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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장윤기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권을 정당화할 순 없다

장윤기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권을 정당화할 순 없다
[뉴스]
또다시 시작됐다. 검찰개혁 법안과 제도가 통과되기 직전마다 반복되는 패턴이다. 수많은 언론과 정치인, 평론가, 지식인들이 나서서 ‘검찰에게서 권한을 뺏으면 우리 사회에 재앙이 올 것’이라고 비명 지른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는 모두 검찰이 지켜온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태도는 보수 진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른바 진보와 개혁을 외친다는 사람들 속에서도 상당수가 검찰의 권한 축소가 가져올 혼란을 과장하며 검찰의 손을 들어준다. 지금,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의 핵심에는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민주주의 권력분립 원칙의 오해나 왜곡이다. 만약 권력 분립에 따른 특정 기관의 권한 집중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면, 법원도 ‘사법권을 독점’하면 안 되고, 국회도 ‘입법권을 독점’하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생각하거나 주장을 하지 않으면서, 왜 유독 검찰의 수사권 분리 앞에서만 이토록 격렬한 ‘독점 방지론’을 들고나오는가. 더불어서 대중의 불안을 자극하는 극단적인 범죄 사례도 동원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수사 공백과 보완 수사권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4. 연합뉴스 이번 국면에서 그들이 내세운 방패막이는 바로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이다. 그러나 만약 하나의 사례를 근거로 제도 전체의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면, 과거 세상을 뒤흔들었던 ‘김학의 사건’ 때는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빼앗자고 주장했어야 마땅하다. 당시 김학의의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경찰이 송치했음에도 검찰은 보완수사로 제 식구를 감싸며 이를 빼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논의되는 검찰개혁은 결코 ‘경찰과 검찰 중 누가 더 선하거나 악한가’라는 유치한 선악 구도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은 이 나라의 검찰이 영장청구권, 수사권, 기소권, 형집행 지휘감독권 등 형사사법 절차의 모든 단계에 걸친 막강한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기형적 구조를 타파하는 데 있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가 수사 단계부터 개입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유도하고, 수사의 오류를 견제해야 할 기소권이 오히려 수사의 독점을 옹호하는 방패로 쓰이는 구조적 모순이 핵심이다. 반세기 넘게 공고하게 형성되어 온 이 독점 구조는 결국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으로 그 절정에 달했고, 검찰 권력은 통제 불가능한 괴물이 되었다. 역사가 오래되고 뿌리가 깊은 만큼, 이 기형적 구조를 도려내는 개혁은 고통스럽고 어렵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등 다른 개혁은 무시하고 검찰개혁만 중시한다’고 착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민주당이 네 차례나 집권하는 동안에도 이 개혁 과제는 늘 타협의 대상이었고, 반발에 밀려 거듭 후퇴했으며, 정치적 득실 계산 속에 중단되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집권 1년 동안 뚜렷한 결단 없이 질질 끌려왔고, 이제 다시 개혁을 되돌리려는 내부의 반대 목소리가 폭발하고 있다. 이토록 저항이 거센 이유는 검찰 특권 구조 뒤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엄청난 돈과 권력의 카르텔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이 대통령까지 거머쥔 현실은 검찰 권력이 단순한 행정기구를 넘어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김용민·서영교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6.26. 연합뉴스 나아가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가 오래전부터 지적했듯이 많게는 수십 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전관시장(퇴직 검·판사가 사익을 취하는 전관예우 시장)의 이권이 이 구조적 특권과 직결되어 있다. 퇴임 후 수십억, 수백억 원의 자산가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가 검찰의 기소·수사권에서 나오는데, 어느 기득권 집단이 이것을 순순히 내놓으려 하겠는가? 그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며, 설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그것을 되돌리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끝나도 끝이 아닌 싸움이다. 지금 검찰과 그 친구들이 보완수사권의 명분으로 제기하는 장윤기의 끔찍한 범죄는 분명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뼈아픈 비극의 구조적 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고 이를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유가족이 무지막지한 고통을 무릅쓰고 용기 내서 피해자의 이름과 얼굴까지 공개하고 나선 것도, 더는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이 땅에서 나오지 않도록 해결책을 찾아 달라는 절실한 마음에서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교훈을 자꾸 ‘경찰은 믿을 수 없고, 검찰에 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것으로 축소하려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는 이러한 범죄의 구조적 본질을 외면한 채 검찰의 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도구로 소비하는 행태에 불과하다. 이것은 사실적 근거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진지한 고민과 분석도 느껴지지 않는 놀라울 정도의 단순화이다. 