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그래프, 믿어도 될까… 착시 노린 왜곡 많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026년 지방선거 열기가 뜨겁다.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지방선거는 대통령 지지율을 따라간다 는 말이 있으나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한 일부 지역에선 여당과 야당의 후보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수 많은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접할 수 있는데 여론조사 일시와 기관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에 많은 시민들이 혼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각 후보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 여론조사를 적극 홍보할 수 밖에 없는데 시각정보 왜곡은 유권자의 객관적 판단을 방해하는 동시에 밴드왜건 효과 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밴드왜건 효과 (Bandwagon Effcet)는 원래 행렬의 앞쪽에 악대를 태우고 행진하는 마차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현상에서 유래한 말로 선거에서는 승리하는 기류에 동참하고자 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런 의미에서 접전 지역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이 선거에 적극 동참하게 하거나 상대방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너무 클 경우 선거 참여 의지를 떨어뜨리기도 하는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대구광역시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각 후보가 인용하여 홍보한 사례를 보면 유권자들이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이 보인다.
두 후보는 서로 다른 기간, 다른 조사기관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홍보물을 만들었다. 김 후보는 지난 21~25일 KBS대구·한국리서치 조사(전화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결과 김부겸 42%, 추경호 38%로 나타난 여론조사 데이터를 인용하여 김부겸 후보와 추경호 후보의 지지율 차이 4% 격차를 적절히 반영한 막대그래프를 만들고 4% 라는 표시를 한 번 더 객관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 캠프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만든 홍보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추 후보는 여론조사기관 ㈜비전코리아가 올리서치, 포털신문 의뢰로 지난 23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지지 여부와 관계 없이 당선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를 막대 그래프로 만들었다. 추경호 후보가 51.7%, 김부겸 후보가 40.2%로 나타났다. 후보 지지도는 추 후보 46.1%, 김 후보 41.9%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격차는 4.2%포인트로 오차범위(±3.4%p) 내 접전 양상이다. 이수찬 개혁신당 후보는 3.7%를 기록했다. 지지후보 없음 은 5.1%, 잘 모르겠음 은 3.2%다.
추 후보 캠프는 지지율보다 큰 격차를 보인 당선 가능성 차이 11.5%포인트를 그래프로 만들며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 막대를 추 후보의 절반 높이로 표현했다. 실제 11.5%의 격차보다 훨씬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혼동하게끔 만든 것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 캠프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만든 홍보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결과 수치는 정확히 기재되어 있으나 그래프 리터리시(Graph Literacy, 그래프와 차트 등 시각 데이터를 올바르게 읽고 해석하는 능력)가 높은 사람은 막대 옆 수치를 확인하고 왜곡을 걸러낼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유권자는 시각적 첫 인상에 따라 판단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으며, 이는 정보 해독능력의 격차를 이용해 밴드왜건 효과를 일으키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
이런 그래프 리터리시를 이용한 착각 유발은 비단 선거 분야 뿐만 아니라 상업분야에서도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1992년 쉐보레 트럭 광고로 지난 10년간 판매된 쉐보레 트럭의 98%가 현재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며 자사 트럭의 내구성이 타사 트럭보다 뛰어나다는 식의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같은 기간에 판매된 경쟁사의 트럭들도 95% 이상 운용 중인데도 Y축의 시작을 95%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그래프를 그려 쉐보레 트럭이 도요타 대비 2배 이상 많이 운행하고 있는 것처럼 왜곡한 것이었다. 실제 도요타 운용율은 96.5%로 상당히 높았다.
Y축 바닥이 0 이 아니라 95 부터 시작하는 그래프. 이 경우 95~100 사이의 브랜드별 격차가 실제보다 훨씬 큰 것처럼 전달된다. (https://ecampusontario.pressbooks.pub/bio16610w18/chapter/how-graph-misrepresents-data/)
이렇듯 조사된 수치는 정확히 적더라도 시각 정보로 전달하는 과정에 편집 방향에 따라 정보를 수용하고 해석하는 사람이 그릇된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는 것으로 민주제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라는 맥락에서 볼 때 이런 편집이 의도된 것이라면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는 매우 우려스러운 행위가 되는 것이다.
의뢰기관 : 프레시안 조사기관 : ㈜이너텍시스템즈 조사일시 : 4월 30일~5월 1일 조사방법 : 경남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001명 대상, 무선가상번호(80%)+유선RDD(20%) 표본오차 :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SBS [사실은] 기사에서 재인용
실제로 지난 8일 경남도민일보는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 측 인사가 배포한 일부 선거 홍보물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그래프 크기와 비율이 실제 수치와 다르게 표현돼 유권자에게 왜곡된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사례를 확인했다며 민주당 김경수 후보 법률지원단이 선거법의 왜곡 공표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눈금 하나의 차이가 민심을 바꿀 수 있는 만큼 각 정당은 시각자료의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유권자는 그래프 리터리시를 키울 필요가 있다.
최우혁 시민기자 hyeok0522@gmail.com