체서 그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