물론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보여준 잘못과 문제점은 매우 심각했고, 국가기구는 역시 철저한 감시와 견제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잘못은 검찰의 보완수사뿐만 아니라 경찰 내부의 감사와 조사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밝혀졌다. 그 책임자들은 직위해제, 파면, 그리고 사법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가 1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경찰은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보행로에서 귀가 중이던 여고생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남고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 장씨의 신상 정보를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이날부터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2026.5.14. 연합뉴스 반면,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면 검찰은 경찰보다 더욱 취약하다. 검찰 조직 안에서 검사 개인의 잘못이나 직무상 범죄를 스스로 찾아내 징계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드러난 과오조차 조직의 위신을 위해 덮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대통령도 2명이나 탄핵했지만 검사는 1명도 탄핵하지 못했다’는 오래된 탄식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무엇보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려버리면, 외부에서 이를 뒤집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바로 이러한 통제 불능의 권력 구조 때문에 ‘검찰의 막강한 권한 중에서 수사권이라도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와 문제의식이 나오게 됐다. 따라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남겨두자’는 근거로 장윤기 사건을 들먹이는 것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은 단순히 경찰과 검찰 중에 누가 더 수사를 잘하냐 같은 문제를 뛰어넘는 접근과 고민을 필요로 한다. 이 사건은 여성혐오와 성적대상화의 인셀 현상이 증오범죄와 구조적 페미사이드(Femicide) 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미 여성 청소년의 신체를 불법촬영하고 리얼돌 훼손을 통해 삐뚤어진 욕망을 보여온 장윤기는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베트남 이주여성과 교제를 시도하며 스토킹을 했다. 그 여성이 그의 요구를 거절하자, 장윤기의 일그러진 소유욕은 폭력과 감금, 그리고 끔찍한 강간 범죄로 나아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을 스토킹 혐의로 신고한 피해 여성에게 앙심을 품고 보복살해를 기도하기까지 했다.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의 억눌린 욕망과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엉뚱한 곳을 향했다. 그는 하교하던 무고한 여고생을 표적으로 삼았고, 성폭행을 시도하다 결국 잔혹하게 살해하고 말았다. 이 잔인한 궤적은 우발적 일탈이 아니다. 장윤기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며 멸시(혐오)했고, 그렇게 자신이 지배하려던 여성(더구나 더욱 멸시하던 이주여성)이 감히 자신과의 교제를 거부하자 이를 참을 수 없는 굴욕으로 받아들였다. 여성 개인에 대한 원한을 넘어, ‘여성 일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적대감으로 급격히 발전했다. 그리하여 길거리의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삼는 무차별적 성범죄와 악랄한 증오범죄로 폭주하게 된 셈이다. 여성을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여성을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는 가부장적 폭력성, 이것이 바로 페미사이드의 전형적인 구조다.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특히 우리가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지점은 장윤기에게 지속적인 스토킹을 당하던 이주여성의 처지다. 이 피해자는 한국 사회에서 불리하고 차별받는 지위 탓에 스토킹을 당하면서도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중에 폭행과 강간이라는 극단적인 위해를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생명의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그러나 그 막다른 골목에서도, 차별의 시선과 낙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강간 피해 사실은 말하지 못했다. 결국 이 결정적 범죄 사실이 누락되면서 사건의 심각성은 포착되지 않았다. 만약 거기서 수사로 전환됐다면 장윤기는 구속 수감되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나중에 여고생을 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비극은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이 일상적인 억압과 성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사회적 낙인과 보복이 두려워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중, 삼중의 억압 속에 놓인 이주여성들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장윤기에게 최고형을 선고하고 집행해도 이러한 차별과 혐오의 문화, 사회적 억압의 구조가 남아있다면 제2, 제3의 장윤기는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찰 수사권을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 비극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과 소수자를 폭력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사회적 구조와 왜곡된 문화, 가부장적 질서와 규범을 바로잡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다. 그것이 ‘다시는 이런 비극과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수많은 이들의 염원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답하는 길이다.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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